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1 ] 인류는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까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1 ] 인류는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까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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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새해 결심 리스트에 가장 자주 오르는 것 중 하나가 담배 끊기와 술 덜 마시기이다.

담배는 원래 남아메리카 원주민인 고대 마야인들이 종교의식에 사용하던 일종의 약초였는데 벌레나 곤충,뱀을 퇴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5세기 말에는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에 담배를 처음 들여왔다. 이후 주로 유럽대륙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확산되었는데 지금은 만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기에는 만병통치약이나 치료제로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처음 가지고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배는 그야말로 백해무익이다.

tobaccofree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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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인류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관련 연구를 보면 인류가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진화론적으로 아직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으로부터 분리되기 전인 천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개 이 시기는 포식자를 피해 밀림 속 나무위에서 생활하던우리 인류의 조상이 땅으로 내려온 시기와 일치한다. 그 전에 백악기 무렵인 1억4000만년 전에 지구상에 과일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났다. 대부분의 과일은 DNA를 전파하는 씨를 탄수화물과 지방이 주 성분인 과육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잘 익은 과육은 보통 당분이 풍부하고 영양가가 높아 수많은 동물을 불러들인다.

식물은 빛의 형태로 도달한 태양에너지를 엽록소의 도움을 받아 탄수화물로 변화시키고 이 탄수화물은 동물의 에너지원이 된다. 그리고 동물은 탄수화물을 식물의 과일을 통해 섭취하고 그 대가로 씨를 퍼트려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식물도 영리해서 씨가 발아가 가능하기 전에 동물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과일이 익기 전 까지는 단단한 껍질을 유지하거나 떫거나 쓴 맛을 내어 동물을 멀리한다.

 

출처:제주 세계 술 박물관
출처:제주 세계 술 박물관

그러다가 씨가 충분히 성숙하면 그때는 과육을 달게만들고 껍질을 제거하기 쉽게 변화시킨다. 동물을 유혹하여 과일을쉽게 섭취할 수 있게 스스로 돕는 것이다. 과일은 영장류와 포유류에게도 영양의 주된 공급원이었다.

특히 포도를 비롯한 과일의 껍질에는 자연상태의 효모가 존재하는데 이는 과일의 당분과 함께 과일의 발효를 돕는 필수요소이다.

잘 익거나 너무 익어 쉰 과일속에는 0.6%에서 맥주의 도수와 비슷한 4.5%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농도의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온 우리의 선조들은 땅에 떨어진 과일이 자연 발효되어 술이 된것을 마시거나 아니면 알코올이 포함된 자연상태의 과일을 섭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섭취 시에는 알코올이 존재하지 않던 과일을 섭취하였는데 신체내에서 자연 발효되어 알코올을 생산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이와 같이 인류가 처음 알코올을 몸에 섭취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 작용했다. 오늘날의 후손처럼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았다. 인류의 유전자에 알코올분해 효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를 과학자들은 대략 1천만년 전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우리의 위나 식도, 혓바닥 등에서 발견되는 ADH4라 불리는 알코올 분해요소는 진화론적으로 같은 줄기에 있는 다른 수십종의 포유류와 영장류에서도 발견된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출처:나무위키
술의 신 디오니소스/출처:나무위키

하지만 인류는 서서히 알코올을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 탐닉하는 단계로 들어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9,000년 전쯤 에는 드디어 자연상태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알코올을 대량생산하여 직접 입에다 들이 붓는 단계에 이른다.우리가 지금 과음한 날 숙취에 시달리는 것은 인류의 진화단계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천만년 동안이나 자연상태의 제한된 알코올을 섭취하던 인류가 술이라 부르는 알코올을 스스로 만들어 대량으로 인체에 투입하는 것을 몸이 이에 맞게 진화하기에는9000년이라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사실 음주로 인한 인류의 대부분의 질병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양조를 시작한 9,000년 전 이후에 생겨났다.

과일로부터 양조한 와인은 모든 술의 원조격이다. 하지만 양조의 역사로 본 기원지는 한 때는6,000년 전의 소아시아 지역으로 알려졌으나 근래 들어 중앙 아시아의 조지아 지역에서 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와인 양조 기구와 토기들이 발견됨으로써 와인의 기원이 조지아 지역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2005년 미국과 중국의 공동 연구팀이 중국 후난성에서 9,000년의 토기그릇에 남아 있는 알코올성분을 추출해 냄으로써 인류 최초의 술은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술의 기원에 새로운 역사가 더해진 셈이다.

vinep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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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만든 인류 최초의 술의 재료는 쌀과 꿀이었다.요즘으로 봐도 상당히 고급 재료를 사용했다. 맥주의 역사도오래되었다. 처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6,000년 전의 수메르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바빌로니아 전해진 맥주 양조는 다양한 곡물을 이용해 5,000여년전에 이미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를 만들었다. 인류가 만든 것 중 술처럼 인류의 역사에 많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또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 물질은 많지 않을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야 없지만 와인 한잔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은 아예 없다.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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