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사이트 아프리카]3개월째 내륙 국경을 폐쇄한 나이지리아의 정상과 비정상성
[기획-인사이트 아프리카]3개월째 내륙 국경을 폐쇄한 나이지리아의 정상과 비정상성
  • 류지선 블루매니지먼트 대표
  • 승인 2019.12.28 0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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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선 블루매니지먼트 대표: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째 거주,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나이지리아관세청장인 Hammed Ali 는 ‘내륙국경을 통해 나이지리아로 유입되는 밀수품 및 내수 생산 증진을 위해 수입이 금지된 농산물(쌀, 토마토 등 ) 의 밀수를 막기위해 니제르, 베닌공화국, 그리고 카메룬과 맞닿고 있는 국경세관을 봉쇄한다’고 깜짝선언을 했다.

아프리카에서가장높은 GDP 국가이자서아프리카에서 70% 이상의무역이이루어지는나이지리아에서갑자기내륙국경을봉쇄한다는 게 가능한걸까?

 

(출처: www.africabusinessmagazine.com)
(출처: www.africabusinessmagazine.com)

 

사실 이같은 극단적인 조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현 부하리대통령이 지난 10월 2일에 방송을 통해 한 연설이 도화선이 되었다.

앞으로 3개월안에 재정부, 기획예산부는 1800억원을 집행해야한다.이를위해정부세수를거두어들이는기관들은 (관세청포함) 반드시할당한목표를달성해야하며, 이를달성한기관은포상을할것이며그렇지못한기관은엄청난댓가를치루게 될 것이다’ (10월2일자 가디언신문번역 및 요약)……

과거 군부출신 답게 부하리 대통령의 명령에 부응하여, 또한 군부 출신이자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로 알려진 관세청장Hammed Ali는 일차적으로 내륙 국경을 폐쇄하여 내륙을 통해 밀수 혹은 비공식으로 수,출입되는 물자가 모두 라고스에 위치한 아파파 항구로 통관될 수 밖에 없게 조처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나이지리아에서 해상/ 내륙을 통해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중 하나인 자동차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에서 내륙 국경을 통해 수입되는 99%의 차량이 불법으로 통관되고 있다." 는 현실을 개탄하며 관세청장은 도요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딜러 총판장을 봉쇄하였다.차량들이 불법으로 수입되었는 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하며 영업금지를 시키고 나이지리아 전역에 걸쳐 대대적인 수색활동에 나섰다.이쯤되면 ‘깡패’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지난 수십년간 문제없이 수입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던 관세청이 어떤한 예고도 없이 청천벽력같이 사업장을 봉쇄하고, 이미 수입한 차들을 신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도 않고 어마어마한 벌금을 징수하는 관세청에 딜러들은 항변을 하였다

무엇보다 이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경 지대에서 쌀, 식품, 과일, 소비재 등을 소규모로 매매를 하는무역업자들이다. 그들은 생계형 밀수를 불가피하게 하며 특히 베닌 공화국, 카메룬을 오고가며 필요 물자들을 매매하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도로 사정이 안좋고, 운송 및 저장 시설이 빈약한 상황에서 내륙 국경 세관은 제대로 된 시스템, X-ray 검사대도 하나 없는 실정에서 ‘밀수’ 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언론들이 관세청의 갑작스런 정책을 비판했다. 쌀, 농산물의 인플레이션은 정책 시행후 한달만에 20% 가까이 올랐고, 주요 신문들의 1면은 매일매일 관세청의 행보로 장식을 했다. 게다가 나이지리아는 서아프리카경제 연합체(ECOWAS)의 수장이기도 하며, 아프리카 대륙 자유 무역협정 (AfCFTA)에 싸인을 한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변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의 비판까지 감수해야했다.

우리나라 정부 사업에 참여하며 나이지리아 관세청 책임자들을 알게 된 덕에, 나는 그들에게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다. 관세 행정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제야말로 나이지리아 관세청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부드럽게 말로하면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 이렇게극단의 조처를 해야 사람들이 법을 따르고, 제대로 세금을 낸다. 이제 쌀생산량이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 공장도 더 생길 거라고 믿는다.

도로, 전기, 통신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열악하여 내수 생산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취약한데 국경을 폐쇄한다고 갑자기 법규 준수도가 높아지고 내수 생산이 증대할 것이라는 낙관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일단 인정, 분석을 한 후 이에 맞는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게다가 밀수에 대한 책임은 무역상들 뿐 아니라 이를 허락해주고 결탁한 관세청 직원들에게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세청 내부적으로도 어떤 자성이 필요하지 않을까?괴담도시를 연상케 하는 아파파항구는 시스템은 커녕 전쟁처를 방불케 하고, 컨테이너 내부를 검사할 수 있는 X-ray기계가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어떻게 밀수, 인체 유해 약품 등을 제대도 단속할 수 있다는 것인가?

사실 난 나름 관세청 직원들에게 이러한 답을 기대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관세청장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였고 정의를 위해 악을 징계하는 권위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이지리라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아이러니.

그 이후, 관세청은 다행히 수입업체들 수색의 수위는 약간 낮추었으나 현재까지도 국경 폐쇄 정책은 지속되고 있고, 부하리 대통령은 최소한 내년 1월까지는 현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최근 12월 20일에 관세청은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아파파 항구 지역 세관에서 올해 전체의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출처: 12월 20일자 가디언지, 올해 실적 발표를 하는 나이지리아 관세청)
(출처: 12월 20일자 가디언지, 올해 실적 발표를 하는 나이지리아 관세청)

 

그렇다면 3개월째 내륙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민간 영역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최근의 신문 기사에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륙 국경 폐쇄 정책으로 인해 공급량의 부족으로 몇개의 주에서 쌀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고, 쌀 가격은 기존보다 50% 이상 오른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어 쌀 생산자들이 올 연말을 너무나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또한 정부의 농업 지원 정책으로 제분기 및 농기계를 대대적으로 구매하여 내수 쌀 생산량이 활발해 졌으며, 농부들은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때까지 내륙 국경 폐쇄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지역의 주지사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해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했다….’(12월 22일자 가디언지 번역)

오비이락일까, 최근2월 18일 현대 엔지니어링 김창학 사장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하여 부하리 대통령과의 공식 미팅을 통해 석유 정제 시설 및 자동차 조립 공장 설비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부하리는 본인의 트위터에까지 이 소식을 전하며 이 제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부하리 대통령 트위터 캡쳐 화면)
(출처: 부하리 대통령 트위터 캡쳐 화면)

 

완제품으로 수출을 하면 현지 관세가 너무 높게 부과되어 현지공장설립이 현대 자동차로서는 나이지리아 매출 증대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과연 국경 폐쇄의 긍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이쯤되면 우리가 믿었던 상식과 비상식으로 믿고 있던 기준이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비정상인건가? 결국 관세청 직원의 예견대로 쌀 생산량이 증대하고 자동차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거 아닌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나라가 돌아갈수가 있지?’

패닉 상태의 내 표정이 기우라는 듯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우습다는 듯, 내게 뜻 모를 미소로 가볍게 미소지으며 나이지리아는 오늘도, 내일도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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