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2 ] 동물들도 술을 마실까?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2 ] 동물들도 술을 마실까?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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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류의 조상이 처음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은 약 1천만년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동물들은 어떨까? 동물들도 술을 마실까? 실제로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는 인류와 그 뿌리가 같기 때문에 술을 마실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한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야생에 상위 포식자가 없을수록 동물이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코올중독은 지능이 높은 동물의 종에서만 발견된다. 이러한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분석되는데 첫째, 한번 알코올에 취해본 경험이 있는 동물이 이를 반복하기 위해선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이 필요한 점과 둘째는 야생에 천적이 많은 경우 술에 취한 동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가 어려워 포식자의 먹이감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은 대표적인 동물로는 침팬지와 돌고래가 꼽히는데 침팬지와 돌고래는 동물 중에서도 지능이 높기로 1, 2위를 다툰다. 침팬지의 경우는 IQ가 100이 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어 웬만한 사람보다도 높다. 침팬지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동물로는 돌고래와 범고래가 있는데 각각 IQ가 70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세 종류의 동물은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의식하는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침팬지의 경우는 종종 야생에서도 알코올 중독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프리카 기니 침팬지가 3리터짜리 야자주를 한번에 다 마셔버린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야자주는 천연 발효주로 알코올 도수가 맥주에 버금가는 4~5도에 달하는데 맥주 3,000cc를 한번에 다 마신 셈이다. 동남아에서는 사람들도 야외작업 중 종종 이 야자주를 마시는데 3리터씩이나 한꺼번에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천연 야자주는 박쥐가 마시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수십종의 인수 공통 감염 바이러스를 가진 ‘바이러스 창고’인 박쥐를 생각하면 야자주를 사람이 마시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그런데 박쥐는 자신이 보유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분해능력도 뛰어나 음주비행을 해도 추락하지 않는다. 실제로 박쥐의 혈액에서 0.03%가 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검출된 경우도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미국의 음주운전 기준인 0.08%가 넘는 수치이다. 그런데도 비행 테스트를 모두 통과할 정도로 문제가 없었다.

침팬지는 술을 마실 때 사람처럼 잔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빨로 스폰지처럼 씹어 만든 나뭇잎 덩어리를 술에 적셔 다시 그 나뭇잎을 재차 씹어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데 이 방법으로는 건배를 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돌고래의 경우는 수중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대부분 나무의 열매에서 얻어지는 천연 에탄올을 섭취할 기회가 없는 반면 살아있는 복어를 의도적으로 깨물어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복어의 독을 번갈아 가며 즐기는 듯한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복어의 독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은 과다하게 섭취하면 사망에 이르지만 미량을 섭취할 경우엔 환각을 느낄 수 있어 반복되는 경우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또 말레이지아에 서식하는 붓꼬리나무두더지는 인간으로 치면 보드카 1병 정도의 야자주를 매일 밤 마신다. 하지만 이 두더지는 알코올 분해능력이 탁월하여 그렇게 마시고도 취한 티가 나지 않는다. 술에 취한 침팬지는 간혹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양동이를 두드리는 등 소란을 부리는 주정을 하기도 하지만 붓꼬리나무두더지는 주정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숭이 종의 85%는 술을 마신다. BBC보도에 따르면 긴 꼬리 원숭이는 사람과 비슷하게 어른 시절보다 10대 때인 젊은 시절 술을 더 많이 마시는데 책임감과 함께 젊은 시절 술로부터 얻은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긴꼬리원숭이는 전체 개체의 5%정도가 알코올 중독으로 알려져 있다. 휴양지의 비치바나 민가에서 술을 훔쳐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원숭이는 설탕물을 알코올에 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기도 할 정도로 창의적인 술꾼이다.

호주에서는 술 취한 월라비 무리가 숲 속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나무늘보는 술을 마시고 행복한 표정으로 나무가지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안 그래도 느린데 술을 먹으면 더 늘어진다. 동물은 취하면 주로 잠이 드는 편이지만 인간처럼 공격적으로 서로 싸우는 경우는 잘 목격되지 않는다. 물론 동물도 알코올을 섭취하면 사람처럼 흥분하거나 신체의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코끼리가 술에 취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코끼리는 술을 좋아하는 데다가 한 번 취하면 그 육중한 몸에 걸맞게 메가톤급의 심각한 사고를 일으킨다. 남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가 천연으로 발효된 대추처럼 생긴 마룰라 열매를 섭취한 후 술에 취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인도에서 일어난 사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코끼리는 보통 7도 내외의 알코올이 포함된 술을 좋아하는데 3톤이나 나가는 어른 코끼리가 취해서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되려면 알코올 농도 7도 기준으로 대략 10리터에서 27 리터 정도의 술을 마셔야 한다. 알코올 농도 3도 정도인 마룰라 열매를 웬만큼 먹어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열매가 아닌 실제의 술을 마신 코끼리가 큰 사고를 쳤다. 인도 벵골에서 150마리나 되는 코끼리가 집단으로 밀주 제조공장을 습격하여 술을 다량으로 퍼 마시고는 술에 취해 근처 마을에서 난동을 부려 주민 5명이 숨지고 10여명은 부상, 또 콘크리트 건물 7채를 파괴하고 20채의 오두막을 짓밟아 버린 사건이 있었다. 태국에서도 술 취한 코끼리가 도로에서 운전 중인 차를 세워 사람으로부터 먹을 것을 빼앗고 차를 부수어 버린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코끼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술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벌이나 나비, 광대파리, 진드기 등의 곤충도 알코올을 섭취하는데 술에 취에 비행 중에 땅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곤충학자들은 맥주나 와인으로 나방 등 곤충을 유인하기도 하는데 피노누아 와인을 사용한다는 사례도 있다. 과일파리는 짝짓기 시에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꿀벌사회에서의 음주는 집단내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다. 발효된 과일즙에 취한 꿀벌은 꿀 채취의 임무를 마친 후에도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을 까 먹어 귀가에 큰 애를 먹는다. 설령 가까스로 집으로 찾아간 경우에도 음주비행에 대한 심각한 처벌로서 집단의 물리적인 공격을 받는다. 곤충인 바퀴벌레도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술을 마시는지에 관한 연구는 없어 잘 모르겠다.

철새나 딱다구리 같은 조류도 술을 좋아하는 동물 중의 하나인데 술을 마시고 취해서 음주비행을 하다 땅으로 추락하는 사례가 목격된다. 특히 개똥지바퀴나 여새는 상습적인 술꾼으로 술에 취해 민가의 창문으로 박치기를 하여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등 음주비행으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일어난다. 유럽에서 서식하는 황여새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급성 간질환이 걸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종종 사체로 발견되는데 사체에서 많은 량의 알코올이 검출되기도 한다. 사람이 추운 겨울날 술에 취해 가끔 동사하는 것과 비슷해 흥미롭다. 참고로 대체로 식물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코올은 식물의 수분 섭취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맥주는 일부 식물을 키울 때 비료처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술에 취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람은 주로 함께 마시기 때문에 상호간의 관계가 남는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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