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최종 라운드, 한국의 유명희? 나이지리아 응고지?
WTO 최종 라운드, 한국의 유명희? 나이지리아 응고지?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10.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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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선거에 점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명희 한국산업통상자원부 통상 교섭 본부장이 총 8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전 재무장관과 마지막 3라운드에서 경쟁하며 총 회원국 164개국의 합의를 통해 11월 7일전 결론이 나게 된다.

우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기대와 바람속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유관기관에서도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좌: 대한민국 유명희 후보, 우: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출처:Guardian
좌: 대한민국 유명희 후보, 우: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출처:Guardian

다만, 상황이 우리에게 녹녹치는 않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전 장관의 프로필이 일단 막강하다. 25년간 무역 교섭 전문가로서의 길만을 주로 걸어온 유후보와 달리 응고지 후보는 나이지리아에서 두차례 재무장관(2003~2006, 2011~2015)과 외무장관(2006)을 역임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이며 미국 하버드와 MIT 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서 25년을 근무했으며 현재는 트위터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이사회에 속해있는 국제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지역별 WTO 회원국 분포도를 볼때 아프리카는 그 수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순이다. 아프리카와 역사, 경제적으로 밀접한 유럽과 현재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이 나이지리아를 지지할 경우,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다소 유명희 후보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고 해도 대세가 나이지리아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우리와 통상 분쟁에 있는 일본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WTO와 아프리카 자유무역협정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아프리카 대륙의 세계 무역 시장에서의 위상을 볼 필요가 있다.

2019년 5월 아프리카 연합(AU, Africa Union)은 아프리카 자유 무역협정(AfCFTA) 을 발효시켰다. 아프리카 역내에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을 증진시키고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까지 포함한 무역 체제로써 에트리아를 제외한 아프리카의 모든 54개국이 가입을 한 상태이다.

아프리카 인구 12억 5천만명, 3400조 규모로 전망되는 단일시장 무역협정으로는 WTO 출범 이후 세계 최대의 규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동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이들의 비중이 10% 정도이며, 2040년까지 30~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fCFTA는 애초에 금년 7월부로 실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주춤했으나 2021년 1월 1일부터 무조건 시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이 가운데 WTO 회원국은 44개국이다. 높은 수입 관세 장벽, 농업 및 전자 상거래등에 있어 WTO의 프레임워크에 제동을 거는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므로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 WTO 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며 WTO는 아프리카의 가장 큰 시장인 나이지리아를 앞세워 향후 잠재성이 높은 AfCFTA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누가 위기의 WTO 를 살릴 것인가?

현재 WTO는 투명성, 신뢰성 등에 있어 총체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가장 주요한 기능인 무역/투자 관련 규정 수립, 국가간 분쟁 조정 기능, 회원국간의 원칙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 가운데 특히 분쟁 조정 기능에 있어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독자적인 행보에 어떠한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WTO의 개혁를 피력하며 유명희 후보는 우선적으로 WTO 규정집을 개정하고 조약 이행 및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 총장이 되면 ‘영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여러번 강조를 하였다.

반면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는 WTO가 처한 총체적인 문제는 전술적이 아닌 정치적인 해법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국제 조직과의 관계성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WTO 사무총장은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지만 영향력을 줄 수 있으며 개발 도상국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하여 해결점을 찾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무역 개방화를 선호하는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원칙과 규정을 강조하는 유명희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지만 아직 기본적인 무역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농업 등에 있어 자국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개발 도상국들 입장에서는 응고지 후보의 현실적인 발언에 더 호응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유명희 후보가 선출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재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WTO의 분쟁 조정 기능을 어떻게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되살릴 수 있을지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 지금 세계가 원하는 리더는?

2020년 노벨 평화상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에게 돌아갔다. 기아 퇴치에 기여하고 특히 접근이 어려운 분쟁지역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이며 노벨 위원회는 ‘ 세계식량계획은 기아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가장 큰 인도주의 기관이며 코로나 19 백신이 나오기 전 혼란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은 식량’ 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64년에서 1984년까지 WFP로부터 가장 큰 규모의 원조를 받았고 이제 국제사회에서 공여국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국가간의 이기주의, 보호 무역주의로 얼룩진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세계는 함께 당면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WTO는 전세계가 함께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다른 경제적 특수성과 경제 수준을 인정하면서도 공통된 합의체를 이루어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어느 국가 출신인지 중요하지 않다. 전세계가 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할 수 있는 토양, 개발 도상국들의 눈높이에서 포용력있는 무역 체계를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가진 리더가 절실하다.

◇류지선 칼럼리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현재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주:해당 기사는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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