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에 대한 ‘지구전(持久戰)’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중국의 미국에 대한 ‘지구전(持久戰)’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 이강국 前주 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 승인 2020.09.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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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미국이 대이란 및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ZTE(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제2 통신장비 업체)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하는 제재를 가하자 ZTE는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으나, 벌금 납부와 경영진 교체 등 미국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후 제재가 해제되어 가까스로 살아남게 됐다.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과 화웨이에 대한 제재, 대만과의 관계 긴밀화 등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2020년 7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Communist China and the Free World’s Future)’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시진핑 총서기는 실패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고 규정했다. 또한, “자유세계 국가들이 단결해 새로운 독재에 승리해야 한다”면서 “만약 자유세계가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이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이 ZTE를 제재할 때만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으나, 화웨이를 제재하자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부상 제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계되는 대만문제에 이어 체제문제까지 건드리자 미국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 유화파와 강경파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7월 30일 시진핑 주석은 대미항전 전략을 논의하는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환경이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구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었던 2019년 초에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의 『지구전론(持久戰論)』을 읽는 모습이 관영매체들을 통해 공개된 바 있으나, 시진핑 주석이 ‘지구전’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미국에 맞서 ‘지구전’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였다.

중국 공산당의 ‘혁명 성지’로 불리는 산시성 옌안의 양자링(楊家嶺) 황토언덕에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주더를 비롯한 공산당 지도자들이 살았던 요동(窯洞·토굴)이 남아있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요동 입구에 놓여있는 작은 책상에서 항일전의 강령적 문헌이 된 『지구전론』을 썼다고 한다. 장제스 군대에 쫓겨 옌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장쉐량에 의한 시안사변(1936.12.12.)으로 제2차 국공합작이 이루어져 기사회생한 마오쩌둥은 1938년 5월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과 정면 승부에 말려들지 않고 유격전 등 유리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투쟁으로 무너뜨린다”는 지구전 전략을 제시하였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지구전 전술에 따라 항일 투쟁을 전개하였는데, 실제로는 항일전쟁보다는 장제스 국민당과의 대결에 전략적 중점을 두었으며, 결국 일본의 항복 이후 전개된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중국 대륙을 석권했다. 이 때 마오쩌둥이 구사한 전술이 ‘담담타타(談談打打)’이다. 이것은 통일전선전술로서, 불리할 때는 대화 카드로 위기를 넘기고 유리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만전술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전술과 사회주의 전술을 혼합하여 전략·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술을 집약한 것이 ‘36계’이며,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이웃 나라를 공격한다),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 이일대로(以逸待勞·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린다) 등이 망라되어 있다.

마오쩌둥의 지구전은 ‘이일대로’ 전술과 유사하다. 이것은 아군의 전력이 상대보다 약할 때 수비에 치중하는 한편, 전열을 가다듬어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린 뒤에 공격하는 전술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구전을 택한 것은 미국이 아직은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월등하고 첨단과학기술이 앞선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가진 장점, 즉 14억 명의 인구에 기반한 내수 시장과 세계 2위로 성장한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실력을 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국가 가운데 중국만이 유일하게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대공황 이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는 등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시간은 내 편’이라고 확신하면서, 지구전으로 버티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전랑(戰狼·늑대 전사)’처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공세에 거침없이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 외교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중국이 ‘늑대 전사 외교(wolf warrior diplomacy)’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웨덴 주재 중국대사가 현지 공공방송 인터뷰에서 스웨덴 언론을 중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면서 헤비급 권투선수에 도발하는 라이트급 선수에 빗대며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도 영국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지구전 전략을 펼칠 것인가? 첫째, 우호적인 인접 국가들을 우군으로 확보하여 블록 형성을 통해 맞서려 할 것이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중심으로 ‘보건건강공동체’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CO 회원국은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이며, 전 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 명의 지역협의체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정보기술(IT) 퇴출을 위해 미국이 추진 중인 ‘청정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에 맞서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중국=기술 도둑’이라는 미국의 프레임을 깨는 동시에, 친중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데이터 안보의 국제기준을 스스로 정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내수 중심 경제 발전 전략을 실시할 것이다. 공산당 정치국은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4·5계획: 2021∼2025)에서 내수 확대를 경제운영의 새로운 전략으로 삼기로 하고 ‘국내 대순환론’ 전략 추진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내수 위주의 자립 경제에 집중해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경제전략의 핵심이었던 수출 중심의 대외 개방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전면 심화 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전략이라고 천명하면서,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와 국제 간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조를 형성하는데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셋째, ‘담담타타’ 전술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샤프 파워(sharp power·비밀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를 동원한 호전적인 외교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키워주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매파로 알려진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교수는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고 통절한 반성을 제기하고,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각국의 반중 정서가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산당 지도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은 강경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전면적으로 대항할 의사가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변학자들 역시 지나친 ‘늑대 전사 외교’ 전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주문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샌드위치 압박을 받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한국이 중국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GDP가 세계 12위 규모이고 IT 산업이 발달한 제조업 강국이며, 특히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자국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중패권 경쟁 국면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국가관계 및 이념적인 측면이다. 중국은 북한의 6・25 남침 기획에 참여하고 개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동개입 조항’을 담고 있는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는 북한의 강력한 후원국이다. 그리고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공산당 일당 체제의 국가이다. 전임 정부에서 한・중관계가 역대 최고관계라고 하였고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여 천안문 망루에 올라가 축하해 주었으나, 사드배치 문제로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하여 보복조치를 한 바 있다. 한국적인 시각으로만 중국을 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중국의 체제, 특히 시진핑 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일본, 유럽, 호주, 대만 등을 아우르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표준화 작업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중국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호혜공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싹쓸이 형태로 중국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전개되어 온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제4차 산업혁명을 자국 위주로 전개하려할 것이고 한국 기업이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종속될 우려가 크다. 반면에 미국, 유럽, 호주 등에는 한국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넓다. 반도체, 통신장비,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시장도 크다. 무엇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 표준화 작업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전략적인 측면이다. 미・중패권 경쟁이라는 신냉전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홍콩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있고, 제2전선은 대만해협에서 형성될 것이며, 제3전선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 한국에 대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다. 미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정세 흐름에 실용적으로 대응하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동맹’을 중심에 둬야 하며,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여 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와 주중국대사관, 주 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을 저술하였다. 지금은 성균관대학 출강과 함께 STARTUP TODAY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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