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해양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미・중 해양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 이선진 前주인도네시아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08.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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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에도 불구, 미국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 대륙 세력(land power) 중국이 해군력 증강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자, 미국의 해양 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두 나라 해양 패권경쟁이 앞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앞으로 주한 미군 문제를 포함 여러 가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두 대국이 함께 할 만큼 넓다”고 해양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시진핑은 대륙 세력으로서 중국발전의 한계를 내다보고 해양강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해군 현대화, 해양 경비대 증강, 상선 및 어선단 조직 등 전(全)방위적이다.

중국 해군의 목표는, 우선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제1岛链, 대만 수역 포함)를 방어한다. 나아가, 서태평양의 괌(제2岛链)까지 투사능력을 넓혀 전시에 미군을 차단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뻗어나는 해상교통로(sea lane)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도-태평양에 군용 및 상용기지를 확보하려고 노력중이다. 지난 1년 동안 인-태에서 해양조사 건수는 미국, 일본, 인도 3나라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 의회 CRS 보고서(2020년 4월)에 의하면, 중국은 주요 함정 보유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다. 질(質)적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하지만, 중국 군사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 근해에서는 이미 미국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미국 평가들이 나와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중국을 경쟁자(rival)로 규정하고 인- 태 전략(FOIP)을 제안하였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장과 활동을 국제해양법상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7월 13일, 폼페이오 장관), 항공모함 2척을 동시 투입하는 등 자유항행작전(FONOP)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남태평양,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목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이다.

미국 해군은 최신예 전투기와 함정을 포함 미국 함대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다. 함정 운영 패턴을 수정하고 무인 함정을 증강하며, 새로운 해군/해병대 연합 작전 구상 등 중국에 대항하는 방안들을 개발 중이다.

이와 관한 사례를 소개하면, 7월 25일 일본 지지통신은 미 해병대 사령관의 인터뷰기사를 실었다. 2027년까지 1,800~2,000명 규모의 3개 해병연대를 창설, 오키나와, 괌, 하와이에 순환 배치한다. 이 해병연대는 장거리 대함(對艦) 및 대공(對空) 미사일로 무장하고 유사시 도서에 전개하여 중국 군함과 항공기를 공격, 미 해군의 제해권 확보를 지원한다. 동 사령관은 일본 자위대가 수륙상용차, 수송기, 스텔스 전투기(F-35)를 보유하고 있어서 미 해병대와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한편, 일본은 작년 중국 해군과, 공군이 서태평양으로 훈련 나갈 때 자주 이용하는 센카쿠 열도 인근 Miyako 해협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였다. 유사시 일본이 중국 함정과 전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해군력과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미・중 군사력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정치, 경제, 이념 등 전면 공세를 펴고 있다. 군사 전략변화와 미군의 구조조정도 진행 중인바, 한국 주둔 미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현재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북한의 핵 위협과 함께, 장래 있을 중국군의 위협을 감안하면 동맹국 미국을 도와야 하지만 한반도가 미・중 경쟁의 각축장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 금년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정책의 향방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러한 ‘불확실의 시기’에, 한국은 무엇보다 미국, 중국 관계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돌발행위(THAAD 배치의 예)는 자제해야 한다. 다만, 중국 등 주변국에게 한국의 자주 국방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군 증강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전시작전권 반환문제를 조기 매듭지었으면 좋겠다.

* 이선진 대사는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주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역임하고,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로 재직했다. (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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