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반성 "삼성 무노조 없다. 법 지키겠다.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 코로나19, 기업인으로서 어깨 무겁다"
이재용의 반성 "삼성 무노조 없다. 법 지키겠다.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 코로나19, 기업인으로서 어깨 무겁다"
  • 최세영 기자
  • 승인 2020.05.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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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삼성전자 제공
자료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등과 관련,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전하며 이를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반성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한 점과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부족했다는 자기 반성과 함께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는 세간의 시각을 스스로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며 저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사과했다.

경영권 승계 "더이상 논란 생기지 않도록 할 것.. 법 어기지 않겠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등 삼성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고 전하고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면서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고 말하고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

이 부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이 절박하다고 소회하면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인재영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러주지 않겠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면서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는 그는 그 이유를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삼성노사문화 시대 변화 부응못해..무노조 이제 그만

이 부회장은  ‘노사’ 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자인하고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하고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일며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지칭하고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대한 의견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최근 2-3개월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전하고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사과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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