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드림' 안고 떠난 1033명, 그들의 슬픈 자화상... '돈데보이' , 소월아트홀에서 11일부터
'멕시코 드림' 안고 떠난 1033명, 그들의 슬픈 자화상... '돈데보이' , 소월아트홀에서 11일부터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8.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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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우리 역사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창작극 '돈데보이 Donde voy'가 8월 11일 소월아틀홀에서 막이 오른다.

공연 연습중인 배우 이화영
출처 : 극단 유목민

<돈데보이 Donde voy>는 극단 유목민이 정경진 작가와 함께 1905년 ‘묵서가(멕시코의 한자음역어) 이민사건’을 심도있게 다룬 연극이다. 극단측은  "정보가 빈약한 상황에서도 '원작의 고증에 충실한 스토리와 믿고 볼수 있는 배우 이화영, 이태훈을 비롯해 폭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 중남미 선율이 담긴 라이브 연주로 연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 연습중인 배우 이태훈과 이화영
출처 : 극단 유목민

아프고 슬픈 우리의 역사 중 하나인  ‘멕시코 계약 노동이민’ 사건은,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애니깽>과 김영하의 소설 <검은꽃>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세기 초 ‘멕시코 드림’을 안고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간 한인 디아스포라[재외동포]의 모습은 빈부격차와 사회불공평이라는 자본주의 모순이 깊어지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파장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출처 : 극단 유목민

1905년 제물포항에서 멕시코이민선에 오른 1033명의 한인들은 목숨 걸고 노예 같은 생활을 견뎌내지만 막상 계약이 끝난 후에는 갈 곳이 없어진다. 한일합방으로 국적을 잃고, 멕시코 혁명으로 신분증마저 빼앗긴 그들의 선택은 현지인으로 귀화하거나 쿠바로 건너가는 것뿐. 노래가사로 잘 알려진 스페인어 ‘Donde voy'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뜻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의 처절한 삶과 애환, 고국에 남겨둔 연인을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담고 있으며, 고국, 가족,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해 준다.

반목과 대립의 시대, 차범석 희곡상 당선작 <푸르른 날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정경진 작가가 고통의 역사를 무대 위에 재현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 소환하여 전 세대와의 화해를 도모하고 연대감을 회복하고자 한다. 연출은 극단 유목민 대표인 손정우 경기대 교수가 맡았다. 손 연출은 2012년•2013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제3회 셰익스피어어워드 연출상, 2019년 루마니아 바벨 페스티벌 베스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무대언어와 연출역량을 인정받은 손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도 치밀한 원작 해석과 시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감각적인 무대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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