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코로나19, 일촉즉발의 아프리카
[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코로나19, 일촉즉발의 아프리카
  • 류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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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인가, 시한폭탄인가?

‘흑인 유전자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있다!’ 라는 루머가 한동안 돌 정도로 아프리카에서의 확진자는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을 강타한 3월초에서 중반까지 국가별로10여명 내외로 극히 소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항공 운행 및 여행자 입국에 대한 통제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슬픈 예감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3월 15일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유럽, 미국에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 지역과 왕래가 잦은 아프리카인들에게도 전염 속도가 빨라졌다.

아프리카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 수 (3/31일 기준), 출처: africanargument.org
아프리카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 수 (3/31일 기준), 출처: africanargument.org

3월 20일을 전후하여 유럽과 가장 가까운 북아프리카에선 알제리, 튀니지, 서아프리카에선 가봉, 코트디브아르 등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며 매일 매일 상항이 숨가쁘게 바뀌고 있다. 31일 밤 기준 아프리카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국가들은 남아공 (확진1326/사망3), 이집트 (확진656 /사망41) , 알제리(확진584/사망35), 모로코(확진556/사망33) 순이다.

남아공을 제외하곤 모두 북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반면 사하라 이남의 주요 국가들인 나이지리아 (확진131/사망2), 케냐 (확진50/사망1), 탄자니아 확진19/사망1) 는 확진자, 사망자 모두 아직까지는 매우 적다.

이것은 신의 은총일까 아니면 일촉즉발의 활화산이 분화되기 직전의 상태일까?

■방어하는 아프리카, 문제는 속도

에볼라, 메르스를 겪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염병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 체제를 갖추었다. 나이지리아의 질병 통제본부는 소셜 미디어, 웹싸이트를 통해 매일매일 현황을 알리고 콜센터를 운영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생활 수칙도 알려준다.

확진자/회복자/사망자들의 수치 및 지역별 수치를 매일 공지함/출처:
확진자/회복자/사망자들의 수치 및 지역별 수치를 매일 공지함
출처:나이지리아 질병 본부 (www.ncdc.gov.ng)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알림출처:나이지리아질병본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알림
출처:나이지리아질병본부

남아공도 코로나19 현황을 알려주는 포털 싸이트를 만들어 지역별 감염 현황을 알려주고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www.sacoronavirus.co.za
출처: www.sacoronavirus.co.za

관건은 속도다. 감염 전파 속도가 검사 속도보다 빠르다면 앞으로 1~2주안에  아프리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나이지리아 코로나19  검사 현황, / 출처: quarts Africa
나이지리아 코로나19 검사 현황, / 출처: quarts Africa

인구 2억의 나이지리아는 3월 22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총 152명에 불과하고 이 정보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남아공은 총15,500명이 검사를 받아 훨씬 높은 수치이지만 바이러스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역학 조사를 통해 당국이 능동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증상을 보이는 의심 환자, 확진 환자와 같은 항공에서 동승한 여행객들이 주 대상이라는 점에서 검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감염과 배고픔, 무엇이 먼저인가?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남아공, 콩고, 튀니지 등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통행 금지를 선언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공권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위험한 선택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 라고스의 시장 / 출처: BBC Africa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 라고스의 시장 / 출처: BBC Africa

2019년 UN 통계에 의하면 총 아프리카 인구의 30% 이상인 4천만명 이상이 하루에 2천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인구 3천만명이 살아가는 라고스에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들의 집에는 전기, 물 부족은 물론 한 방안에 몸을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회적 거리가 물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당장 하루 먹을 돈이 없고, 비축할 수 있는 음식이 없는 이들은 통행 금지 기간동안 어떻게 생존을 할 수 있을까?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사재기 현상, 각자 격리된 집에서 답답해하는 현상, 그리고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아프리카에서는 부러운 사치다.

하루에 만원 벌어 단칸방에서 4명 가족과 같이 갈며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에게 정부의 통행 금지 정책은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가혹한 고문이자 위협이다.

‘감염되기 전에 굶어죽는다’ 는 서민들의 통곡이 벌써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전파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당국은 아직 대응이 없다.

거시 경제 지표는 이미 아프리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원유가는 올해초 대비 50%가 하락해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알제리 등)의 경제 흐름이 둔화되고 현지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 되고 있다. IMF는 최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GDP 성장율을 3.6%에서 1.5~2%로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이것도 코로나 유행 상황이 조기 안정이 된다는 가정하에서의수치다. 상황이 부정적으로 간다면 2% 가 추가적으로 하락하게된다고 전망한다.

아프리카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주로 유럽, 미국으로 왕복을 자주 하는 고위층, 중산층들이다. 남아공은 유럽 여행을 다녀온 백인 부자들, 부키나 파소는 장관 4명 및 고위급 정치인들, 나이지리아는 대통령의 최고 자문위원, 주지사, 전 부통령 가족 등이 모두 지난 주 동안에 확진이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에 있으므로 불행중 다행이기도 하고, 빈부의 차와 상관없이 질병은 공평하게 사람을 대한다는 점에서 참 민주적 전염병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서민들은 오늘 당장 생존을 위한 배고픔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거대 규모의 인적, 물적 지원이 아프리카에 당장 동원되지 않는다면,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현 UN 사무총장이 어제 31일 France 24 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계적인 위기 상황속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한편 범 세계적인 인도주의적 연대 정책도 함께 취하고 있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아프리카에 구호 물자 및 긴급 지원을 시작했고 유럽도 동참하고 있다.

아프리카 확진자 추이 곡선/출처: africanargument.org
아프리카 확진자 추이 곡선/출처: africanargument.org

위 그래프가 향후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고 운 좋게도 곡선이 잠잠해 질 수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되건 중요한 건 현재의 위기 상황은 전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며 전인류가 함께 남은 그래프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류지선 칼럼니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를 하고 현재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현재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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