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보는 아프리카의 자화상
[기획-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보는 아프리카의 자화상
  • 류지선 블루매니지먼트 대표
  • 승인 2020.02.04 1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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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때와는 다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떨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WHO) 는 1월 29일에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확진자가 20여 국가에서 나왔고 향후 2,3차 사람간의 전파 확산을 우려한 결정이다. 이제 전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현황에 모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고이는 과거 사스,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등으로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을 때의 긴장감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 아프리카에서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다. 코트디브아르, 에티오피아에서 의심 환자가 있었으나 남아공에 테스트 샘플을 보내어 확인한 결과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국간의 무역 규모를 고려할 때 조만간 아프리카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상륙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공항들 즉 에피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이집트의 카이로, 케냐의 나이로비 등이 위험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수년전에 에볼라로 큰 홍역을 치룬 적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행객 온도 측정등을 통해 검역을 강화하고, 세계 보건 기구와 긴밀히 협업하여 에볼라때처럼 이겨낼 수 있다고 하나 무증상 환자들을 온도 측정계로 걸러낼 수가 없고,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측정기계나 연구소 설비등이 남아공을 제외하곤 전무하여 구조적으로 허약한 의료체계하에서 대비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까지 6개의 아프리카 항공사들 (르완다, 케냐, 모로코, 이집트,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들이 중국과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진퇴양난의 아프리카 당국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로, 항만, 통신 등의 인프라 사업은 거의 중국이 점령하고 있고정치, 경제적으로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입국을 막거나 교역을 규제하면 바로 자국의 경제가 흔들린다. 그렇다고 방관하다가 일단 한번 뚫리면 방역 및 의료 시스템이 가장 낙후된 환경에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정보문화부 장관인 라이 모하메드는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중국 여행 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들에게 억지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우한에 나이지리아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본국에 귀국하고자 하는 의향을 확실히 보이지 않는한 송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 대사관을 통해 현지에 남아있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실태 조사중에 있으며 여러분들이 너무 걱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특히 세계 보건기구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므로 조속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기자 회견중인 라이 모하메드 (정보문화부 장관) , 사진 출처: www.dailypost.ng
기자 회견중인 라이 모하메드 (정보문화부 장관) , 사진 출처: www.dailypost.ng

 

국민들은 격노했다.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중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방역시스템 하나 갖추지 못한채 중국 여행 및 출입국자들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니 정부는 대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단 말인가?’

‘철도, 도로 공사 한동안 중단해도 된다. 중국 사람들에게 좀 있다가 오라고 해라. 여태까지도 이렇게 살았는데 좀더 못 참겠는가?’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의류, 전자 제품, 생활품들이 중국으로 부터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상인들은 기약없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두로부터 버림 받은 자들

Quartz Africa 1월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현재 6만 여명의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고, 우한에는 대략 5천 여명의 아프리카 학생들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이들은 구정 연휴 때 캠퍼스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도시가 봉쇄되면서 손발이 묶였다. 텅빈 거리에 식료품점은 거의 문을 닫아 음식을 구하기도 어렵고, 손소독제도 없어 알코올이 70% 정도 함유된 술을 섞에서 대체재로 쓴다. 대학 캠퍼스에서 조금씩 음식을 공급해 주기는 하나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며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한다.

우한에 남아 있는 85명의 케냐 학생들은 #KenyansinWuhan해시태그로 트위터를 통해 케냐 외교부가 그들에게 알아서 안전하게 스스로 보호 하고 현지의 규율에 따라 조처를 취하라고만 하며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이나 조처가 없다고 케냐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중국에 갖혀있는 300여명의 카메룬인들 역시 대통령에게공개 서한을 통해 본국 대사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연락이 아직까지 없었고생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 음식, 마스크 등이 긴급히 필요하고 자신들을 구출해 달라는 메세지를 BBC를 통해 호소했다.

 

1월 26일대부분 문을 닫은 우한의 쇼핑몰 내부, 사진출처: www.qz.com
1월 26일대부분 문을 닫은 우한의 쇼핑몰 내부, 사진출처: www.qz.com

 

선진국들은 우한에 차례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들을 구출해 가고, 중국 당국은 자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세계도 그리고 아프리카도 우한에 남아있는 아프리카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들이야말로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이 기약없이 갇혀 있는, 어쩌면 전 세계로부터버림받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에서 태어난 댓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그렇다 쳐도, 시민들 차원에서우한에 남겨진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연대 의식이나 우려를 현지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검색을 해 보았지만 거의 전무했다. 트위터, 페이스북에정치인들이나 다른 부족을 비판하는데는 그렇게 적극적인 그들은 왜 우한에 고립된 동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표시를 하는 것에 인색한 이유가 무엇일까?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아프리카 현지 언론에는 오로지 아프리카에

확진자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관심 뿐이다. 우한에 갖힌 아프리카 동포들이 몇명인지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걱정을 하는 사람 조차 별로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프리카인들은 오랜 식민지 지배와 독립 후 철저히 분열되어 부족간의 내전들을 겪으며 ‘국가’라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들에게 있어 공동체는 같은 부족이나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외에는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존재이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타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 내 앞에 놓인 절박한 이해관계가 아니면 아프리카인들은 단결이 어렵다. 그 점을 이용하여 정치인들은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그 댓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과제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이 이제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경제 성장은 수출에 절대적인 의존을 하는 구조다. 점차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진출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개발 협력 사업 및 민간 기업들의 진출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향한 투자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아프리카 국가에서의안전한 사업 환경은 우리의 앞날을 위해서도 중요하며 그들의 상황을 이제 좀더 깊은 관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라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그들에게 우리가 진심으로 보이는 형제애적인 관심은 큰 액수의 원조 금액보다도 더 큰 가치를 발휘할수도 있다. 지구촌이 당면한 이 위기를 분열과 차별이 아닌 ‘화합’과 ‘포용’으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지선 블루매니지먼트 대표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8년째 거주,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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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 2020-02-05 14:58:06
내용을 읽어보니 지구촌이란것이 실감이 나네요.. 한데 날쥐 정보 문화부 장관의 안일한 의견은 이 나라 정부의 실태을 반영하는듯... 미래가 어둡지만 나아지기를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