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0 ] 새해와 시간의 의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30 ] 새해와 시간의 의미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9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새해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해가 바뀌고 새해가 찾아오는 것을 축하해왔다. 원래 고대 로마에서는 새해가 아니라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날이 오는 춘분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율리우스 시저가 율리우스력으로 불리는 달력을 새로이 만들면서 그 당시 까지 1년이 10달이었던 것을 1월(Januarius; January)과 2월(Februarius;February)을 추가하여 1년을 12달로 하고, 1월을 한해의 시작으로 삼아 이를 축하했다. Januarius는 입구를 지키는 신인 야누스(Janus)에서 따왔는데 입구를 지킨다는 의미로 보나 또 지난 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것이 1월인 것으로 보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는 1월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어울린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달력은 16세기말 로마교황 그레고리오 8세가 반포한 그레고리오력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말인 고종때부터 사용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보통 새해를 맞는 New Year’s Eve에는 샴페인을 마신다. 뉴욕 42번가에 있는 타임스퀘어에서는 매년 새해가 오는 것을 카운트다운 하는 행사를 TV로 생중계하면서 음악공연과 함께 새해가 오는 순간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축하한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BTS가 이곳에서 새해맞이 공연을 하여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새해를 맞으면서 샴페인을 마시는 풍습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민자들과 함께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새해축하 풍습은 1800년대 초반까지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주로 새해 전날밤을 새우면서 모닥불을 피우거나 교회에서 종을 울리는 행사를 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자정이 되기까지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함께 와인을 마셨다.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중반부터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포성인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축포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서 축하연이나 행사 등에서 쓰이기 시작하였고 이 후 자연스럽게 새해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상징이 되었다.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사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새해라는 뜻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365개의 새로운 이유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새해라고 해서 와인을 마시는 데에 있어 새삼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새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아마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올해에는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바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해는 곧 지난해가 되고 사람들은 또 다시 새해결심 하기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을 아쉬워한다.        

그러면 시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시간에 있어서의 절대성이란 없다.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시간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람마다 흐르는 시간은 같지 않다. 심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그렇기에 같이 동시에 무엇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동시성이란 것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고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구하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시계로 이를 측정하는 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편의적으로 그렇게 정한 인위적인 단위에 불구하다.

시계가 있다고 시간이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불교에서도 시간이란 실체가 없는 편의상 설정된 개념으로 본다. 시간은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다. 양자역학에서는 아예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다만 사건과 상호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과거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기억속에만 남는 사건의 축적이다. 그리고 사건은 상호관계의 결과물이다. 상호관계란 만물에 존재한다. 꼭 새해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 사물과 사람 사이에도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 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상호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운동을 하여 몸을 만드는 것도 운동이라는 행위와 몸사이의 상호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상호관계는 한 사람에게 관련된 수많은 상호관계를 함께 연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상호관계를 굳이 추운 겨울날 시작되는 새해에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상호관계는 항상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호관계를 만들고 사건을 창조하는 과정에는 와인이 도움이 된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