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협회 "고로 정비 배출가스 '휴풍' 주변지역에 영향 없어"
철강협회 "고로 정비 배출가스 '휴풍' 주변지역에 영향 없어"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9.06.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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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협회가 제철소 고로(高爐) 정비과정에서 배출되는 가스인 '휴풍'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6일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처분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이같이 주장하며,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제철소에 내리고 있는 영업정지 처분은 과도한 조치라고 호소했다.

충청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Bleeder, 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 물질 무단 배출 행위 건으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한 바 있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도 각각 지난 4월24일과 5월27일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해 현재 후속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고로는 포스코(포항 4기, 광양 5기), 현대제철(당진 3기) 등이 총 12기다.

협회는 이 같은 조업 정지 처분 움직임에 대응해 올해 1월1일부터 4개월간 포항제철소의 고로 휴풍 영향을 확인해 보기 위해 제철소 인근 지역인 포항시 장흥, 대송, 대도, 3공단, 장량동과 경주시 성건동에 설치된 국가 대기환경측정망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PM10),일산화탄소(CO), 황산화물(SO2), 질산화물(NO2)등 주요 항목이 용광로를 정상 가동했을 경우와 휴풍일 때 대기질 농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휴풍에 의한 주변지역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협회는 밝혔다.

철강샌산 과정의 첫 단계인 고로 조업은 높이 110m의 거대한 고로 상단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투입하고 아래쪽에서 고온·고압의 바람(1200℃, 4.0bar)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지속해서 쇳물을 생산하는데, 1500℃의 쇳물을 다루는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기적으로 정비한다.

정비를 할때는 바람을 불어넣는 송풍을 멈추는데,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돼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를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개방한다.

이 블리더 개방으로 배출되는 수증기에 잔류가스가 섞여 배출되는 데 환경단체는 제철소가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환경단체는 제철소들이 이러한 예외 규정을 악용해 대기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회피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철강업계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제철소도 안전 측면에서 최적화된 고로 안전밸브 개방 프로세스를 지난 100년 이상 운영해 오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의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협회는 세계철강협회(WSA)에 관련 문의를 한 결과 돌아온 답변도 소개했다.  세계철강협회는 브리더 개방과 관련, '휴풍 시 블리더를 열어 고로의 잔여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이 없으며,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다'는 답변을 한국철강협회에 보내왔다.

협회는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정비를 위한 일시적인 가동 정지(휴풍) 시 안전밸브 개방을 이 조항의 예외규정에 따른 적법한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며 "휴풍 시 안전밸브 개방은 화재나 폭발 등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조치이며, 인근 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이 미미한 점을 고려해 고로 업종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 집행과 법리 해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고로 조업정지 10일은 단순히 10일간의 조업정지가 아니다"며 "조업정지 기간이 초과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가동 및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3개월, 경우에 따라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행정처분에 따른 조업정지 10일은 실제는 수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실제 조업정지가 이뤄져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기간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으로 인해 8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는 "철강산업은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 발전의 근간 역할을 해 산업의 쌀로 불린다"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철강생산이 멈추면 철강을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수요산업과 관련 중소업체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고로의 안전밸브를 대체할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국내외 철강사, 해외 고로 전문 엔지니어링사, 환경 전문가 및 단체, 지역기관, 정부 등과 협업하여 안전밸브 운영과 관련해 다른 기술적 방안이 있는지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는 환경 설비에 1조700억원을, 현대제철은 53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실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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