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선거 동향으로 보는 우리의 자세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지 말아야'
2020년 미국선거 동향으로 보는 우리의 자세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지 말아야'
  • 김재범 前주우루과이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09.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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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부통령, 상원의원 34명, 하원의원 435명 및 주지사 11명이 오는 11월 3일(화) 선출될 예정이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7일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후보로 확정되었고,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초반의 부진을 딛고 6월 초에 후보가 되었다. 양당은 8월 11일 코네티컷주에서 예비선거를 각각 완료했으며, 바이든 후보는 같은 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을 미국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후보로 장고 끝에 지명하였다.

현재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으로 의석이 분포된 상원의 공화당 개선대상자가 23명으로 민주당 12명의 배에 가깝기 때문에 민주당의 상원탈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마사 맥샐리(애리조나),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동아태 및 국제사이버안보정책 소위원장으로 대북제재법안 주도), 데이비드 퍼듀(조지아),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수전 콜린스(메인), 스티브 데인스(몬태나) 공화당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낙선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의석이 공화당 197명, 민주당 233명, 무소속 1명, 공석 4명으로 분포된 하원의 선거전 양상은 2018년 중간선거 당시로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대체적으로 민주당의 수성이 전망 되고 있다. 그런데 엘리엇 엥겔(민주-뉴욕) 하원 외무위원장이 예비선거에서 탈락하여 민주당의원 3인이 그 후임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가운데 누가 위원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양태가 달라질 것이다. 또한 만약 민주당이 제117회기 상하 양원을 모두 지배하게 되면,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이른바 정치적 단정함(political correctness)을 앞세워 그에 대한 탄핵소추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예전에 없던 네 가지 중요한 특징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대응이 선거전의 양상 및 그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2) 중국에 대해 누가 더 강경히(tough)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 (3) 트럼프 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간의 대결이 이면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 (4) 양당후보 모두가 자신의 패배에 승복하지 않을 것임을 사전에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우편투표를 포함한 개표결과는 내년 초에나 확정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어, 이번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COVID-19 사태는 양당 후보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위스컨신주 밀워키에서 개최하려던 전당대회를 예정보다 한 달이 연기된 8월17~20일간 화상으로 열었고, 공화당도 8월 24일~27일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반(半)화상으로 진행한 후 백악관 잔디밭(South Lawn)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수락연설을 했다. 이 사태 초기의 국민적 위기위식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결집하는 효과를 시현함으로써, 종전에 40% 내외를 기록해오던 트럼프지지율이 49%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1) 백악관이 COVID-19 브리핑을 재선을 위한 유세장으로 이용한 데 대한 비판, (2) 방역당국자들과의 불협화음, (3) 늑장대처, (4) 살균제 인체주입에 관한 논란 등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결집효과(rally effect)는 사라지고 지지율이 다시 40% 이하로 하락했다가 극히 최근에야 회복국면에 들어선 양상이다. 그러나 COVID-19 백신은 11월 1일부터 배포하는 일정이 준비 중이므로 그 효과는 선거 이후에나 나타날 전망이다.

