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기획)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의 외교 막전막후]미국 "전두환, 단임제 준수 여부 민감", "유성환 의원 구속에 따른 통일민주당 해체 미국이 반대"
(창간18주년 기획)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의 외교 막전막후]미국 "전두환, 단임제 준수 여부 민감", "유성환 의원 구속에 따른 통일민주당 해체 미국이 반대"
  • 정태익 외교협회 명예회장 / 정리: 이지연 기자
  • 승인 2019.10.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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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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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관 정무 참사관을 1987년부터 1990년까지 근무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의원 투표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교의 역점도 역시 전두환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홍보에 두고 전개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전두환 정부의 신임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단임제 약속 준수 여부였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7년 단임제 대통령이 되면서 기회 있을때마다 단임 약속을 천명했고, 미국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지 주목했습니다.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목표는 국가안보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확산시키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의 민주주의 성공이 미국 대외정책의 성공을 나타내는 것이며, 한국의 발전은 곧 미국이 자랑하는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됩니다.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미국 대외 정책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였다. 미국은 한국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을 때마다 미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록을 보면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미국 국무장관이 제일 많이 방한했습니다. 당시 조지 슐츠 미국 국무장관이 거의 매년 수시로 방한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수뇌부가 방한할 때마다 대한반도 안보 공약을 재천명하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단임 약속을 다시 받아가는 외교패턴이 되풀이됐습니다.

당시 주미대사관 정무참사관의 주요 임무는 전두환 정부의 정통성을 홍보하는 것이었는데 필자가 재직하던 때 유성환 의원 제명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성환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반공이 국시가 될 수가 없다는 소위 국시 발언을 했는데, 그것이 말썽이 되었습니다.

유성환 의원은 그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유성환 의원이 소속한 통일민주당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언론보도가 국내에 터지면서 미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시 국무부 아태 담당 차관보인 개스턴 시거 박사가 주미대사를 국무부 차관보실로 불렀다. 마침 김경원 대사가 미국 내 출장 중이라, 할 수 없이 한탁재 공사와 정무참사관인 내가 불려 들어갔습니다.

만약에 한국 정부가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소속 정당을 해체하는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일이며, 미국 정부로서는 해체 결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외교적 용어로 ‘반대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유성환 의원의 반공 국시 사건을 빌미로 전두환 정부가 정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 국무부에서도 미국의 입장을 통보받고 나서 보고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필자는 김경원 대사께 바로 전화로 보고하고, 외무부 본부에 빨리 사실관계를 즉시 보고하자고 했는데 공사님은 대사가 돌아온 후 평가와 함께 본부에 보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니 대사가 돌아오시는 밤까지 보고를 지연하자고 했습니다. 상사가 그렇게 하자니까 어쩔 수 없이 기다렸는데, 문제가 발생했지요. 청취 내용을 사전에 국정원 공사에게 전달한 것이 사단이 되었습니다.

안기부에 먼저 보고되어 안기부장인 장세동 부장이 최광수 외무장관을 불러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정작 외무장관은 전혀 모르고 회의에 들어갔고 외무부가 보고한 사안을 가지고 대책을 논의하게 되어 최광수 장관이 당황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통일민주당 해체 조치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 측에 통보돼서 사태를 수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습과정에서 소외된 최광수 외무장관이 화가 나서 보고 지연을 이유로 주미공사가 소환 조치됐습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요지는 미국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관여를 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가지 기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한·미 동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국제사회의 외교 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국가의 성장과 발전은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 미루어지는 것임을 재인식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미대사관 재임 중 특기할 일화가 또 하나 있습니다. 슐츠 미국 국무장관이 “만약 전두환 대통령이 단임 약속을 이행하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같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받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단임을 했다." 그렇게 극찬한 슐츠 국무장관의 발언을 본부에 보고한 기억이 납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한국외교와 외교관편을 참조/편집자 주)

■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19회로 졸업하고, 네덜란드 Amsterdam University 에서 Diploma 및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제 2회 외무고시를 합격하였으며, 미주국장, 주이집트 대사, 주이탈리아 대사, 외교안보연구원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주러시아 대사 등 외교관으로서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공직을 마친 후에는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등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또한 러시아 레프 톨스토이협회 명예회원이다.

학력

l 1970 : 서울대학원 졸업 법학석사

l 1965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사

주요경력

l 2017~현재 :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

l 2014~2016 : 한국외교협회 회장,

l 2012~2013 :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l 2010~2011 :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l 2005~2012 :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l 2007 :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

l 2004~2005 : 외교부 본부 대사

l 2002~2004 : 주러시아 대사

l 2001~2002 :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l 2001 : 외교안보연구원장

l 1998~2001 : 주이탈리아 대사

l 1996~1998 : 제1 차관보, 기획관리실장

l 1993~1996 : 주이집트 대사

l 1992~1993 : 외교부 미주국장

l 1969 : 제 2회 외무고시합격

l 1966~1970 : 공군장교복무(공군사관학교법학교관)

논문 및 저서

l 러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국, 연경출판사 (2006)

l 한러관계의 새로운 발전 방향, 러시아외교아카데미 (2005) (논문)

l 새로운 동북아 질서와 한러관계, 외교협회 (2004)

수상

l 홍조근정훈장

l 대십자기사훈장 (이탈리아, 2000)

l 러시아 정부 훈장 (러시아, 2003)

l 황조근정 훈장 (2005)

언어

l 한국어; 영어; 일어;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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