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6 ] 보이지 않는 적 (Invisible Enemy)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6 ] 보이지 않는 적 (Invisible Enemy)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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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들이 주로 집에서 지내다 보니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벌써 한 달 동안 재택근무 중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개인적인 약속도 잡지 않는다. 이럴 땐 특히 창이 훤히 트인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와인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람들이 제한된 공간에 갇힐 때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끼는 것과 앞이 확 트인 전망 좋은 곳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모두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얻어진 본능이다. 숲의 나무 위에서 살다 초원지대로 내려온 인류가 포식자로부터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선 시야가 멀리 확보되고 앞에 장애물이 없을수록 적의 존재를 확인하기가 용이 해진다. 요즘에도 고층의 전망 좋은 아파트가 가격이 높은 것은 이러한 본능의 한 단면이다. 반대로 앞이 막혀 그 뒤로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막연히 불안하다. 깜깜한 밤길이 무서운 것은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나 테마파크에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식 중 하나는 관객이 다음 장면에 무엇이 나타날지 몰라 긴장하는 순간 갑자기 물체나 사람을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적(Invisible Enemy)이 더 두려운 것이다.

 출처 : 교육부 공식 블로그   ⓒ 데일리경제

 대규모 전염병을 일으키는 두 가지 주요 미생물 중 하나인 박테리아를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1600년대 후반에 제대로 된 광학 현미경이 발명되고 나서다. 그 전에는 페스트나 콜레라 등 인류에게 대규모 재앙을 가져온 질병의 정확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박테리아가 발견되고 나서도 한참 후인 1930년이 되어서야 TMV라 불리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통해 바이러스의 화학적 실체가 처음 알려지게 된다.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존재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 역사에 모습을 나타내지만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이때 처음으로 미지의 병원균을 뜻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1932년이 되어서야 박테리아 보다도 몇 백배 더 작은 바이러스를 직접 사람의 눈으로 보게 된다. 발명된 후 얼마 되지 않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해상도는 낮지만 TMV 바이러스가 최초로 촬영됨으로써 인류가 드디어 바이러스를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36년에는 1918년에 전 세계적으로 5억 명을 감염시켜 5000만 명을 사망케 한 스페인 독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된다. 지금은 발전된 전자현미경 기술로 바이러스의 미세한 돌기까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전자현미경의 특성상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볼 수 없다. 아직도 보이지 않는 적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그리고 특히 일상에서는 전혀 존재를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세한 바람 줄기 같은 느낌도 없이 완벽히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에 더 상대하기 어렵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Invisible Enemy로 부르는 이유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일수록 더욱더 철저히 상대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실 직경이 100나노미터도 안되고 10여 개 남짓한 유전자로 되어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패퇴시키고 정복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아직도 모르는 부분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 곤란한 적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인류는 꽤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4월 1일 현재 COVID-19(Corona Virus Disease 2019, WHO 공식 명칭: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코로나19’로 부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 총 감염자 수는 90만 명에 달하고 사망자 수도 5만 명에 육박한다. 치사율도 5%나 된다. 우리나라는 감염자 수 9, 887명, 사망자 수는 165명으로 치사율은 1.67%이다. 미국 한 나라만도 감염자 수가 19만명, 사망자는 4,200명이다. 미국의 치사율은 현재 2.2% 정도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5000만 명 정도를 사망케 해 치사율이 10% 정도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당시와 현대의 항생제나 의료기술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실제 치사율은 2.5% 정도로 보는데,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재의 COVID-19의 치사율은 평균 5% 정도라 상당히 높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는 사망률이 각각 11.7%, 8.9%에 달한다.

보통 치사율이 높으면 감염력은 약하다. 예를 들어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H5N1의 치사율은 60%에 달하나 다행히 사람 사이의 전파력은 제한적이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숙주를 죽이면 자기도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래 살려 두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옮기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한 개체의 중간 숙주에 두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유성생식과 비슷한 모자이크라 불리는 유전자 재편성이 일어나면 치사율도 높으면서 감염력도 높은 치명적인 변종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2009년의 신종플루는 돼지 독감이라 불리는H1N1의 변종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H1N1바이러스가 거의 90년 동안 살아 남아 2009년 신종플루로 돌아왔었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는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된 이후 7번 변종을 만들었는데 이번이 7번째이다. 첫 번째에서 4번째까지는 가벼운 감기, 5번째가 2003년 사스, 6번째가 2012년 메르스, 그리고 이번의 COVID 19가 7번째로 변이된 코로나이다. 7번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계속 감염력이 강화되어 왔다. 한 사람의 감염자가 직접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인원수를 나타내는 감염력 지수인 ‘기본감염재생산수: R0’는 1보다 작으면 유형병이 사그라지고 1보다 크면 감염이 확산되는데 당연히 숫자가 클수록 감염력이 강하다.  R0를 비교하면 신종플루가 1~3, 메르스가 0.4~0.9, 사스가 2~5, 코로나는 2~4 정도로 보는데 그러나 현재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의 전파력을 보면 사스보다도 감염력이 더 높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맞을 것 같다. 치사율은 메르스가 20~40%, 사스가 10%, 신종 플루가 1%, COVID-19는 현재까지 5% 정도이다. 신종플루 때는 감염자가 우리나라에서만 75만명에 이르렀지만 다행히 사망자수는 263명에 그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긴 모습이 일식 때 지구에 가린 태양의 둥근 후광이 왕관처럼 빛나 보이는 것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 theqoo   ⓒ 데일리경제

