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디자이너 허일무의 리더십체인지] 일의 목적과 이유를 디자인하라
[변화디자이너 허일무의 리더십체인지] 일의 목적과 이유를 디자인하라
  • 허일무 교수
  • 승인 2019.08.1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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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 ‘고지전’에 초반부에 북한군 장교가 포로로 잡힌 남한군 병사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어리버리들, 너희들이 와 전쟁에서 지는 줄 아나? 너들이 와 도망치기 바쁜 줄 알아? 그건 와 싸우는 줄 모르기 때문이야! 이 전쟁 일주일이면 끝난다. 전쟁이 끝나면 이 조국에 필요한 건 정말 너희들이야. 고향에 가서 조용히 숨어 있다가 조국 재건에 나서라우. 부상병들은 치료해서 고향으로 보내주라우. 풀어주라우. 해방조국에서 만나자우.”

영화가 끝났지만 이 대사가 주는 느낌과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특히 ‘그건 와 싸우는 줄 모르기 때문이야!’라는 말은 무엇보다 강렬했다. 마치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듯 살면서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 질문하면 쉽게 답하지 못하며 어색해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리로 들렸다.

그 동안 한국사회는 ‘왜’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할 필요와 이유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부족한 자원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돈 되는 일과 기술을 찾아 배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 방향과 목적보다는 목표와 속도가 설득과 동기부여의 힘이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당연 것으로 받아들이고 의문을 가지지 않는 본질적 오류의 덫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은 왜 하는지도 모르고 다양한 학원으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내몰리며 공부하고 대부분이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해서 폭탄주를 돌리고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이유를 묻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눈부신 압축성장과 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왜’와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질문없이 사람들을 참여와 몰입 그리고 선택으로 이끄는데 어려움이 있다. 물질적 풍요와 솔루션의 과잉으로 사람들의 욕구와 의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본주의적 가치와 결과, 감성과 영혼, 신념 그리고 대의명분이 차별화와 경쟁의 원천이며 생산과 소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런던예술대학교 혁신 인사이트 허브센터장 지오바니 쉬우마 교수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기술적 측면이 중시되던 ‘노하우Know How’의 시대가 가고 ‘노필Know Feel’의 시대가 도래했다. 노필은 조직구성원이 자기 일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를 의미한다. 많은 직원이 자기 일을 단순히 의무라고 생각하고 수행한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에서 기쁨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한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직원들은 업무몰입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리더들이 일을 시키는데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불만없이 어려움을 감내하며 주어진 일을 아무 말없이 해내는 직원들이 인정받았고 성과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요즈음 조직 구성원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에 대한 목적과 가치이다. 과거의 무조건인 순응과 헌신을 요구했던 리더십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텔로스Telos’를 잊지 마라’고 얘기하며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텔로스는 ‘목적과 사실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한다. 재화는 그 재화가 갖는 본래의 존재 목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할 때 그 행위를 하는 이유와 그것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결과가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그 직업적인 존재이유가 있다. 그 존재 이유는 ‘히포크라테스’선서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선언문의 세 번째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 하겠노라!’가 핵심 텔로스이다.

업과 직무와 그리고 일에는 반드시 존재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 존재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인식할 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존재이유와 목적이 단순히 개인과 경제적 이익을 넘어 누군가의 삶과 행복에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고 믿을 때 더 높은 수준의 몰입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에 세 가지를 점검하고 실천해 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업과 일에 대한 고차원적 의미와 가치를 디자인해야 한다. 즉 ‘노와이’를 개발해야 한다. 일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개념설계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욕구의 수준을 저차원에서 고차원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구성원들이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이해의 수준을 넘어 체화 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설명하고 강조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 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때 지속적으로 몰입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셋째, 구성원들이 일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질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결과 구성원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을 받아주는 것만으로 일하는 과정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에 대한 소유감을 높여주고 책임감을 갖도록 만든다.
 

* 참고로 이 글은 2017년 출간된 허일무의 저서 ‘노와이(know-why)’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내용을 인용하거나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 허일무는?

∙ (현)HIM변화디자인연구소 대표/경영학박사

∙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 장안대학교 외래교수
∙ 엑스퍼트컨설팅 전임교수

∙ IGM, 한국생산성본부 겸임교수

∙ 삼성에스원 지사장

∙ 변화디자이너(특허청 서비스표 등록 제41335267호)’
 

주요활동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를 비롯한 국내 기업 및 다양한 공공기관과 방송에서 리더십, 변화관리와 관련하여 인사이트가 있는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노와이,2017》, 《차이를 만드는 습관, 2015》, 《습관다이어리 365+1,2015》, 《체인지웨이,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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