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광고 판치는 코인 투자시장…'가짜 파트너십부터 관객동원까지'
허위광고 판치는 코인 투자시장…'가짜 파트너십부터 관객동원까지'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9.04.22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블록체인 투자·컨설팅사 A사는 자사를 홍보하는 백서(소개서)에 유명 블록체인 개발사, 투자사, 거래사이트와 사업 제휴를 한 것처럼 소개했다. 대표 B씨는 "이더리움재단, 바이낸스랩, 후오비가 대표적인 제휴사"라며 업계 관계자 300여명을 카카오톡 방으로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이 업체는 밋업 개최 수수료나 사업중계 수수료, 블록체인 행사 소개 수수료를 가로챘다. 

그러나 이들은 웹사이트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제휴사로 소개된 이더리움재단과 바이낸스랩, 후오비는 일제히 "제휴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휴사로 소개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한 업체는 "소송을 불사하겠다"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 투자자설명회(밋업)를 진행한 한 업체는 밋업 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주고 300여명의 '가짜 투자자'를 모집해 밋업 행사장에 앉혔다. 또 이 브로커는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금품을 줘 행사장에 오도록 했다. 이렇게 많은 투자자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을 확인한 일부 투자자는 해당 업체에 수천만원 상당의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암호화폐 투자 사기꾼들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파트너십을 홍보하거나 투자자 행사에 관객을 동원하는 등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톡과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허위·과장 광고 및 불법 투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대형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나 투자사와 제휴를 맺은 것처럼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방식이다. 

대형 거래사이트와 제휴를 맺어서 쉽게 상장할 수 있다고 속여 수천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가로채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거래사이트 대표 또는 투자사 대표, 블록체인 재단 관계자 등과 사진을 찍고 프로젝트 개발에 함께하고 있다는 방식의 홍보물을 내놓는 것 또한 흔한일이다.

최근에는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설립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이 소식은 CNN이 보도한 것처럼 꾸민 웹페이지와 함께 퍼지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역시 사기꾼들이 꾸며낸 허위 정보였다.

언론사 기자들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밋업' 역시 대부분 꾸며낸 연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투자자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동원된 사람을 모아서 투자자인 것처럼 꾸며내는 밋업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 밋업을 진행한 한 업체 관계자는 "300여명의 가짜 투자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을 부르는 조건으로 회당 500만~1000만원을 대행사에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보통 상장을 진행하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비용을 마케팅 조건으로 대납해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같은 허위·과장 광고가 암호화폐 시장에 만연해 있는데, 마땅한 법적 규제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거래사이트의 업태 규정이 안돼 있기 때문에 상장 과정에서 현행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자금모집(ICO)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SNS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져 당국은 현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암호화폐 다단계 판매 수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밋업 등 업계에서 통용되는 영업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투자자들도 업체가 내놓는 홍보자료에 허위·과장광고가 껴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