금세기 미국선거의 판세를 결정해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내경제 상황이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주요쟁점은 의료제도(26%), 경제(21%), 시민권 및 이민문제(18%), 기후변화(11%)의 순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대통령 취임 이래 이어온 견고한 경제성장률, 낮은 실업률, 임금상승률 등이 그의 재선가능성을 높여왔었으나, 앞 으로는 국내경기가 하루빨리 저점을 찍고 급반등하여 V자형 곡선을 그려야만 역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급해진 트럼프는 8월 8일 (1) 급여세의 연말까지 유예, (2) 추가 실업수당 연장, (3)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4)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을 위한 1조 달러 규모 예산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자신이 재선되면 급여세를 무기한 면제하고 추가소득세 및 양도소득세의 감면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양당이 경기부양책을 놓고 2주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도출에 실패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통령선거는 미국이 50개주의 연합체라는 정체성을 반영하므로 투표자로부터의 실제 득표수와 관계없이, 대부분 승자독식(winner-takes-all)의 각주 선거인단 총538명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누가 다수의 경합주(swing states)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양공업지대(rust belt)로 꼽히는 3개주(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및 남부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경합주로서 총 101명의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선거인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주(29명)의 향배가 당락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선거에서 전국적 득표수가 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5회나 있었으며, 2000년 및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후보가 민주당후보보다 전국적 득표수가 더 적었음에도 불구,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함으로써 당선되었다. 그 다음으로 선거인이 많은 곳은 펜실베이니아주(20명)로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고했던 인사는 아주 드물었다. 그들 가운데 대표적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학교 교수는 13개 주요변수를 분석한 결과,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대표적 인사인 마이클 무어 다큐멘터리 감독은 트럼프의 역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선거를 8주 앞둔 현 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바이든의 당선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변수는 (1)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트럼프 지지자들(shy Trumpers)의 실제 투표율, (2)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흑백갈등 관련 법질서 유지를 지지하는 흑인유권자의 투표율, (3) 공화당 지지층의 열성 및 충성도, (4) 저학력 백인의 투표율, (5) 9월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시작될 대통령후보 간 3회 및 부통령후보 간 1회의 TV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 (6) 전국총기협회(NRA) 등 보수파 정치행동단체들(PACs)의 활동, (7) 트럼프진영의 양호한 모금실적 및 바이든진영 대비 무려 3배 가량의 광고비 지출, (8) 미・중 간의 첨예한 대립양상 관련 미국 국내여론 동향, (9) 해리스 부통령후보 인선에 따른 전당대회효과(convention effect)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 (10) 민주당 전당대회 후 여론조사 결과 양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격차가 오히려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고 공화당 전당대회 후에는 더욱 좁혀진 점 및 향후 이런 추세의 가속화 여부, (11) 소위 10월 경악(October surprise)의 실체, (12) 트럼프 진영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현직자 이점(incumbent premium)의 실제효과 등 다양하다.

이번 선거를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구도로 몰아가면서 유세현장 출현을 극구 회피해온 바이든은 트럼프의 맹렬한 추격에 대응하여, 8월 31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5개월 만의 첫 현장유세에 돌입하였다. 트럼프가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사건 발생지인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9월 1일 방문한 데 대해서도 9월 3일 그곳 지역행사에 참석함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9월 11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 소재한 9・11테러 19주년 추모식장이나 그 주변에서 양 후보가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이 2개 경합주는 이번 선거의 주요 승부처로 부상하여 양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지극히 근소해진 곳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에 비추어, 우리정부로서는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추이에 관한 주류언론의 보도내용만 주시하거나 어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가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본질적인 변화는 조세, 의료제도, 이민, 성소수자 차별금지, 낙태 제한, 대법관 임명 등 주로 국내정책에서만 클 따름이지, 초당적 대외정책의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는 가운데 정책집행의 속도, 정도, 세부적 방법 및 양태(style) 등에만 다소의 변경이 예견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자가 확정될 때까지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 정강정책이 동맹국 중시의 회복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주한미군의 일방적 철수 또는 감축 논의나 방위비분담금의 과도하고 무리한 증액요구와 같은 동맹의 정체성을 저해하는 행태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하고 미국상품수출(Buy American)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으므로 우방국들과의 과거와 같은 무역마찰이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공개적 대응활동이 왕성해질 것이다. 상원외교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바이 든이 당선된다면, 국제협약 및 국제기구로부터 미국이 탈퇴하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음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미 탈퇴한 협약 및 기구에 복귀함으로써 범세계적 지도력(global leadership)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앤써니 블링큰(1962년생) 전 국무부부장관, 제이크 설리번(1976년생) 전 국무부정책실장 등 젊은 세대와 웬디 셔먼 전 국무부차관 등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정부는 이들과의 전략적 소통 및 협력을 새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긴밀히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 언론브리핑에서, 자신이 재선되면 유임을 원하는 각료만 남기고 전원 경질하겠다고 언급하였다. 현재 중국에 대한 총공세(all court pressing)에 앞장서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부장관,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장 등은 경질의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정부는 이들과의 정책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부가적으로 정작 우리나라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측면은 미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중국 및 북한의 반응일 것이다. 따라서 2020년 미국선거 동향에 대한 한반도와 그 주변국들의 반응을 살펴볼 때 남북한, 일본 및 러시아는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고 있고 오직 중국만 바이든의 당선을 희망하고 있음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 김재범 대사(jaebum50@naver.com)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정책·북한부장, 주우루과이 대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외교특임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미협회 상근부회장, 국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을 맡고 있다.(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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