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하지만 감동 가득한 윤보영 시인의 시 세계
쉽고 편하지만 감동 가득한 윤보영 시인의 시 세계
  • 배재욱 변호사
  • 승인 2020.02.0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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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중순 북한강의 드라이브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소재 방송인 허참이 경영하는 허참 카페 참스팜스에서 윤보영시인이 주최한 시낭송회 “커피시인 윤보영과 시낭송아 놀자”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낭송가 이수옥, 서수옥의 시낭송, 가수 서수남, 피아니스트 하순원의 공연이 이어진 이 아름다운 모임에 백여 명의 애호가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여름 밤의 축제에 매료된 저는 커피시인 윤보영 등 그날 참석하신 분들과 지금까지도 교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 초 20번째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발간 인사를 보내오면서 자필 서명이 담긴 시집을 선물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기에 10권을 신청하여 아내, 딸, 며느리 등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였습니다.
딸, 며느리는 물론이고 결혼 46년 만에 아내에게 시집을 언제 선물했는지 까마득한데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윤보영 시인에게 감사드리며 설날 연휴에 시인 윤보영을 조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윤보영 시인은 일상을 소재로 쓴 시를 수년째 SNS 등에 매일 발표해 왔습니다. 이 시는 그동안 윤보영 시인이 발표한 짧은 감성시 5,000여 편 중 97번째로 적은 시로 2002년 5월 메모장 ‘떡갈나무 앞에 적은 편지’에 처음 담겼습니다.
 
특히 이 시는 윤보영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해인 시인이 추천해준 시로 이번 20번째 새 시집 표지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커피 시는 그동안 발표한 커피시 1,500여 편 중에 가장 먼저 적은 시면서도 독자들로부터 가장 감동을 주는 시라고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은 윤보영의 감성시 전 작품 5천여 편 중에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1천여 편을 먼저 선정했고, 다시 500편, 300편으로 범위를 줄여 30여 명의 시 선정단이 최종적으로 시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그 시 가운데 제일 많은 표를 받은 시가 커피시입니다.
 
 처음 시를 읽게 되면 단순히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넣던 2000년대 초 시대적 상황이 담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에 「아~ 그 생각을 빠뜨렸군요」 이 부분에 이르면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아주 간단한 글귀가 가슴을 크게 울려 감탄이 나오게 만듭니다. 독자들이 이 커피시를 왜 좋아할까요? 물론 이 시가 단순히 커피라는 내용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마지막 구절은 사람들의 일상으로 반전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직장이 그대 생각일 수 있고 목표가 있는 사람은 그 목표가 그대 생각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있고 돈이 있고 친구가 있어도 다니던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되었을 때 일상 자체가 흥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윤보영 시인의 시집을 읽다 보면 윤보영 시인은 시를 쉽게 쓴다는 느낌이 듭니다. 쉽게 쓴 시는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독자들 가슴에 담게 됩니다.

어쩌면 좋지  /  윤보영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중학교 국어책에도 실렸던 이 시는 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참 편하면서도 누구나 겪었을 법한 내용을 시로 적어 독자들과 그 감동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인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답하게 해서 독자 몫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배려가 이 시를 영화관에 찾아온 시로 광고되게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광고가 나가고 많은 분들이 시를 기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지식 검색에도 이 시를 묻는 질문이 여러 건 올라왔습니다

단추   /    윤보영
 
단추를 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단추가 너였다면
내 마음에 달았을 텐데.

단추가 떨어지면 달아야 하고 그 다는 과정에 단추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단다는 내용으로 전개했습니다. 정말 단순하면서도 쉽게 쓰이긴 했지만 독자 누구나 이 시를 만나게 되면 감동부터 먼저 합니다. 이 역시 결국 시를 읽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시가 되었습니다.
 
