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광장]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화’의 미래
[외교광장]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화’의 미래
  • 연상모 前주니가타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06.0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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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상 모前주니가타총영사​
​ 연상모 前총영사​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염병을 급속히 전파하는 통로가 된 세계화가 향후 존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현재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코로나19가 세계화의 종식을 앞당길 것이라는 일부 전망과는 달리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자체가 세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며,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세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외교가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코로나19로 인해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며, 자유질서는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ies)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어려워지고, 생산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권위 있는 국제정치학자인 스티븐 월트(Stephen Walt)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국제사회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며, 다만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덜 개방적이고 덜 번영하고 덜 자유롭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각국의 국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정부의 역할을 요구함에 따라 민족주의가 증대되고, 이에 따라 과장된 세계화로부터 일부 후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과연 정지하고 퇴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속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화가 무엇인지, 인류역사에서 세계화가 어떤 의미와 위치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화는 상품, 자본, 사람, 아이디어 등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세계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수천 년의 인류역사에서 무역, 여행 등을 통해 꾸준히 이루어져온 것이다.

하지만 1990년 초 이래 세계화가 각광을 받으며 화두가 된 것은 세계화가 과거에 비해 더욱 심화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와 교통혁명 등 기술적인 발전에 기인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화가 국가 간의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에 근거하여 세계화를 인위적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국제정치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신화까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세계화에 대한 낙관론 대 비관론의 논쟁은 끊이지 않아 왔는데,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이러한 논쟁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세계화에 대한 낙관론이 비관론보다 더 부각된 측면이 있었으나, 이번 사태를 통해 낙관론과 비관론을 균형 있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선 세계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기로 하자. 그동안 대부분의 문명권들은 무역을 통해 경제, 문화적 발전을 이룩해왔다.

,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 등을 돌리고서는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발전과 빈곤에서의 탈피는 매우 긴밀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혹자가 우려하는 경제 발전과정에서의 심각한 소득격차 문제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경제적 약자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세계화 옹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세계화가 가져다준 긍정적인 자료를 보자면, 2002World Bank가 발표한 무역과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참고할 수 있다.

, 과거 20년간 GDP에 대한 무역비중이 2배 이상 증가한 24개 국가군(30억 명)과 무역이 감소한 기타 국가군(20억 명)을 비교할 때, 전자는 1990년대에 개인소득이 매년 5%씩 증가한 반면, 후자는 개인소득이 매년 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67년 한국과 가나의 개인소득은 각각 550미불, 800미불이었으나, 30년 후인 1997년에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한 한국은 개인소득이 10,360미불이 되었고 그렇지 않은 가나는 370미불로 감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채택 후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여 2010년에는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은 다음과 같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계가 과거보다 부유해지긴 했으나 엄청난 소득격차와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인류의 20%가 전체 소득의 80%를 가져가버리는 불평등 현상이다. 10억의 인구는 매일 저녁 배고픈 채 잠자리에 들고, 또 다른 20억의 인구는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후진국 내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한편,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무역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세계화의 통로를 통해서 테러와 전염병 등이 확산되기도 한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의 실례를 들자면, 한국, 대만, 홍콩이 이룩한 경제적 성공은 초기 수출주도정책(세계화의 일환) 이외에도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이와 관련, 선진국들은 제3세계를 향해 너희도 잘 살려면, 시장개방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지만 실은 그들 역시 2~3세기 전, 산업이 취약했을 때는 보호무역정책을 썼으며, 보호무역을 통해 잘 살게 되니까 이제 와서 후발국들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1990년대에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유는 물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것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세계화는 모든 국가들을 더욱 상호의존적으로 만들고, 시장을 자유롭게 확대함으로써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국가들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하게 체결되는 등 세계화가 진전되어 왔다.

 당초 클린턴 대통령의 주장은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는 양국의 협력을 증대시켜 우호관계가 촉진 된다는 자유주의적 가정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상대국에 대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무기로 사용하면서,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이 대두되고 있다. , 경제적 상호의존이 국가 간 우호관계를 촉진하는 대신,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경우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자국과 사이가 틀어진 특정국가와의 수출 또는 수입을 금지해 국제무역규범을 파괴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독립적인 국제조사를 주장하자, 중국은 호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유권분쟁 시 일본에 대한 희귀금속류 수출을 금지했고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조치를 취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세계화에 역행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

그는 당초 전략적 경쟁의 일환으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제외시키려는 소위 ‘decoupling’을 추진하여 왔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미국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물건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만 한다.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며,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누려온 중국으로서는 자유무역이라는 세계화를 옹호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디커플링에 대비하고 있으며 내수시장 확대와 기술의 자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세계화를 저해하는 현상이다.

 이와 같이 세계화는 여전히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인류에게 있어 세계화는 피할 수 없으며, 세계화를 선() 또는 악()으로 명확히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앞으로 지구인은 세계화가 지속됨에 있어 가능한 한 선을 확대하고 악을 줄여나가도록 도모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를 선으로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들 알고는 있지만 국가 이기주의로 인해 세계화를 선으로 유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각 국가들은 세계화의 단점도 심각하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세계화는 정지될 수 없다. 세계화는 그 단어가 붙여지기 이전부터 인류역사에서 자연스레 존재해 왔던 것이며, 자국발전을 위해서도 세계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가들은 세계화를 보다 냉정하고 균형 있게 보는 한편 자신의 이익과 연계하여 전략적 관점에서 세계화에 참여하는 속도와 폭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화가 일정한 한도 내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에 의존하여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세계화가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에 휘둘려 인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계화의 추이에 더욱 민감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칼럼 내용은 필자개인 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 연상모 총영사는  주 니가타 총영사,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일본 공사참사관, 외교부 중국과장, 서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성신여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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