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은폐' SK케미칼 임원 "유죄 예단 갖게 공소장 작성"
'유해성 은폐' SK케미칼 임원 "유죄 예단 갖게 공소장 작성"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4.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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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현직 부사장 측이 첫 재판에서 "유죄라는 선입견과 예단을 갖게 검찰이 공소장을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동기에 대한 설명"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의 첫 공판기일에서 박 부사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하는데 법관에게 피고인이 유죄라는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 부사장 측 변호인은 "(공소장 내용은) 피고인이 증거를 은닉 내지 인멸했다는 선입견과 예단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이러한 내용은 삭제하고 특정이 안 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으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에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기술해 부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유해성 원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구분해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SK케미칼이 CMIT와 MIT 계열은 제조·판매한 것이 맞지만 PHMG 계열은 옥시 등 다른 회사에서 제조·판매했다"며 "검찰은 구별해서 공소장을 써야 하지만 CMIT와 PHMG를 일련의 경위로 편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SK케미칼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에 원료로 쓰인 PHMG 등을 공급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SK케미칼이 PHMG를 공급해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책임의 여지는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PHMG든 CMIT든 전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건으로 SK케미칼도 증거인멸 당시 두 가지 모두를 염두에 뒀다"면서 "공소장에 일련의 경과를 적시한 것은 증거인멸 동기에 대한 설명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증거 열람등사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라 5월부터 가능하다고 말했고, 변호인 측은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지장을 준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SK케미칼은 1994년 '가습기 메이트' 개발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교수팀에 안전성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은 같은해 10~12월 이뤄졌고 보고서는 이듬해인 1995년 작성됐는데, 제품은 그 이전인 1994년 출시됐다. 연구보고서 또한 '무해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SK케미칼이 먼저 제품을 출시했고, 이후 얻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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