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7 ] 007 제임스 본드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7 ] 007 제임스 본드 와인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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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아 4월 15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수는 2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는 13만 명으로 치사율은 평균 6.4%로 올라갔다. 우리나라는 현재 감염자 수 10591명에 사망자 수는 225명으로 치사율은 2.12%를 보이고 있다.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은 이미 감염자 62만 명에 사망자는 4만 명으로 치사율은 4.2%이다. 특히 유럽은 감염자 수도 많지만 치사율이 10%가 넘는 나라가 벨기에 13.4%, 이탈리아 13%, 영국 12.9%, 프랑스 11%, 네덜란드 10.7%, 스페인 10.5%로 주요 선진국의 대부분이 치사율 10%를 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높은 치사율은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짐바브웨 16.7%, 알제리의 15.7%, 수단 15.6%, 가이아나 12.8%, 앙골라 10.5%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유럽 여러 나라들의 보건과 공공의료 정책에 커다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독일만 감염자 132300에 사망자 수 3500명, 치사율 2.6%로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참고로 현재 숫자 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나라는 네덜란드 자치령으로 인구가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카리브해의 조그만 섬나라 신트마르턴이다.  52명 감염에 9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17.3%나 된다.

유럽에서도 특히 영국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감염자 수가 94000명 정도이지만 옥스포드대의 감염병진화생태학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6700만 인구 중 이미 절반 이상이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우선 이렇게 감염률이 높은 것은 지도자가 국민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소위 집단면역이라는 섣부른 발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선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렇게 국가 최고 결정권자의 잘못된 리더십이 위기를 키운 또 다른 사례로 미국과 스웨덴이 꼽히기도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자기 자신도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여 최고 통수권자의 유고라는 또 다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에 겹쳐 치사율까지 높은 배경에는 영국의 공공 의료정책이 있다.

영국은 1948년부터 무상의료의 기치를 내걸고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여 현재 150만 명에 이르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150만 명이라는 규모는 미군을 포함한 미국 국방부, 중국의 인민해방군, 월마트, 맥도날드에 이은 세계 5위의 조직 크기이다. 하지만 의료 시설과 장비 수준, 의료진의 인력 등 의료 인프라로는 도저히 선진국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병상 숫자는 2.5개로 독일의 8개와 프랑스의 6개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의료진의 인력도 부족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8명으로 영국과 EU 27개국 중 꼴찌 다음인 27위이다. 그리고 부족한 의료진은 외국인으로 채우는데 인도, 필리핀 등 외국 출신 의사가 13%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기준, 응급실에서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환자의 비율이 29%나 된다. 이는 정부가 직접 의료 기간시설을 운영함으로 인해 시설, 장비에 대한 투자 및 직원들의 성과를 자극할 동기가 부족하고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병상수가 인구 1000명 당 12.3개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우리나라 의사의 수는 2015년 기준 영국(2.8명) 보다도 낮은,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OECD 35개 국가 중 1.8명인 터키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미국과 캐나다는 2.6명이고 의사 비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는 6.6명이다. 그리고 복지수준이 높은 북구의 나라들도 4%대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의료이용 횟수가 16.6회로 OECD 국가의 평균 7.1회 보다 2.3배나 높은 압도적 1위이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의 2.8회에 비하면 오히려 6배가 넘는다. 게다가 의료진의 역량도 높다. 높은 병상 수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의 치사율이 낮은 결정적인 이유이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 여러분들의 노고에 고마움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

이번 주제로 007을 택한 것은 영국이 어쩌다 이럴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007이 세계를 구하는 영화와 같이 시원하게 빨리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극 중에서 007이 와인을 좋아는 점도 있다.

코드번호 007인 제임스 본드는 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로도 불리는 영국의 첩보기관 MI6 소속이다. MI6는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의 약자로 특이하게 외무부 소속이다. 참고로 MI5는 군사 정보부이다. 007에서 00이라는 것은 MI6에서 임무 수행상 살인이 불가피한 경우 국가가 이를 책임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코드번호에 00을 가진 요원은 3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인면허(License to Kill) ’는 로저 무어가 주연한 16번째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현재 MI6는 2006년 이후 신문과 페이스북으로 요원을 채용할 정도로 상당히 많이 개방되었다.

