[윤한득의 안테나살롱] 팬데믹 불안을 살아내는 노하우20
[윤한득의 안테나살롱] 팬데믹 불안을 살아내는 노하우20
  • 윤한득
  • 승인 2020.10.1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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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번째 이야기 - 15. 테니스 공 찾기

 

#1.

피곤에 쩌 들어 집에 가다가도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면, 생각이 선명해지고 글감이 머리 속에 뽀골 뽀골 올라오는 걸 느낀다.

마치, 머리에 프린트가 달린 듯 글자들이 회오리처럼 쏟아져 내릴 때면 이때다 싶어 흩날리는 생각을 잠자리채 휘두르듯 잡아내며, 두 세시간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발행" 이라는 버튼을 누른다.

정리된 글재료들이 사이트에 올려지는 모습들과 하나의 방향성으로 마감된 생각을 찬찬히 점검하며 뿌듯함을 누린다.

한 주 중 제일 중요한 <To do리스트>를 갓 마무리했다는 자유의 느낌과 함께.

 

#2.

도시환경을 분석하고 진단해 보라는 대학원 과제를 시작으로 사회현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그 뒤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물론, 개별적인 사건으로 도시환경을 추출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었기에 초보 분석가 였던 나에게는 참 벅찼던 과제였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후부터 버릇처럼 사회의 이면을 유추하는 것을 연마(?)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명민하지 않았지만 사회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표면은 공익을 내세웠지만 사실 사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장이 보였고, 정치적으로 남을 이용하곤 이내 분열과 싸움으로 이어지는 걸 마주했다.

상식은 없었고 ‘우리의 길을 막으면 적’이라는 개똥 철학이 가득해 지는 세상을 마주하며, 젊은 혈기에 너무나 답답한 마음만이 올라왔 던 것 같다.

 그때 생각했다.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되돌리지 못할지도 몰라”

 

#3.

첫 시작은 <동대문 DDP>에 대한 이야기였다. 동대문 운동장의 국제설계공모 이후 시설물을 허는 서울시의 상징적인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그 공사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이슈가 발생한다. 바로,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유물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던 것.

하지만 당시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서울시장은 해당 문화재를 콘크리트로 묻어 버리는 걸 묵인한다. 청계천 공사와 DDP 공기를 맞춰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기에.

그 즈음, 요란한 언론보도에 나 역시 호기심이 발동해 <동대문 운동장>에 대한 내용을 찾게 된다. 그리곤 그 안에 너무나도 중요한 서사의 순간들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식민통치의 굴욕과 6.25의 시련, 국가계엄과 경제발전이라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굳건히 버텨냈던 서울의 터줏대감이었던 것.

하지만 한 정치가의 욕심 하나로 “조명탑, 주경기장의 성화”만 남긴 채,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인 동대문운동장은 83세의 나이로 생존호흡기가 떼어지게 된다.

 

#4.

그 상황을 알게 되었기에 너무나 답답해 했고, 새 건물 이미지에만 스포트라이트하는 언론들이 이상했다. 그래서 꼬깃꼬깃 생각을 담은 원고를 독립출판사에 기고를 하며 불합리를 고발하는 도시문화칼럼을 생애 처음으로 연재하게 된다.

물론, 치기 어린 생각으로 대세와 그 흐름을 바꿀 수 없었지만 그 생각을 나눌 수 있음에, 무엇이 잘 못 된지 알게 된 분들이 보내주시는 진심 어린 응원을 만났기에

그나마 속은 후련했던 것 같다.

 

#5.

그 이후로 이야기는 “서울의 무인도 이야기”로 이어졌고 광화문, 정동, 달동네, 판문점을 차례로 등판 시키며 <SeeREAL Life> 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둥지를 틀게 된다.

물론, 하루 하루가 너무나 피곤하고 요즘 들어 머리만 대면 코를 그렇게나 곤다고 아내가 제보하지만, 그 분주함과 피곤감 가운데서 온전히 내 생각을 녹여내는 즐거움은 가장 뿌듯한 피로회복제로 남겨져 있는 듯하다.

그 무렵, 대한민국 1호 소통테이너라고 불리는 오종철 대표님을 만났다. 개그맨을 시작으로 꼴통쇼MC, 뷰티쇼MC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입담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소통거장 오종철 대표.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어떻게 에너지가 넘쳐나세요?” 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온전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게으른 강아지도 정신을 번쩍 들게 할 그런 <삶의 테니스 공>이 필요하다고.

 

#6.

테니스 공. 이라는 말씀에 “내가 느끼는 온전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온 생각을 몰두했던 것 같다. 버스에서나 전철에서나 삶의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다행히 내 삶의 테니스 공 비슷한 것을 어렴풋이 찾게 된 나는, 지금도 피곤의 쓰나미가 몰려 올 때면 정신을 번쩍 들게 하기 위해 테니스공 들을 만지작 거린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 “내 생각을 온전히 녹여내는 즐거움”을.

팬데믹의 시간, 여기 저기에서 답답하고 불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리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 당황함으로 지금을 어찌 사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어쩌면 삶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잠시 멈춤”의 시간일 것이기에, 바쁨의 여정에서 놓쳐가던 일상을 찬찬히 더듬어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테니스 공을 찾으면서 말이다.

다시, 정신 없는 속도로 삶이 질주되더라도 넉넉히 여유를 이어내며 삶의 맛을 씹어 낼 수 있는 온전한 즐거움, 나만의 테니스 공을.

 

 

[기고자 소개] 윤한득 칼럼리스트 /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를 때가 있잖아요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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