경북 문경 출생으로 현직공직자인 윤보영 시인은 1998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 했지만 200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1월까지 ‘커피도 가끔은 사랑이 된다’ 등 20권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초등학교 음악교과서(4학년)에 동요가, 중학교 국어교과서(1학년)에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윤보영 동시 전국 어린이 낭송대회’ 개최(5회), 초·중·고, 대학교, 직장 등에서 감성 시 쓰기 공식 특강, 16개 시·도 시쓰기 공식 재능기부 특강, 윤보영시인과 함께하는 시 낭송 콘서트 주최(4회), 전국 개봉관에서 ‘영화를 찾아온 감성시’가 광고 되었고, 군부대 윤보영 감성시집 보내기 행사 개최, 윤보영 어린이 시인학교 운영 등 독자와 시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역동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춘천에 '윤보영 시가 있는 길'이 조성되었으며 경기도 광주 이야기터휴에 '윤보영시인의 시가 있는 공원'과 문경에 ‘윤보영 시가 있는 마을’ 등이 조성 중에 있습니다.
문경문학관(산북) 명예관장이며 윤보영 시인의 팬카페 등 SNS 팔로우가 6만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윤보영 시인은 일상을 소재로 쓴 시를 수년째 SNS 등에 매일 발표해 왔습니다. 그동안 발표해온 짧은 감성시가 5,000여 편이나 됩니다. 그래서 윤보영 시인의 시는 짧고 누구나의 일상생활에 독자들이 있음직한 소재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 시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시가 독자 등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에 너무 편합니다.
고교 때부터 미국 유학을 하면서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시에 별로 조예가 없는 제 며느리가 한국어가 갖는 섬세한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제가 선물한 20권째 시집을 읽고 너무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시라고 감탄한 것이 이를 웅변으로 증명합니다.
 
윤보영 시인은 시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어려운 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일상 속에서 시상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 한 잔 마시듯 시를 읽으면서 독자 스스로가 시속의 주인공이 되어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더구나 시를 읽는 독자 스스로 우울증이나 고독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일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시낭송 대중화를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지금까지 윤보영 시인이 낭송 영상을 통해 발표하는 시가 무려 300여 편이나 되다 보니 시낭송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윤보영 시인의 감성시를 낭송으로 만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낭송가가 제대로 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대형 시낭송 콘서트를 기획합니다.
 
이와 더불어 윤보영 시인은 어린이들 가슴에 동심을 깨워주기 위해 매년 8월에 ‘윤보영 동시 전국 어린이 낭송 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 6회째로 전국 어린이들이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 대회 역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오직 전국에 있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운영되고 있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어린이들의 동시낭송은 영상이 제작되어 더 많은 어린이들이 동시를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윤보영 팬 카페 운영자인 이수옥 시낭송가는 “시인님은 너무 순수하시다, 그리고 시인님이 시를 쓰는 모토는 감성소통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시를 써서 독자들과의 감성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독자들을 시에 쉽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시의 대중화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높이 평가합니다.
 
10여 년 이상 윤보영 시인과 함께 활동하는 서수옥 시낭송가는 “그의 시는 참 쉽다, 참 짧다. 그리고 빠른 시간 가슴을 파고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내 얘기 같기 때문에 공감이 빠른 것 같다. 솔직하게 접근하여 독자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그의 시는 사랑이 있고 짧은 메모 속에도 강한 울림이 있다. 진취적이고 시를 사랑하는 그는 ‘시를 어렵게 쓰고 고차원적으로 수준 높게 쓰는 것만이 시가 아니고 쉽게 접근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를 쓴다면 그것이 진정한 시인이 아닐까 싶다.’고 술회한다. 그의 짧은 시 속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이야기가 있기에 더 정감 가는 시인이다.”고 격찬합니다.
 
그러나 내가 잘 아는 여류시인은 “시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한 삶의 의미를 적절한 의미로 토해내는 시인의 고뇌의 흔적이 묻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윤보영 시인의 시에 대한 접근자세, 즉 10여 년간에 5,000여 편의 다작과 짧고 가벼운 시어의 창출은 아쉬움이 많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비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시란 문자 그대로 시인의 순수한 감성이 표출되고 이것이 독자에게 진실되게 전달되어 감동을 준다면, 시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그것으로써 시인의 역할은 충분히 평가되고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윤보영 시인의 대표시 커피가 불과 6줄 32자의 짧은 시이지만 마지막 구절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가 깜짝 놀랄 반전을 가져주는 얼마나 멋진 시인가요?
 
 
윤보영 시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강원도 춘천과 고성, 경기도 광주와 성남, 북한산 둘레길 등에 윤보영 시인의 시가 있는 길 등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람 중심의 시, 시 속의 주인공이 독자가 될 수 있도록 배려된 맞춤식 시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 그 천정부지의 사랑이 끝이 어디일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 칼럼니스트

배재욱 변호사 

▣ 학력

- 서울대 법대졸
- 美미시간대 법과대학원졸

▣ 경력

- 대검 중수부 제4과장(前)
- 대통령 사정비서관(前)
- 법률사무소 대표(現)
- 재경양산시향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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