영화 007시리즈는 영국의 소설가 이안 플레밍이 1953년 처음 발표한 ‘카지노 로얄’을 비롯한 동명의 소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안 플레밍은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정보부에서 위험한 임무에 특수 요원을 투입하는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비밀 첩보원 출신이다. 종전 후에는 선데이 타임즈 기자와 로이터 통신의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가 쓴 총 12편의 007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총 1억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영화는 1962년 시리즈의 첫 편인 Dr. No가 개봉된 이래 2015년의 Spectre에 이르기까지 58년 동안 총 24편이 개봉되었다. 현재 올 11월 개봉 예정으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하는 25번째 시리즈인 No time to Die가 촬영 중이다. 이미 개봉된 24편까지의 시리즈만도 그동안 약 8조 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었다.     

미 개봉 작 포함 총 25편의 영화 중 제임스 본드의 역할은 총 6명의 배우가 맡았는데, 첫번째부터 5번째와 7번째를 합해 총 6편을 쑌 코네리가, 6번째는 조지 레젠비, 8번째부터 14번째까지 가장 많은 총 7편을 로저 무어가 주연했다. 그리고 15편과 16편을 티모씨 달튼이, 17편부터 20편까지의 4편을 피어스 브로스넌이, 2006년 개봉된 21편부터 촬영 중인 25편까지 5편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고 있다. 이들 배우 중 개인적으로 필자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가장 좋아한다.

연출을 맡은 감독으로는 시리즈 25편을 모두 합해 11명이나 된다. 첫 작품에 무명의 쑌 코네리를 출연시켜 향후 007영화가 시리즈로서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한 테렌스 영, 로저 무어와 티모씨 달튼을 기용한 존 글렌, You Only Live Twice의 루이스 길버트, Gold Finger의 가이 해밀턴, 최근의 샘 멘데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개봉 예정인 25번째 영화는 세계적인 독립영화제에서 여러 수상 기록이 있지만 아직 대중적인 작품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일본계 3세 신예감독 캐리 조지 후쿠나가가 연출을 맡고 있어 흥미를 끈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 영화 속의 매력적인 첩보원 제임스 본드 곁에는 늘 함께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미녀와 와인’이다. 이는 원작의 묘사 와도 관련이 있지만 영화 속 007의 인물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제임스 본드는 소설에서는 소다를 탄 스카치 위스키도 좋아하지만 영화에서는 와인과 샴페인, 보드카, 그리고 마티니 같은 칵테일을 더 자주 마신다. Vesper Martini는 Casino Royal에 나온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었다. 마티니를 마실 때 ‘젓지 말고 흔들어 주세요(shaken, not stirred)’라는 대사는 유명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와인과 샴페인에 포커스를 맞춘다. 특히 와인은 제임스 본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와인을 소개한다.