중간 숙주인 박쥐로부터 시작해 중국사람의 보양식 야생동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이 유력한 전염경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구성성분이 유전 물질인 RNA와 RNA를 보호하는 단백질막, 이 두가지 성분이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갈 수 없어 자신이 감염시킨 세포에 기생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디지털 이미지화 한 COVID 19

세포에 기생하기위해선 일단 세포에 침입해야 하는데, 촉수가 둥근 바이러스 표면에 촘촘히 박혀 있어 어떤 면이든 세포에 접촉하는 순간 쉽게 달라붙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세포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는 집게처럼 생긴 촉수를 통해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열쇠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의 자물쇠 역할을 하는 ACE2라는 수용성 효소에 주입하여 인체의 방어력을 무력화하고 바이러스를 세포와 결합한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결합방식과 유사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어 결합력이 사스보다 최대 1000배 이상 크다는 연구도 있다. 기온이 낮고 건조한 환경에서 더욱 쉽게 결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구강점막과 폐를 통해 인체로 침투한다. 이는 ACE2효소가 인체의 심장기능과 혈압조절에 작용하기 때문에 심장, 콩팥, 폐와 위장점막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탈피를 통해 유전체를 방출한 후 인체세포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를 증식한다. 충분히 증식되면 바이러스는 세포를 죽이고 뚫고 나와 타액 등을 통해 또다른 숙주를 찾아 바이러스를 인체 밖으로 방출시킨다.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이다. 감염 의심 상황으로부터 통상 14일이 지나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대체적으로 인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본다. 자가 격리기간이 14일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인체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억제하여 크게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항체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과 고령자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지 못하고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세포를 파괴하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끝내는 사망할 확률이 높다. 특히 고령자는 폐세포가 공격을 당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이럴 경우 감염자는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남자가 여자보다 사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평소 음주와 흡연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건강한 젊은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기도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 때문에 인체의 면역반응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나 폐, 심장, 신장 등의 주요장기에 연쇄적인 염증반응을 초래하는 소위 ‘사이토카인 폭풍’ 이라는 증상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후통이나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면 바이러스는 사람이 기침과 재채기를 하고 싶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최대한 넓고 멀리 퍼트린다. 일반적으로 기침을 크게 한번 하면 입이나 코를 통해 약 3000개의 비말이 시속 80km의 속도로 공기중으로 분사된다. 재채기는 기침보다 두배 이상의 속도인 시속 160km에서 320km의 속도로 약 4만개의 비말을 공중으로 퍼트린다. 재채기는 심한 경우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거리로는 기침의 경우는 2~3m, 재채기는 6~9m까지 비말을 날린다. 시속 60km로 기침을 한 경우 6m가지 비말이 날아간 측정도 있다.

특히 지름이 0.1~0.01mm 크기의 비말은 밀폐된 공간의 공기 중에서 몇 시간 동안 둥둥 떠 다닌다. 버지니아 공대의 연구에 따르면 병원진료 대기실, 국제선 비행기내 등의 밀폐된 공간에서 수거한 샘플의 절반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비롯한 비말입자가 발견되었는데 1제곱m의 면적에서 평균 16000개의 입자가 발견되었다. 대부분의 입자의 크기는 0.0025mm였는데 이러한 입자는 공기중에 수시간 동안 떠 다닐 수 있다. 원래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에어로졸) 감염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공간에서 1시간 이상 호흡하는 경우는 감염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약 2m 이내의 거리에서는 접촉이 없더라도 전염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출처 : pixabay   ⓒ 데일리경제

사람이 모일 때 마스크를 쓰거나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수건이나 휴지, 소매로 입을 가려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질병의 60%는 손을 통해서 감염된다. 보통 사람의 손에는 10만 마리가 넘는 세균이 항상 묻어 있다. 손의 역할이 뭔가를 항상 만지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판지 소재에서는 최장 24시간,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강 표면에서는 2~3일, 구리재질의 표면에서는 4시간 동안 생존한다. 딱딱한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하는 편이다. 흡수력이 좋은 천연섬유는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짧다. 그리고 손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눈, 코, 입과 피부를 만져 스스로의 몸속으로 병원균을 나르거나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다.

출처 : shutterstock   ⓒ 데일리경제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항상 씻어야 한다. 가정용 표백제로 물체의 표면을 닦는 것도 소독효과가 있다. 손 세정제는 에틸알코올이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데 세정제가 닿지 않는 곳은 효과가 없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에 제일 많이 분포하고 있다. 손 세정제 보다는 비누 거품을 내어 손톱 밑과 손가락 사이, 손바닥과 손등을 골고루 깨끗이 씻는 편이 낫다.

현재 바이러스의 세포결합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거나, 완치자의 혈액에 있는 항체를 이용하는 방식, 혹은 기존의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에이즈나 에볼라 치료제 등을 이용해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그렇게 빨리 해결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개발이 완료되어도 바이러스가 또 변이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까지는 한번 감염되면 스스로의 면역력을 믿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60%이상의 인구가 감염되면 집단적으로 면역이 생긴다는 집단면역을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면 효과가 있겠지만 비전문가인 필자에게도 이는 정신나간 주장으로 들린다. 우리나라 인구의 60%가 감염된 후 치사율 2%만 잡아도 60만명이 사망한다. 60만명이 사망하고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도 앞으로 또 변종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 어려운 상황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잘 씻고,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

물론 덤으로 집에서 와인 한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끝.     


[목요기획]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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