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22 ] 와인의 구성성분과 인체의 구성성분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22 ] 와인의 구성성분과 인체의 구성성분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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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늦은 오후.
한적한 와인 바의 넓은 창가에 앉아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문을 바라본다.
창 유리에 닿은 빗줄기는 이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눈물처럼 창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문득 아래를 보니 무의적으로 돌리고 있는 손에 든 와인 잔 속에서도 와인잔을 타고 여러 갈래의 와인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와인잔을 둥글게 돌리면 와인 속의 수분이 와인잔 표면에 물방울 형태로 맺혀 눈물을 흘리 듯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리학에서 ‘마랑고니 효과’로 불리는 현상인데 두 용액간 표면장력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를 Legs of wine 혹은 Tears of wine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와인의 눈물’로 부른다.

우주 전체로 보아 지구가 속한 은하인 은하수를 비롯 은하의 평균 크기는 10만 광년쯤 된다.
1광년이 10조Km이니 은하 하나의 크기가 10만 X 10조Km인 셈이다.
그리고 은하 하나에는 또 3,000억개의 별이 있다.
그런데 우주 전체에는 이러한 은하가 2조개쯤 된다.
그리고 우주 전체의 별을 세면 지구표면에 존재하는 모래알 보다도 많다.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지구는 그야말로 먼지보다도 미미한 존재이다.
그 지구에 우리가 산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그저 푸른 색을 띤 아름다운 행성으로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시야를 낮추어 아래로 내려오면 지구표면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수한 개체들이 존재함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개체들은 좀더 세밀한 단계로 내려가면 종류가 무엇이든지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 하나의 크기는 평균 직경이 10의 -10승m 이다. 그런데 원자의 핵은 10의 -15승m로 더 작아진다.
하지만 원자핵이 끝이 아니다.
원자핵은 또 소립자 단위로 나뉘고 중성 미자의 경우는 크기가 10의 -24승m로 작아진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허상일 수도 있다.
우리를 비롯한 만물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류는 오랫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서 분명히 확인된 사실 하나는 우리가 속한 우주는 무한히 넓고 또 우리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는 무한히 작다는 것이다.

창밖을 보니 빗줄기는 더 거세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마시는 와인의 성분이 궁금해진다.
와인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우선 와인의 구성요소의 85~90%는 물이다.
그 다음이 도수에 따라 보통 10~15% 정도의 에틸 알코올이 포함된다.
그리고 신맛을 내는 아세트 산을 비롯 주석산, 말산, 구연산, 호박산, 젖산의 6가지 산과 인산염, 유화염, 타르타르염 등의 염화물, 폴리페놀, 당분, 색상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 프레본, 페놀산, 탄닌, 펙틴 등의 물질이 미량 포함되어 있다.
이를 원소 단위로 보면 산소, 수소, 탄소가 주를 이루고 있고 질소, 칼슘, 인, 철분, 칼륨, 나트륨, 붕소, 황 등의 기타 원소로 구성된다.

그럼 이를 마시는 사람의 구성 성분은 어떠할까?
인체도 역시 주된 구성성분은 물이다.
인체는 66%의 물과 16%의 단백질, 13%의 지방, 4%의 무기질, 1%의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원소별로 보면 산소 65%, 탄소, 18%, 수소10%, 질소 3%, 칼슘 2%, 인 1%, 기타 칼륨, 황, 철, 마그네슘, 나트륨, 요오드, 염소, 망간, 구리 등의 미네랄 성분이 미량 분포되어 있다.
몸무게 7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이러한 원소를 가지고 값이 나갈 만한 몇 가지 상품을 만든다면 지방으로는 7개의 비누, 칼슘으로는 조그만 곳간을 칠할 만큼의 석회, 탄소로는 13Kg의 석탄, 인으로는 2200개비분의 성냥, 철로는 2.5cm정도의 못을 만들 수 있다.
물질적으로만 따진다면 사람의 가치는 참으로 하찮다.
이와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중 지각의 구성성분을 살펴보면 산소 50%, 규소 26%, 알루미늄 7%, 철 4%, 칼슘 3%, 기타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수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물이 퇴적되어 있는 지표 층인 흙에서는 탄소, 인 등의 추가적인 원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에게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환경인 바닷물의 구성성분은 산소 85%, 수소 10%, 기타 염소, 나트륨, 소듐, 칼슘, 칼륨, 탄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아가 자라는 양수의 구성성분과 바닷물의 구성성분이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엄격히 따지면 사실 차이가 좀 있다.
양수는 원소로 보아 산소, 수소, 나트륨, 염소, 요소 등으로 이루어져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바닷물과 같은 것으로 알려진 양수의 염분 농도는 0.9%로 약 3%인 바닷물과는 차이가 있다.
염분 농도 0.9%는 인체 혈액의 염분 농도와는 같다.

특히 똑 같은 과학적 사실을 두고도 인체와 흙의 구성원소가 비슷하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창조론의 근거로 삼거나 부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실제로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인체의 성분은 주변의 토양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흙에 흡수된다.

그러나 우주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본적으로 지구에 존재하는 만물의 구성원소가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138억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가 처음 탄생할 때 제일 처음 생긴 원소는 수소이다.
그리고 46억년 전 태양계와 함께 지구가 생겼다.
태양이 생기면서 태양내부로부터의 높은 열로 인한 핵융합이 오늘 날 지구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원소를 추가로 만들었고 이러한 원소들은 지구의 생성과정을 통해 지구로 이전되었다.
특히 생명체의 탄생에는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과 함께 탄소, 질소, 인이 필수적인 구성원소로 작용했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이러한 원소가 발견되는 이유이다.
모든 것이 같은 하나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부산물이 비슷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먼지 보다도 작은 지구의 한 구석에서 그 먼지의, 먼지의, 먼지 보다도 작은 한 사람이 그 먼지의, 먼지의, 먼지의, 먼지보다도 작은 그 무엇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마시고 있다.
밖에는 수소와 산소로 만들어진 빗방울이 아직도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먼지 같은 이 지구에는 사람으로 불리는 산소와 수소와 탄소로 만들어 진 그 무엇이 아웅다웅 하며 살아가고 있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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