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갈이'때 2주 이상 굶는 남극펭귄…분변에서 '생존비결' 찾았다
'깃갈이'때 2주 이상 굶는 남극펭귄…분변에서 '생존비결' 찾았다
  • 안세홍 기자
  • 승인 2019.05.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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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펭귄은 해마다 번식을 마치고 겨울이 찾아오기 전 2~3주 정도 '깃갈이'를 한다. 이 기간에 물속을 헤어칠 수 없어 일종의 '자발적 단식'에 들어간다. 오랜 기간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생존 비결은 뭘까. 이를 국내 연구진이 '분변'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3년에 세종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km 떨어진 펭귄마을인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수십 마리의 분변을 채취해 남극펭귄 체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찾았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이 분변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단식 중인 펭귄의 분변에서 '푸소 박테리아'(Fusobacteria)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균은 지방산을 생산해 펭귄의 면역을 높이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한다. 단식 전과 비교해 다른 미생물들도 구성이 일부 변했다. 특히 젠투펭귄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이 같은 미생물의 변화는 남극의 혹한 환경에서 단식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응 과정의 결과로 추정된다.

과거 호주에 사는 쇠푸른펭귄과 사우스조지아섬의 임금펭귄을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지만 남극펭귄의 분변을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극지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남극 생물들의 생존전략을 밝히고 기후변화가 남극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번 달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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