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23 ]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와인애호가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23 ]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와인애호가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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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데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과 식견을 지닌 ‘아마추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다.
와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와인 애호가들 중에는 와인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소위 ‘프로’ 와인업계 종사자들 보다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깊은 조예를 가진 와인 ‘아마추어’들이 많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수개월짜리 와인강좌를 들어야할 것 같은 오해가 다소 있기도 하지만.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교수(Professor)와 어원이 같은 라틴어 professio에서 왔는데 원래는 ‘고백하다’, ‘공표하다’의 뜻이다.
전문직업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16세기 중엽으로 보인다.
현재는 운동선수에게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해 전문적이고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통칭한다.
특히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대가를 받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아마’로 불리는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는 라틴어 amator에서 왔는데 ‘애호가’ 혹은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뜻이다.
어떤 일을 대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비전문가라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추어 전문가라는 표현은 다소 의미 상충적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프로와 아마를 구분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유명한 철학자가 있다.
“아마추어라는 말은 학문이나 예술을 애정과 즐거움, 알고 싶은 열정 때문에 추구하는 사람들을 생업으로써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얕잡아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프로)’에 대한 일반적인 존경심과 아마추어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사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수단일 뿐이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진지하고 중요한 의미를 찾아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최고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러한 아마추어들이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쇼펜하우어가 한말이다.
보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실제로 프로보다 훨씬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아마추어로 시작해 프로에서 이름을 날린 아마추어들의 사례는 각 방면에 걸쳐 많이 발견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400가지나 된다.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증명한 사람 중에는 전문 수학자가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증권 중개인인 헨리 페리갈도 있다.

특히 미국의 제 20대 대통령이었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군인이자 정치인이었지만 이를 증명하여 수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특허국의 공무원 이었던 시절에 상대성 원리를 발표했다.

1995년에야 증명되었지만 수학자들을 358년간이나 괴롭혔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남긴 피에르 드 페르마는 변호사가 직업이었다. 수학은 취미로 공부한 아마추어였지만 현대 정수론의 창시자로 불릴 정도로 수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모든 학자들 중에서 가장 부유했으며 모든 부자들 중에서는 가장 학식 있는 사람이라 불린 헨리 캐번디시는 귀족의 신분으로서 과학은 취미 활동이었지만 만유인력 상수를 측정하고 수소를 발견하였다.

산소를 발견한 조셉 프리스톨리는 목사였고, 유전의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어 멘델은 신부였다.
음성학자였던 알렉산더 벨은 전화기를 발명하였다.
모르스 신호를 발명한 샤무엘 모르스는 화가였다.

특히 천문계에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아마추어들이 많다.
슈메이커 레비9 혜성을 발견한 데이비드 레비는 영문학을 공부했고 천문관찰은 취미였다.
초신성의 폭발을 42개나 발견한 로버트 에반스는 은퇴한 호주정부의 장관이다.

스포츠계에도 아마추어 출신이 엘리트 선수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자 프랭크 쇼터는 변호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였다.
그는 최고의 업적을 이룬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설리반 상을 수상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에 그쳤으나 나중에 금메달을 딴 동독선수의 약물복용 사실이 밝혀져 사실상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마라톤 열풍을 가져온 계기를 만들었다.
마라톤을 뛰고 있는 필자의 뇌리에도 강력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다.
얼마전 올해 70세가 넘었는데도 무릎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마라톤을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LG 1군에서 투수로 뛰는 한선태 선수도 취미로 야구를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엘리트 선수 출신도 어려운 프로선수가 되었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블루투스, 와이파이와 CDMA 등의 기반기술인 ‘주파수 도약(FHSS)’이라는 혁명적인 기술을 1942년 처음으로 발명해 미국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1997년에는 미국전자개척재단으로부터 IT공로상을 받는다.

그리고 2015년에는 구글이 이 사람의 탄생 101주년을 맞아 헌정 영상을 제작하고 “이 사람이 없었다면 구글도 없었다.”라고 했던 사람이 있다.

또 한 사람은 “백설공주의 실제 모델, 쇼 비지니스가 만든 가장 화려한 스타, 영화 역사 상 가장 매력적인 스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으로 불렸다.

히트작 고전영화 ‘삼손과 데릴라’에도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서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사람.
이 두사람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헤디 라마르라는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여배우로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과학계의 명예의 전당과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모두 올린 유일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헤디 라마르라는 사람이 전문적인 과학분야에 남긴 위대한 업적을 보고 이 사람을 당연히 전문 과학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디 라마르가 이 분야엔 아마추어인 그것도 매력적인 여배우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쇼펜 하우어의 말처럼 아마추어에 대한 편견과 ‘매력적인 여배우’에 대한 편견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루 3시간씩 10년 정도가 걸리는 시간이다.
전문가가 되는데 생업이어야 한다는 조건같은 것은 없다.
사실 그 분야에 생업을 가진 사람은 아마추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되기 쉽다.  
생업을 위해 매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전적 물질적 대가를 받는 생업이면서도 아마추어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열정 없이 매일 하던 일을 오늘도 내일도 똑 같이 하기 때문이다.
10년을 하는데 전문성이 수평이나 하향으로 10년이냐 위로 10년이냐의 문제이다.
아인슈타인은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똑 같이 하면서 개선을 바라는 것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마추어이든 프로이든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전문성이 없다고 아마추어에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로가 대가를 받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실망한다.
화가 날 때도 있다. 와인을 마시러 와인바에 가서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는 서비스를 받을 때도 종종 이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대가를 받는다는 것은 엄정한 책임이 따른다.
이것은 회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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