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백두대간 ‘하늘길’… "종주기를 넘어 한편의 교향곡"
<신간>백두대간 ‘하늘길’… "종주기를 넘어 한편의 교향곡"
  • 이종현 기자
  • 승인 2009.12.18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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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백두대간은 그저 그런 산길이 아니었다. 그저 높은 산들이 이어진 산줄기가 아니었다. 생명을 허락하고 몸 붙여 살아갈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준 신성한 하늘이었다”

백두대간을 걷는 감동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린 ‘백두대간 하늘에 서다’(지은이 최창남)가 출간부터 화제다.

단순한 종주기가 아닌 자연과 숲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애정,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 등이 하나의 교향곡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

백두대간 ‘하늘길’

마루금은 하늘 길이었다. 하늘이었다. 생명의 원천이었다. 신앙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들어가려면 하늘을 여는 문인 개천문(開天門)을 지나 하늘의 봉우리인 천왕봉에 올라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산길을 잇고 이어 ‘가장 큰 지혜를 주는 산’인 민족의 영산 백두산(白頭山)의 하늘못 천지(天池)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이 ‘하늘’에 닿아 있고 백두대간이 ‘깨달음과 지혜’를 담고 있다고 여겼고 백두대간을 하늘의 세계로 인식했다. 선조들이 백두대간을 하늘 길로 생각한 것은 백두대간 마루금이 하늘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백두대간이 모든 생명이 몸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땅과 물과 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은 1정간, 13정맥, 그리고 수많은 지맥(支脈), 기맥(岐脈)을 이 땅에 풀어놓았을 뿐 아니라 열 개의 큰 강을 품어 흐르게 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아갈 수 있도록 품어주었던 것이다. 생명과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을 준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선조들이 백두대간을 하늘에 속한 신성한 산줄기이자 하늘 길로 생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막히고 끊어진 하늘길

백두대간은 온전히 사람들에게 돌려져야만 한다. 이 땅에 몸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하늘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 닫힌 길은 마땅히 열려야 하고 끊어진 길은 마땅히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하늘길은 곳곳이 끊어져 있고 막혀 있다. 석회석 광산이 있는 자병산은 이미 산 자체가 사라졌고 채석장이 있는 금산 역시 파헤쳐져 산의 형체를 잃었다. 백두대간 마루금 곳곳은 국가 시설물이나 고랭지 채소밭, 송전탑, 도로, 무덤 등으로 인해 끊어지거나 막혀 있다. 길은 있으나 갈 수 없는 곳도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입산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생태계를 보호하고 숲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욱이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이니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백두대간은 단순히 산줄기가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백두대간은 삶의 원천이요 신앙의 대상이었기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돌려져야 한다. 자유롭게 마루금을 걸으며 이 땅을 자랑스럽게 다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무엇 하나 소홀히 대하지 않는 숲

산길 걸으며 때로 들끓고 때로 착잡하고 때로 고요했다.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로 인해 들끓었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착잡했다. 산은 때로 들끓고 때로 착잡한 마음으로 들어온 그를 언제나 말없이 따스하게 품어주었고 고요함으로 감싸주었다. 고요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했다.

저자는 숲을 걸으며 우리 사회가 숲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생명일지라도 존중하는 생명 존중의 사회, 인간 존중의 사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게 되기를 소망했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하지 않게 되기를 소망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서로를 적대시해야 하는 요소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소망했다. [데일리경제]

◆지은이 최창남

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위원
현)(주)참나무숲 대표

▶저서: 초등 6년 읽기 교과서에 실린 동화집 <개똥이 이야기>, 수필집 <그것이 그것에게>, 창작동요집 <우리 동네 아이들><말썽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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