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속전속결' 주총…찬성률 99.9%로 분할안 가결(종합)
현대중공업 '속전속결' 주총…찬성률 99.9%로 분할안 가결(종합)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9.05.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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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단계인 물적분할을 의결했다. 

회사 분할에 반대해 온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물리적으로 주총을 저지했지만 사측은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속전속결'로 주총을 열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과 '사내 이사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이번 법인분할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가 30.95%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9.3%), 케이씨씨(6.6%), 아산사회복지재단(2.38%), 현대자동차(2.31%) 등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총 주식수의 72.2%인 5107만4006주가 참석, 참석 주식수의 99.9%인 5101만3145주가 찬성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 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 신설회사로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으로 분할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 사의 분할 등기일은 오는 6월 3일이며,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며, 거래 중지 없이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2안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참석 주식수의 94.4%인 4819만3232주가 찬성표를 던져 현대중공업 조영철 부사장(재경본부장 겸 CFO)과 주원호 전무(중앙기술원장)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은 물적 분할에 따른 존속 회사이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 전체(55.7%)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한다.

이 대가로 산업은행은 1조2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5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실사를 마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하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10개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대해서 주식처분, 자산 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하거나 경쟁제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업방식이나 영업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심사 기준 중 핵심은 이번 계약이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세계 1, 2위 규모의 조선사로 단순히 현재 시장점유율(지난해말 수주잔량 기준) 합치면 21% 정도가 된다.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지만, 선종별로 구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26.5%, 대우조선이 28.7%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특히 최근 대형 LNG운반선의 발주 중 70% 이상을 두 조선사가 수주하고 있어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주요국들의 시장 당국으로부터 인수·합병을 승인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 시장의 평가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한국 정부가 자국의 조선업체를 지원과정에서 보조금협정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상태다.

이번에 임시주총의 장소를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효력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대중공업 사례처럼 예정된 주총장에서 정상적인 개최가 어려운 사유가 발생할 경우 장소를 변경할 수 있지만 주주들이 주총 참석에 문제가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현장에서 오전 10시40분에서야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30분 후인 11시10분에 연다고 공지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까지는 약 20㎞ 거리로 자가용을 이용하면 40분 이상,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여서 해당 주총장에 있었다면 정상적인 참석이 어렵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바뀐 주총장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반면, 노조 조합원 소속 주주 등은 주총장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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