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시달리는 메콩강 - 우리 함께 인류의 공동자산 메콩강을 살리자 -
삼중고 시달리는 메콩강 - 우리 함께 인류의 공동자산 메콩강을 살리자 -
  • 정해문 前주그리스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08.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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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큰 강’, 동남아의 젖줄, 메콩강이 말라 가고 있다. 하류 유역의 극심한 가뭄과 상류 중국 유역의 수력발전 댐 건설로 메콩강 전체 수계는 심 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 생산성 저하 와 어획고 격감으로 하류 유역이 식량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생태계 파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공급사슬 붕괴 현상을 유발하여 강 하류 지역의 식량 부족과 물가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메콩강은 전장 4,500㎞로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및 베트남을 굽이굽이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으로 보통 때 연간 2.6백만 톤 이상의 물고기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 어장이다. 수천 년 역사를 거치면서 무려 6천 6백만 유역 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애환을 간직하면서 낙천적 공동체를 꾸려온 메콩강이 과연 그 본래의 모습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바닥을 드러내는 인근 저수지와 수심 얕은 강기슭을 느릿느릿 배회하는 활기 잃은 물고기 떼는 바로 수천만 유역 주민들의 수심 가득한 얼굴을 담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작년 메콩강 하류 수위는 60여 년 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라오스의 경우, 수도 비엔티엔 구간의 메콩강 수위가 보통 때 수준보다 거의 7m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건조한 기후로 경작 가능 농지의 40%만 모 이양이 가능했다. 캄보디아는 하류 메콩국가 중에 가뭄의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쌀 농지 4만 5천 헥타르의 피해를 입었으며, 수력발전소를 가동할 물이 적어 수개월 간의 정전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는 상류 수력발전 댐으로 인한 하류 강물 흐름의 변경과 기후변화 및 남획으로 최근 급격한 어획량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작년 일부 지역에서는 어획고의 80~90%까지 감소를 겪었다. 캄보디아 국민들이 소비하는 단백질의 3분의 2는 메콩강에서 잡는 생선으로부터 나온다.

태국에서는 메콩강 바닥에 형성된 토사 퇴적 더미가 너무 말라 땅에 균열이 가고 한 때 잎이 무성했던 덤불은 바싹 말라버렸다. 강바닥에 노출된 잉어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태국의 지방은행 Krungsri는 이런 바짝 마른 건조 기후가 태국 GDP에서 15억 불은 족히 잘라낸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태국의 비수기 쌀 생산이 40~54%가 감소할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메콩강의 물 흐름 부족 사태는 메콩 삼각주로 바닷물의 역류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3만 헥타르의 벼 재배 논이 염수로 침수되었으며 벼 이양 시기를 변경하여 대처함으로써 주식 생산 감소라는 위험은 피했으나 여전히 베트남의 올해 미곡 생산량은 전년 대비 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올해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을 7%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이미 메콩강 상류 본류를 가로질러 11개의 댐을 건설하였으며 8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강 하류 국가들은 이미 2개 댐을 건설하였으며 7개 댐 추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상하류 국가들 모두 본류 댐 이외에도 지류에 다수의 댐을 가동하거나 건설하고 있어 메콩강 생태계에 대한 압박은 가중되고 있다. 하류 유역의 가뭄이 메콩강의 위축에 큰 책임이 있음은 틀림없으나 강우량 부족만으로 전체 상황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환경 분야 자문회사 ‘Eyes on Earth Inc.’의 새로운 연구 보고서는 메콩강 상류 중국 유역에 세워진 11개의 댐이 하류의 물 부족을 악화시켰다고 주장 한다. 상류 댐 건설 전 우기에는 하류 메콩은 보통 범람하며 건기에는 물이 빠진다. 그런데 2012년 상류의 첫 큰 댐들이 가동하기 시작한 이래 이러한 연례 강물 흐름의 ‘맥박’이 꺾이게 되었다. 즉, 건기에는 보통의 경우 보다 더 많은 물이 하류로 보내지며 우기에는 더 적은 물이 하류로 보내진다. 상기 보고서는 또한 2019년에 중국 역시 가뭄을 겪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중국 유역에 보통 때보다 더 많은 비와 눈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모든 수량이 하류로 흘러갔다면 강물이 태국에 도착했을 때 강의 수위는 7~8m 정도였을 것이다. 실제로 그 수위는 3m 이하였다. 중국의 댐 두 개면 미국 메릴랜드 주 Chesapeake Bay 만큼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다. Chesapeake Bay는 11,000 평방㎞ 이상의 면적을 보유한 강어귀이다. 건기에 메콩강의 상류는 하류로 흘러가는 유량의 약 40%를 공급해야 하는데 ‘중국이 기본적으로 수문을 잠가 버렸다’고 앞서 인용된 자문회사측은 주장하면서, 중국이 수문을 열면 ‘가뭄을 완화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메콩강위원회(MRC, 캄보디아・라오스・태국・베트남 등 4개국 정부 간 메콩강 관리문제 조정 협의체)는 가뭄이 메콩강의 빈약한 물 흐름의 주원인이었지만, 중국 댐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댐 건설을 제한하거나 강 하류 국가들에게 최소한의 물 배분을 보장하는 어떠한 공식 약속도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메콩강 수위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 하류 국가들은 중국이 언제 댐의 수문을 닫고 열지 알고 싶어 한다. 농민과 어민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중국이 할 수 있을 때 가뭄 완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이미 중국이 상류의 수위와 계획된 댐의 방수에 대한 일부의 정보를 메콩강위원회에 제공하고 있어 이 정보가 강 하류 지역의 홍수 통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좋은 협력 사례이다. 또 다른 고무적인 조짐도 있다. 작년 11월 Lanchang-Mekong 협의체(2016년 메콩 국가들 간 수자원, 연계성 및 무역 증진 등을 위해 중국 주도로 창립된 기구)는 메콩강위원회와 공동으로 작년도 메콩강 하류 유역 가뭄의 원인을 조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메콩 유역에서 개발과 환경의 조화 문제는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압력그룹인 ‘International Rivers’의 Maureen Harris는 메콩강이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메콩강을 구하기 위해서는 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추가 댐 건설 계획을 버려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년 3월 캄보디아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메콩강 상에 수력발전소 프로젝트 건설 유예를 선언하였다. 다른 나라들이 따르지 않으면 ‘수천년 동안 인류에게 알려진 메콩강 유역이 미래에는 똑같지 않을 것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때마침 나오고 있다.

메콩 지역은 성장 잠재력이 넘치며, 아세안 통합 심화와 2025 아세안 공동체 청사진 완성의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인도와 국경을 접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상, 중국은 일대일로의 동남아 거점으로 이 지역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11월 부산에서 메콩강 유역 5개국과 함께 역사적인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사람, 공동 번영 및 평화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메콩・한강 선언”을 채택하였다. 양측은 메콩강 유역 개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통합 수자원 관리 협력 사업을 계속하기로 하고 메콩 지역의 생물다양성, 산림 관리 및 환경 인프라 협력을 통해 메콩 지역의 환경 보존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가뭄과 상류 댐건설 그리고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메콩강이 한국인의 시급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메콩강을 살리는데 우리의 정성을 쏟아 붓자. 동남아를 넘어 인류의 자산인 메콩강이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코로나 이후 시대에도 ‘어머니의 큰 강’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 정해문 대사는 주그리스대사, 주태국 대사,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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