. Bollinger
우선 007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3가지 샴페인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샴페인이다. 1800년대 중반에 세워진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Bollinger House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애칭이 Bolly이다. 1973년 Live and Die 부터 A view to a Kill, Living Daylights, Die Another Day, The World Is Not Enough, 2012년 Sky fall까지 39년 동안 14편의 영화에서 23번이나 선보여 007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Moonraker에서는 거인으로 나오는 조스가 강철 이빨로 Bollinger를 따는 장면이 나온다. Die Another Day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북한의 감옥에서 나와 가장 먼저 1961년산 Bollinger를 찾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 따라 Bollinger는 007 관련 한정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2008년의 Quantum of Solace가 개봉될 때에는 양철로 만든 총알모양의 케이스를 선 보였고, 2012년에는 Skyfall의 개봉을 맞아 002라 불리는 ‘La Grande Annee 2002 스페셜 에디션’을 내 놓았다. 소음기를 부착한 권총모양의 디자인에다 자물쇠를 부착하여 비밀번호 007을 넣으면 케이스가 열리게 제작하여 주목을 끌었다. 2015년에는 Spectre 스페셜 에디션도 나왔다. 엘리자베쓰 영국여왕이 좋아하는 샴페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 와인 샵에서 Bollinger Special Cuvee Brut는 16만원대, 스페셜 에디션은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 Dom Perignon
 첫 번째 영화 Dr. No에서 제임스 본드가 돔 페리뇽 1955산으로 악당을 내리치려고 하자 악당이 그것을 깨트리는 것은 애석하다(pitty)고 한다. 그러자 제임스 본드가 나는 1953년 산을 좋아해서 괜찮다 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From Russia With Love에서는 누구든지 1952년산을 마시는 사람은 악당일리 없다는 대사도 있다. Gold Finger에서는 007이 본드걸에게 Dom Perignon 1953산 이상은 화씨로 38도(섭씨 3도 정도)가 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장면이 나온다. 돔 페리뇽은 마시기 전에 충분히 칠링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Dom Perignon은 워낙 유명하여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랑스 샴페인이다. 현재는 LVMH사 산하 모엣 샹동이 생산한다. 우리나라 와인샵에서 2009년 빈티지의 경우 3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1955년산은 우리 돈으로 100만 원대, 의외로 1953년산은 2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 Taittinger
실제로 소설의 원작자인 이안 플레밍이 좋아했던 와인으로 소설과 영화에서는 여러 번 언급되지만 1963년 From Russia With Love 이후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 Taittinger에 독을 타는 장면이 있어 와이너리가 그 이후 영화부턴 영화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협찬을 거절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Moonraker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자기는 Tattinger를 좋아한다(only a fad of mine)고 말하고는 돔 페리뇽을 마시는 장면도 있는데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Taittinger Reserve Brut는 우리나라에서 10만 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 Chateau Mouton Rothschild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는 1934년산, Gold Finger에서는 1947년산이, Diamond are forever에서는 1955년산이 등장한다. 특히 Diamond are forever에서 웨이터로 위장한 킬러가 제임스 본드가 주문한 클라렛(claret)이라는 단어를 이해 못 하고 클라렛이 없다고 대답하여 정체가 탄로 나는 장면이 있다. 무통 로쉴드 같은 보르도 와인을 영어로는 claret이라고 한다. 반면에 보르고뉴 와인은 burgundy라고 한다. 역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이다. 특히 와인 라벨을 피카소나 샤갈, 달리, 앤디 워홀 같은 유명한 예술가가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라벨은 우리나라의 이우환 화백이 디자인하였다. 가격은 빈티지에 따라 수십 만 원에서 수 억 원까지 다양하다.

. Brolio Chianti Classico
From Russia With Love의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악당 역으로 나오는 로버트 쇼가 이 와인을 시키자 레드 와인이 생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제임스 본드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악당이 끼안티 레드 와인을 달라는 장면에서 정체를 들킨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인 끼안티는 원래 레드밖에 없다. 와인 샵에서 2000년대 빈티지는 대체로 2, 3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 Moselle Piesporter Goldtrofchen
Gold Finger에 나오는 리즐링 와인으로 이를 맛본 본드가 과일 주스인 넥타와 같은 맛이라고 하자 여자 주인공이 무통 로쉴드1947로 바꾸는 장면에 등장한다. 2010년대 빈티지는 3만 원에서 5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 Chateau Cheval Blanc Premier Grand Cru Classe Saint-Emillion 1982
Never Say Never Again에 나온다. 1등급의 그랑끄리급 보르도 생떼밀리옹 와인이다. 이름에 Blanc이 있어 화이트 와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와이너리 이름이 백마를 뜻하는 Cheval Blanc이다. 1982년 산은 가격이 100만 원쯤 한다. 

. Chateau Angelus
이색적으로 두 번의 열차 장면에 등장하는데 Casino Royal의 모스코바 열차 안과 Spectre의 몬테네그로행 열차 안에서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이 마시는 장면에 등장한다. 역시 그랑끄리급 보르도 생떼밀리옹 와인이다. 와인 샵에서의 가격은 2017년산이 25만 원 정도, 2015년산은 90만 원 정도이다.

필자는 여전히 재택근무 중이지만 마음은 제임스 본드이다. 인도양의 천국이라는 몰디브도 코로나 감염자가 20명이 넘었다 한다. 현재 세계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 단지 마음속에서 세계 곳곳의 와인 바를 007처럼 누빈다. 끝.

 


[목요기획]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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