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백신 부족 사태 불러온 '한국백신'의 욕심…檢 고발조치
결핵백신 부족 사태 불러온 '한국백신'의 욕심…檢 고발조치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9.05.16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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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2018년 사이 발생한 영·유아 피내용 결핵(BCG) 백신 물량 부족 사태가 ㈜한국백신의 의도적 주문 물량 취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백신은 당사가 독점 수입하는 고가의 경피용 백신을 판매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몰래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백신 주문 물량을 취소하고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낭비된 국가 예산만 140억원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가 수입하는 고가의 경피용 결핵 백신 판매를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결핵 백신 공급을 중단한 한국백신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9억9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조치도 이뤄진다. 

결핵 백신 종류는 2가지로 피내용은 주사기형 백신, 경피용은 피부에 백신을 바른 뒤 넓게 도장 찍듯 9개의 주사침을 놓는 도장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백신은 지난 2016년 9월 자사가 수입·판매하는 일본 JBL사의 경피용 결핵 백신에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자 정부와 협의 하에 공급하고 있던 JPL사의 피내용 백신 주문을 의도적으로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핵 예방을 위해 국내 모든 영·유아 및 소아가 접종을 받는 만큼 피내용 백신 물량을 줄이면 자사의 주력 판매 제품을 정부가 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리나라 결핵 백신 시장은 한국백신과 엑세스파마가 독점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복점 시장인데, 엑세스파마가 수입·판매하던 덴마크 SSI사의 피내용 결핵 백신 공급이 현지 사정으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중단되면서 당시에는 한국백신이 국내 유일한 결핵 백신 공급자였다. 

질본은 엑세스파마가 판매하던 덴마크산 피내용 백신 공급이 중단되자 한국백신으로부터 일본산 피내용 백신을 공급받기로 협의한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주사기형인 일본·덴마크산 피내용 백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백신이 협의 없이 주문을 취소하면서 국내에 피내용 백신 공급량이 감소, 질본은 경피용 백신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국백신의 불법 행위에 정부가 속아넘어간 셈이다.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에 피내용 백신 주문량을 1만세트로 줄이고 2017년에는 아예 수입하지 않았다. 결국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경피용 백신이 임시로 사용되면서 한국백신의 경피용 백신 월평균 매출액이 63.2% 급증했다. 

피내용 백신은 다인용이지만 경피용 백신은 1인용이기 때문에 가격도 10~18배 비싸다. 이처럼 고가의 경피용 백신이 국가 무료예방접종에 쓰이다보니 예산도 140억원이 낭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질본은 한국백신의 의도적인 주문 취소를 알아차지리지 못하다가 2017년 6월쯤 일본 후생성 출장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백신은 질본 측에 현지 회사 사정으로 피내용 백신 공급이 어렵다는 허위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한국백신의 의도적인 주문 취소 행위를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한국백신 최덕호 대표이사 및 하성배 RA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신동방 대두유 출고조절 건 이후 약 20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번 건은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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