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式 사회적가치 도출법 공개…"측정해야 관리도 가능"
SK, 최태원式 사회적가치 도출법 공개…"측정해야 관리도 가능"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9.05.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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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2.3조원에 SK하이닉스는 9.9조원 각각 달하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각각 -1.18조원과 -0.45조원이다. 생산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했기 때문이다.

SK가 21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ouble Bottom Line, 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공개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경제간접·비즈니스·사회공헌 등 3개 분야 측정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각 관계사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저점도 특성을 지닌 고급 윤활기유 'YUBASE(유베이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고급 윤활기유는 범용 제품 대비 최대 2.0%의 연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그에 따른 2018년 연간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1315억원으로 측정됐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T map 운전습관' 서비스는 운전자가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 운행 데이터 기반 안전운전 기준 점수 달성 시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해준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T map 고객은 연간 평균 6만원 저렴하게 운전자 보험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가입 고객 전체로 추산하면 총 408억원에 달한다. 교통사고 예방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487억원으로 측정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장치를 혁신적으로 개조했다. 세계최초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폐수 방출시스템(Water Free Scrubber)를 개발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의 스크러버에 비해 유지 보수 비용을 14.2%까지 줄이는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했다. 스크러버 개발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540.6억원으로 측정됐다.

◇최태원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대

최태원 회장은 평소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 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지만, SK는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축해 공개했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이항수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뉴(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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