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중국의 一帶一路(일대일로) 사업 전망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一帶一路(일대일로) 사업 전망
  • 송금영 前주탄자니아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08.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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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3년부터 약 3조억 불의 외화 보유고를 토대로 전 세계적으로 중국 중심의 물류망 구축을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2020년 5월 말 현재 67개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중국은 지난 6년간 약 2,000억 불의 차관을 제공했으며, 2027년까지 1조 3천억 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을 2016년 창립하였으며 회원국이 2019년 7월 말 현재 100여 국이고 세계 총생산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그간 일대일로 사업은 열악한 지역에 인프라 구축과 자원 개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역내 통합과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기여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 발생 이전에 중국의 교통망 구축 사업이 아시아 참가국들의 국내총생산을 최고 3.4%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발병이후 세계경제가 침체되자 개도국의 사업 취소와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 채무국의 대중국 외채 증가 등으로 일대일로 사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한 국가 간 decoupling 현상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 노동자들의 개도국 이동이 통제되자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일대일로 사업이 중단되고 있다. 전 세계 130여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중국인의 입국을 규제하였으며, 중국정부도 개도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노동자들을 송환시켰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 될수록 일대일로 사업의 지연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개도국들은 일대일로 사업을 취소하고 있다. 이집트는 금년 2월 세계에서 2번째 큰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44억 불)을 연기하였으며, 4월 탄자니아 정부는 100억 불의 바가모요 항만건설 사업이 중국에게 99년 임차 등 불리하게 계약되어 있다고 하면서 취소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4월 파키스탄은 300억 불의 발전소 건설비 상환 조건을 완화 해줄 것을 중국정부에 요청하였다.

개도국들의 취소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하면서 수십억 불의 중국 차관으로 건설될 인프라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지난 6년간 일대일로 사업의 결과를 볼 때 중국이 자금 지원,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과정을 독점하여 사업비가 과도하게 책정되었으며, 공사의 부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대부분 중국인 고용과 중국산 기자재 사용으로 자국의 경제발전 기여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셋째, 개도국의 대중국 부채문제이다. 해외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이 개도국에 제공하는 차관은 이자율이 높은 단기의 상업성 경화차관(hard loan)이며, 분쟁 시 중국법에 따라야 하며, 차관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채무국의 자산 압류 등 채무국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사업으로 2013년부터 2018년간 아프리카에 약 1,400억 불의 차관을 제공하였다. 동아프리카 개도국은 2018년 4월 현재 대중국 외채가 294억 불이었으며 경제가 어려워 외채 탕감과 상환 연기를 요청해 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외채 탕감에 소극적이며 대신 재조정 협상을 통해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고 있다.

2020년 4월 세계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이 2019년 2.1%에서 2020년 -5.1%로 지난 25년간 최악의 경제침체를 전망하고 이들 국가들의 외채상환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최근 아프리카 개도국들도 2020년 중국에 지불해야 하는 80억 불의 외채 상환금의 탕감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중국과 G20 회원국들은 아프리카 등 73개의 채무국에게 120~140억 불의 외채상환을 금년 말까지 일단 유예시키기로 합의하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아프리카 개도국들은 국내 자본과 외환이 부족하여 외채 상환이 어려우며, 채무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넷째, 미국과 인도, 일본의 견제이다. 일대일로 사업의 목적이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인 만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여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일대일로 사업이 자유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개도국에 대한 채무의 덫 외교라고 비난하고 개도국에 대해 600억 불의 지원을 공약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잘못으로 금년 초 코로나19가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비난하고 5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주창하였으며, 7월 중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 주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도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680억 불) 등 일대일로의 목적이 중국의 아시아 지배에 있다고 비난하고, 이에 대항하여 아프가니스탄 인프라 구축 등에 30억 불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중국・인도 간 국경선 충돌로 양국관계가 악화되었고 인도는 5세대 이동통신 구축 사업에 중국기업의 배제를 선언하였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16년 아시아 인프라 구축에 1,100억 불의 투자를 공약했고 인도와 함께 미얀마와 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11월 미국, 호주, 일본 등 태평양 연안국들은 Blue Dot Network를 설립하여 일대일로 사업에 대항해 나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주요국들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Digital Silk Road 구축 등 외연을 확대하면서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경제제재조치를 당하자 이에 대항하여 30년간 4,000억 불의 가스수출계약 체결 등 중국과 실질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에게 금융 지원을 통해 일대일로 사업을 위한 유리한 여건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은 2020년 6월 말 현재 카자흐스탄에 7억 5천만 불, 터키에 5억 불 등 회원국들에게 55억 불 상당의 긴급자금을 지원하였다.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개도국 일부는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 강국으로서 큰 위기가 없는 한 일대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의 회원국으로서 일대일로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최근 미국은 반중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 신냉전과 미・중 간 패권경쟁의 악화로 이들 두 나라 중 한 나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안보와 북한의 비핵화, 민주적인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자주적인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송금영 대사(geumyoungsong@gmail.com)는 주탄자니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과 한반도 정책’(2004, 국학자료원), ‘유라시아를 정복한 유목민 이야기’(2018, 민속원) 등이 있다. (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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