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vs 포용' 설전 부각에 몸사리는 김상조…SK는 치켜세우기?
'혁신 vs 포용' 설전 부각에 몸사리는 김상조…SK는 치켜세우기?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6.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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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회사에게 농민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이해진 네이버 GIO)

"정부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혁신 신산업과 구산업 간의 갈등을 두고 누가 '총대'를 맬 것인지에 대해 기업가와 관료들의 '설전'이 뜨겁다.

기업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관료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앞장서 신산업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20일 SK텔레콤의 '5G 스마트오피스' 현장을 방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오늘 장소는 5G라고 하는 최첨단 기술이 있으면서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가 같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기업들도 정부도 혁신과 포용이 조화되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날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저격한 일을 의식한듯 이날 현장방문 초기만해도 "오늘은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던 것과 대조되는 발언을 일정 마지막 무렵에 내놓은 것.

이같은 발언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을 치켜세우며 '정부 역할론'을 주장하는 일부 혁신 기업가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전날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가 지난 18일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나와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건 기업에 너무 큰 짐"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다음날 SNS를 통해 "포용사회를 형성하는데 혁신 사업가들이 선도해달라"며 응수했다. 

김 위원장은 인스타그램에 "산업정책,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사회안전망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제한된 정책자원을 그 일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썼다. 기업가들이 먼저 나서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단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글과 함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진과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책 표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앞서 최 위원장은 승차공유 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장외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정부의 낮은 혁신 의지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던 이 대표를 지목해 "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며 "혁신사업자들도 혁신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최 위원장 사진을 실은 건 이런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평소 빌게이츠 등 미국 실리콘밸리 1세대 혁신가들이 사회 통합에 기여해 온 데 비해 국내 벤처기업가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지난 2017년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GIO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깎아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재웅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오만하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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