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최장 20년 연부연납 특례 확대
당정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최장 20년 연부연납 특례 확대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6.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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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재정부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최근 중소․중견기업인과 언론 등을 중심으로,가업상속지원세제의 개선에 대한 많은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에 대응해 기업인 의견 수렴, 전문가 토론, 해외 사례 연구 등을 거쳐 가업상속지원세제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골자는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최장 20년의 연부연납 특례를 확대함으로써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그것으로 선 10년의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종변경의 허용범위도 크게 확대하여,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업종변경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자산의 처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자산의 처분도 보다 넓게 허용하고, 중견기업의 고용 유지 의무도 합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종변경 허용 범위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 가능하던 것을 중분류까지 대폭 확대했다. 업종 간 연관성이 높으면 위원회 심사를 통해 주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가업상속공제 한도나 대상은 기존 틀을 유지해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제도의 취지는 그대로 살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10년 이상 경영한 뒤 상속이 이뤄질 경우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번 개편방안은 경영계를 중심으로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마련됐다. 최근 5년간 가업상속공제 신청기업은 연평균 74건에 불과다.

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 단축 △업종변경 허용범위 확대 △자산유지 의무완화 △고용유지 의무완화 △연부연납 특례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개편안 자체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징벌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최고세율 조정 없이는 기업이 제도 개선안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서다.

국내에서 부과되는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세율이 2번째로 높다.

지분 상속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업 승계 때는 세율이 더 높아진다. 관련법에 따라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는 기존 최고세율에 30%의 할증이 붙는다.

단순 산술하면 기업가치 1000억원 중견기업을 가족에게 승계하는 순간 오너 지분율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65%는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데 가업을 잇기도 어렵지만 회사를 키울 유인도 낮아졌다. 기업을 가족에게 물려주려면 일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애써 키운 기업을 반토막 내서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처분 후 빌딩을 사서 상속하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승계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조세제도가 강소기업 역사를 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단순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렵다.

사실상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 상속세율 조정 없이는 중견·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제계가 정부의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단단한 중소기업들의 나라인 독일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가업상속 공제 혜택도 커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천국으로 불리는 벨기에도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을 80%에서 30%로 대폭 감면해준다. 여기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더하면 실제부담하는 세율은 3%에 그친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 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13개국)하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상속세제의 전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 주문이다.

개편방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 이용건수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2016년 기준 이용건수·금액은 76건, 3200억원(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2017년에는 이보다 금액이 더 낮은 91건·2226억원의 이용실적을 보였다.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는 것만으로 가업상속 공제 이용건수 및 수혜기업을 대폭 늘리긴 어렵다. 지분 및 근로자 임금지급만 유지하면 최소 85%의 공제가 적용되는 독일처럼 대대적인 제도개선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독일의 경우 가업승계 공제 이용건수만 연평균 1만7000건, 55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세대를 거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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