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인간의 뇌 닮은 '인공신경망' 구현…어디까지 왔나
'척척박사' 인간의 뇌 닮은 '인공신경망' 구현…어디까지 왔나
  • 이경석 기자
  • 승인 2019.06.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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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 신경망에 착안해 구현되는 인공지능의 기법을 '인공신경망'(ANN)이라고 한다. 사람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정보는 뉴런을 통해 뇌로 전달된 후 뇌는 정보를 파악해 다시 명령을 내린다. 이처럼 복합한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해 구현하는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이다. 이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가 스스로 수학공부를 하게 될까?…숫자감각 구현 성공

최근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인 '숫자감각'(number sense) 능력을 인공지능망을 통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드레아스 니더 독일 튀빙겐 대학 교수 연구팀은 동물이나 기구의 수를 인지할 수 있는 신경세포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8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사람이 직관적으로 수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에 대한 연관성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일명 '숫자감각'을 지니고 있다. 숫자뿐만 아니라 숫자가 크기, 숫자 간 연관성 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지 능력은 수를 관장하는 뇌세포에서 비롯된다.

니더 교수 연구팀은 인공신경망에 이러한 인지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인공 뉴런이 수량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19세기 제안된 감각기에서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된다는 '이론베버-페히너법칙'에 근거한 방식이다.

인공신경망이 동물이나 기구의 형상을 식별할 수 있도록 약 120만개의 이미지를 습득시키고 신경망에 0~30개 점의 집합으로 이뤄진 도트 패턴을 학습시켰다. 이후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신경망이 어떤 도트 패턴을 제시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인공신경망은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의 패턴을 제시했다. 이는 같은 이미지를 보고 원숭이가 제시한 패턴과 매우 유사했다. 인공신경망과 원숭이와의 숫자감각이 약 81%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니더 교수는 "구현된 인공신경망은 사람의 뇌 속에서 숫자를 관장하는 뇌세포를 닮았다"면서 "인공지능의 숫자감각을 향상시켜 사람처럼 스스로 숫자를 다루고, 스스로 수식을 공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길찾기 '알파고' 기대…인간의 '격자세포' 인공신경망 구현

지난해 5월에는 알파고의 아버지라 알려진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서 공간능력을 인식하는 '격자세포'(Grid Cell)를 인공신경망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018년 5월10일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뇌 속의 GPS'라고 불리기도 하는 격자세포를 발견한 마이브리트 모세르·에드바르 모세르 노르웨이과학기술대 교수 부부는 이를 처음 발견해 지난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바둑 AI 알파고처럼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이용해 길 찾기 AI를 개발했다.

허사비스 연구팀은 가상의 에이전트(설치류 로던트)가 가상의 공간에서 길을 찾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켰고 이때 에이전트의 인공신경망에서 격자세포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길찾기 능력은 학습을 거듭하며 더 향상됐고 새롭게 바뀐 지형에도 적응해 지름길을 찾기도 했다.

◇인간의 두뇌 신경망을 따라하다보면…결국 인간과 같아질까?

인간의 신경망을 구현하다보면 결국 인간과 같아지거나 인간을 뛰어넘는 게 아니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식이나 학습 분야에서 AI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췄지만 추론·행동과 같은 분야에서는 매우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판단의 속도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도 사람처럼 인공지능이 추론능력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인 대목이다.

한 신경 과학자는 "인공신경망이 구현된다고 해도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는 아직 그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거나 감정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앞으로 AI가 어떤 방식으로 개발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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