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아프리카가 ‘기생충’에 주목하는 이유
[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아프리카가 ‘기생충’에 주목하는 이유
  • 류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6 11: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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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

영화‘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는 암암리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번도 수상해 본 적이 없는 한국 영화가 이렇게 큰 돌풍을 일으킬 것 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문화 컨텐츠의 인프라가 빈약한 아프리카에서도 한국 영화, 드라마의 인기가 상당하다. 그러나 비싼 위성 케이블 시청료를 매달 내면서까지 가끔씩 TV에서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를 보기 보다는 소셜 미디어, 불법 복제 DVD 등 비공식 루트를 통해 고전물부터 최신물까지 다양한 컨텐츠를 싸고 손쉽게 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나이지리아의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한국 영화를 틀어 놓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 데이타들은 수치화 되기가 어렵기 때문에잠재 시장으로서 주목을 받기는 어렵다.

 

출처:로이터
탄자니아 길거리 가판대에서 불법 DVD를 고르는 사람들. 사진 출처: www.reuters.com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한국 영화, 드라마를 언급하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실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국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일까? 

일단 한국 영화는 스토리가 한 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코미디, 로맨스, 공포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어 구성이 다채롭고  짜임새가 있고 이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해서 신선함을 준다.  또한 한국 영화, 드라마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는 컨텐츠가 많다.

유럽, 미국적 시각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처럼 식민지 경험을 하고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오랫동안 간직해 온 가족, 공동체 가치에 대한 고민 등은 그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모던한 건물 및 인프라, 배우들의 세련되고 화려한 복장등을 보며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거리적으로도 멀고, 과거 교류의 접점이 많지 않았음에도 아프리카 인들이  한국 컨텐츠에 열광하는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헐리우드보다 더 큰 아프리카 영화 산업, Nollywood!

그렇다면 아프리카에는 자체적인 문화 컨텐츠 산업이 존재하지 않을까? 실은 정반대이다.

시장 규모와 영화 제작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산업 시장인 인도의 발리우드(Bollywood) 다음으로 큰, 아프리카 영화를 대표하는 거대한 날리우드(Nollywood)가 있다.

나이지리아의 영화라는 의미에서 N이라는 단어를 따왔지만 날리우드 영화는 나이지리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보급이 된다는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다. 대표적인 부족어를 많이 사용하고 아프리카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며 장르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다. 적은 예산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질 보다는 양에 치중한다고 비판도 많다. 실제로 날리우드 영화를 보면 낙후된 사운드와 화질 게다가 신파조의 엉성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대부분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날리우드 영화들을 절대 안보고 외국 영화만 본다는 나이지리아인들도 꽤 많다.

 

나이지리아에서 영화 촬영하는 장면. 사진 출처: www.videoageinternational.net
나이지리아에서 영화 촬영하는 장면. 사진 출처: www.videoageinternational.net

 

지난 3월 3일 나이지리아의 유명 일간지인 punch 에 한 컬럼리스트가 <기생충을 통해 배울 점> 이라는 글을 실었다. 그는 우선 희극에서 비극을 자유 자재로 넘나들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한국적으로 실랄하게 보여준 기생충의 스토리를 칭찬하며서 이와 대조적으로 나이지리아 영화로는 최초로 2018년에 아카데미에 국제 영화 부문에 출품을 했던 <Lion Heart> 를 언급한다.

이 영화는 넥플리스에서 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으나 주된 언어가 영어라는 이유로 후보 자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우리가 언어의 장벽을 우려할 때 나이지리아에서는 오히려 공용어가 영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어설픈 아프리카식 영어를 쓰기 보다는 나이지리아의 부족어를 더 사용하고, 아프리카 고유 문화를 바탕으로 한 컨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늘날의 한국 영화는 한국 정부가 연간 900억 정도를 스타트업 및 영화 산업에 지원하는 환경 덕분에 기생충 및 경쟁력있는 한국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하며 ‘한국 영화의 성공은 돈이고 돈은 곧 성공이다’ 라며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아 영화계가 그러한 지원을 받았다면 오래전에 현지어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충분히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를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였다.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날리우드

날리우드 영화는 이미 세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고 세계의 미디어 투자자들은 이미 나이지리아에 발을 디딛고 있다.

작년에 프랑스의 거대 미디어회사인 Canal +는 나이지리아의 영화 플랫폼 회사인 ROK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중국, 미국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달초에 인도의 발리우드와 나이지리아의 날리우드가 만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는 <나마스떼 와할라>라는 영화가 외신에 소개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인도인 감독이 양쪽의 문화를 체험하며 만든 영화이다. ‘와할라’는 나이지리아 전통어로 ‘문제'라는 뜻인데 ‘No 와할라’ 는 현지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이 영화는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사회 활동인‘결혼’에 대해 다루며 나이지리아인 여성과 인도인 남성간의 서로 뚜렷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커플간의 관계를 다룬다. 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며 3월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마스떼 와할라 공식 포스터, 사진 출처: 감독  Hamisha인스타그램
나마스떼 와할라 공식 포스터, 사진 출처: 감독 Hamisha인스타그램

 

우리가 잘 아는 <분노의 질주> 영화를 나이지리아 버전으로 만든  <Merry Men 2> 라는 영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미국 등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프리미어 (개봉 기념 행사)를 마쳤고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상영중에 있다. CNN은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을 알리며 날리우드의 전망에 대해서 심층 취재를 하기도 하였다.

 

2019년 12월  10일에 미국에서 열린 merry men 2 개봉 행사. 출처: www.cnn.com
2019년 12월 10일에 미국에서 열린 merry men 2 개봉 행사. 출처: www.cnn.com

 

본 영화의 제작자인 나이지리아 코메디언 Ayo Makun 은 이미 중국 회사로부터 차기 영화에 대한 투자 제의를 받았고, 넷플리스 및 해외 투자사로부터도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CNN과의 인터뷰 중 기쁨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시장은 미주, 유럽 등과 비교해서 상업성으로 볼때 아직 우리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극장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시장 잠재성에 대한 집계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국가내의 일반 상영관에서 한국 영화를 현지 배급사에 의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에게는 아직 아프리카 시장이 아직 생소하고 멀기만 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한국 영화 및 드라마에 열광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우리가 아프리카를 아는 것 보다 그들은 우리 문화를 영화, 드라마를 통해 더 많이 접하며 소통하고 싶어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아프리카를 컨텐츠 사업의 시장으로서 바라보고 투자를 시작했다. 넷플릭스에 ‘ nollywood’ 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많은 영화들이 나온다.

기근에 찌들은 흑인 아이들이 나오는 영상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우리와 같이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역동적인 사람들의 삶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도 이제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 보면 생각보다 다채롭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 모른다. 또한 이제야말로 진지하게 시장으로서 분석하며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날리우드 영화들, 이미지 출처: CNN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날리우드 영화들, 이미지 출처: CNN

 


■류지선 칼럼니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를 하고 현재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현재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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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 2020-03-06 15:48:46
아프리카는 지하자원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이 무궁무진 합니다. 낙후된곳이니 만큼 뭘해도 될듯하네요. 제조업이든 서비스 산업이든,,,, 조금만 더 하면 많은 결실을 가져다줄곳인듯 합니다.

twins 2020-03-06 15:52:59
아프리카에 대한 좋은글 감사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