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오동현 변호사가 보는 코로나19(COVID-19)와 계약 불이행책임
[금요칼럼] 오동현 변호사가 보는 코로나19(COVID-19)와 계약 불이행책임
  • 오동현 변호사
  • 승인 2020.03.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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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장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예상치 못한 사태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채무자가 어떠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

(1)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계약을 더 이상 이행하기 어려울 경우 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계약의 해제란 계약관계의 효력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고, 계약의 해지는 장래를 향하여 소멸시키는 것으로 그 법적효과는 다르다.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므로 계약당사자는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더 이상 계약을 이행할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계약의 해지는 장래를 향해서만 계약이행책임이 면제될 뿐이다.

그런데, 계약의 해제나 해지는 법적 요건이 갖춰졌을 때만 그 효력이 인정되므로 생각만큼 해제권 또는 해지권의 행사가 쉽지는 않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계약서에 코로나19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외부요인으로 인하여 계약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계약을 해제·해지하기로 명시하였다면 약정된 그 권리를 행사하여 책임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통상의 계약에서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사유를 계약의 해제·해지사유로 정하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채무자입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이 발생했으므로 계약을 해제·해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법원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환율급등 등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벌어졌더라도 계약 해지를 인정할 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6746 전원합의체 판결), 사정변경만으로 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계약불이행 내지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해지하고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채무자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구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2) 채무불이행 책임의 면책 또는 경감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 되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약정에 따라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계약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 계약 위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귀책사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되므로 코로나19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채무자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사태를 채무자가 계약이행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로 볼 수는 없을까.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박한 변동 등의 불가항력으로 계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채무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채무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그 결과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판결)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 법원이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을 불가항력적인 사정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메르스 사태 당시 제주도를 찾은 중국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고 취항 예정이던 중국 전세기의 상당수가 취소된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중국 여행사가 제주도 숙박업소와 체결한 객실이용계약이 불가항력으로 파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전례에 비춰 본다면 완전한 면책은 어렵지만, IMF 사태로 수입자재의 가격이 폭등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채무를 불이행한 수급인의 지체상금 책임을 약 40% 수준으로 감액한 사례가 있으므로(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책임의 경감은 충분히 인정될 여지가 있다.  

(3) 결론

결론적으로, 코로나19를 이유로 채무자가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주장하거나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불이행 책임의 완전한 면책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해도, 계약불이행책임의 경감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코로나19사태는 국내문제를 넘어서서 국제적인 문제로 인류의 건강과 생존번영에 직결한 중대한 문제다. 채권자입장에서는 계약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계약의 대원칙이 지켜지기를 원하겠지만, 코로나19사태를 채무자만의 책임으로 한정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계약의 합의해제·해지를 논의해 보고,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의 기한을 연장해주거나, 지연이자 책임의 경감 등 채무불이행 책임을 완화하는 등 서로의 고통을 분담하여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중대한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는 당사자는 계약서에 코로나19사태를 명시하여 계약책임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칼럼니스트
오동현 변호사, 한국경영자문원 법률 자문위원

▣ 경력
- 현 법무법인 은율(남부) 대표변호사
- 현 국토교통부 자문변호사
- 서울주택도시공사
- 한국건설자원협회
- 한국건설공제조합
- 서울신용보증재단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주택관리공단
- 한국감정평가협회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다수 기관 자문변호사 및 소송전담변호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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