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힘실리나…미중 무역분쟁이 향방 가른다
기준금리 인하 힘실리나…미중 무역분쟁이 향방 가른다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9.05.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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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소수의견은 그야말로 소수의견일 뿐이다. 지금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향후 대내외 경기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전개 양상이 금통위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금통위도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 vs "다수의견 되는 과정"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 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조 위원은 금통위에서 성장을 중시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앞서 조 위원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가 요구하는 통화정책에 비해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통위는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린 후 올해 진행된 3차례(1월, 2월, 4월)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의 동결 소수의견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금리 인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소수의견은 말그대로 소수의 의견으로 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미중 무역분쟁 전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며 대외 불확실성을 강조해 앞선 발언에 힘을 뺐다.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자 반신반의하던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각종 경제기관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진 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돼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금융불안정성의 경중을 따지는 과정에서 금융불안정성은 가벼워지고 반대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무거워지고 있다"며 "지난 2016년 2월 하성근 금통위원이 소수의견 내고 4개월 후인 6월 인상이 단행된 것과 같이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지난 4월 금통위를 보면 만장일치 동결에 비둘기 성향의 금통위원이 두 명 있었고 2분기 상황을 보겠다는 위원들도 있었다"며 "5월 지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더 심화됐기 때문에 비둘기 금통위원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았을 것이고, 시장에서도 인하 시점을 기존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통위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13년 3월 28일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3년 국채선물은 3틱 하락한 109.85, 10년 국채선물은 2틱 하락한 129.81에 마감했다.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불거져서다. 실제로 소수의견이 나온 이날도 금통위 직후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0.01%p~0.02%p)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기로…미중 무역분쟁 확전이냐 종전이냐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미중 무역분쟁 전개 양상을 조금 더 지켜본 후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분쟁의 마침표를 찍을지, 아니면 장기 국면으로 들어설지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통화정책도 갈릴 것이란 판단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분쟁 전개 양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양국에 대한 수출 둔화는 물론 해당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간접적 피해도 예상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 12일 미국의 관세율 상향 조치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직접적 효과로 중국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은 0.10%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통위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이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전망이 더 악화되고 그것으로 국내외 경제에 부정적 영향 확대되면 당장 다음 금통위(7월)는 아니라도 인하 확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총재가 말했듯 동결 기조가 유지될 여지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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