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외교광장] "불법 어업국 오명에서 벗어나야"
[SPECIAL-외교광장] "불법 어업국 오명에서 벗어나야"
  • 김영원 전 네덜란드대사/외대 초빙교수
  • 승인 2020.04.0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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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전 네덜란드 대사

2019년 9월 미국은 우리나라를 ‘예비 IUU(불법・비보고・비규제: Illegal・Unreported・Unregulated)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앞서 2013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받은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미국과 EU로부터 IUU 어업국으로 지정된 한국 원양어업은 큰 위기에 빠졌다. 2015년 IUU 어업국 지정이 해제되기까지 대대적인 법 개정과 개혁 조치 등이 추진되었고 이 모든 과정에서 그린피스는 한국의 불법어업 방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런데 다시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이 2019년도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하였다. 앞서 2017년 12월 우리나라 원양어선 두 척이 남극 인근 수역의 어장폐쇄 통보에도 불구하고 불법어업을 하였고 이에 대한 국내 사법당국의 관대한 처벌은 결국 예비 IUU 어업국이라는 불명예로 돌아왔다. 미국의 예비 IUU 어업국 지정으로 한국은 다시 불법 어업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 협의를 통해 과징금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을 전제로 예비 IUU 어업국 지정 해제 결정을 조기에 취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 NOAA는 금년 1월 예비 적격증명서를 발부하였고 우리나라는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이라는 불명예에서 조속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정부도 불법어업 근절을 통해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불법어업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불신과 국민들의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UU 어업국 지정은 어업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 IUU 어업의 성립배경, 주요내용 등에 대해 검토하고 향후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제24차 수산위원회는 2001년 3월 1일 ‘IUU 어업을 예방・방지・근절하기 위한 국제행동계획(FAO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POA-IUU)’을 채택하였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문제가 제기되면서 1992년 5월 멕시코의 칸쿤에서는 ‘책임 있는 어업에 관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Responsible Fishing)’가 개최되었고 여기서 채택된 칸쿤선언은 FAO가 ‘책임 있는 어업에 관한 국제행동규범’을 채택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어서 브라질의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Agenda 21이 채택되었고 여기서 공해 해양생물자원의 지속적 이용과 보존 문제가 다루어졌다.

이를 배경으로 FAO는 1993년 ‘공해조업선박의 국제적 보존관리조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협정’과 1995년 ‘책임있는 어업에 관한 수산업 규범(Code of Conduct for Responsible Fisheries)’을 채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유엔총회는 1995년 8월 ‘유엔공해어업협약’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족자원의 고갈 가능성 및 국제적 관리의 비효율성 등이 지적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1년 3월 FAO의 상기 ‘국제행동계획(IPOA-IUU: 이하 ’IPOA’라 함)이 채택되었다. 한편 2009년 채택, 2016년 발효된 ‘IUU 어업의 예방・억지・근절을 위한 항만국 조치 협정’도 항만국의 조치를 통한 IUU 어업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IPOA는 연안, 근해 또는 원양 어업을 불문하고 국제사회가 IUU 어업을 규제하고 근절하기 위한 협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성립된 것으로 불법어업뿐만 아니라 비보고, 비규제 어업도 그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는 비보고와 비규제 어 업도 불법어업과 마찬가지로 자원의 지속적 이용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법어업과 같이 규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IPOA에 의하면 불법어업에는 연안국의 허가 없이 연안국의 관할 수역에서 행해지는 어업활동, 지역수산관리기구 회원국으로서 그 기구가 채택한 보존관리조치나 규정을 위반하는 어업활동과 지역수산관리기구에 대하여 회원국으로서 약속한 의무를 위반하는 어업활동 등이 해당된다.

예컨대, 우리나라 어선이 우리가 가입한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의 대상수역에서 조업하면서 동 보존협약의 보존조치를 위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비보고 어업이란 어업 활동에 참여하면서 관련 국가 또는 지역수산관리기구의 조치나 규정에 따른 보고를 하지 않거나 또는 허위보고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끝으로 비규제 어업은 지역수산관리기구의 비회원국 또는 무국적선이 지역수산관리기구의 관리 수역에서 행하는 어업 또는 지역수산관리기구가 없는 수역에서 이루어지는 어업, 즉, 규정상 규제대상이 아닌 어업을 의미한다.

이를 요약하면 불법은 지역수산기구내에서 회원국 간 협약이 정한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고, 비보고는 협약에서 정한 보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잘못 보고하는 것이며, 비규제는 IPOA에 의하여 규제를 받지 않는 비회원국의 어업활동을 지칭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IUU 어업 실태는 어떠한가. 먼저 우리나라의 원양 어선이 다른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어업을 한 대표적인 예로는 1998년 6월 자스민 9호 사건과 수차례에 걸친 기니비소에서의 어업수역 위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비보고 어업의 예로는 2001년 6월 뉴질랜드 수역에서 트롤어업을 하던 우리 원양어선이 뉴질랜드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사례가 있다. 비규제 어업에 해당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으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편 FAO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상 어종의 80% 이상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어가고 있다. IUU 어업은 지속 가능한 어업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훼손시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각국은 IUU 관련 국내법 및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각국은 기국의 자격으로 IUU 어업에 종사한 선박에 대하여 국적을 부여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연안국의 자격으로 입어조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IUU 어업에 종사한 어선에 대한 입어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항만국으로서의 권한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장관련 조치로 IUU 어업에 종사한 어선이 어획한 어류의 유통을 막 기 위한 국제통상법상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과 EU 등의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불법어업국을 지정하여 무역제재 및 해당국의 모든 선박에 대한 항구이용금지와 같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이 이에 해당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번에 미국의 예비 IUU 어업국 지정으로부터 조기에 벗어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기국으로서의 책임을 강화하고 효과적이고 영향력 있는 규제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IUU 어업 지수 평가에서 조사 대상 152개국 중 37위였다. 이는 IUU 어업과 관련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세계적으로 주요 원양어업국의 하나인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도처에서 조업하고 있는 많은 원양어선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이들이 책임 있는 어업을 통해 더 이상 IUU 어업의 불명예를 가지지 않도록 계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원양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을 통해 불법어업으로 인한 불법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기 위해 과징금 규정을 도입한 것은 IUU 어업 방지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IUU 어업 근절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동시에 우리나라 연근해에서의 불법어업을 근절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법적, 제도적 조치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IUU 어업 근절을 통해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로서, 이번 일을 계기로 IUU 어업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불신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대한다.

김영원 대사는 주네덜란드대사 겸 헤이그 국제기구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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