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50년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
(CEO)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50년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4.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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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원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사진제공=동원그룹
광주과학기술원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사진제공=동원그룹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5)이 창업이후 회사를 이끌어온지 50년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 소재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해로, 선진국이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엄청난 갭이 있었다"며 "하지만 열심히 땀을 흘리고 힘을 모은 결과, 동원은 1, 2, 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가난한 농촌에서 11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선원생활을 하며 동원을 창업하고 나서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젊은 날부터 ‘바다로 나가야 민족의 미래가 있다’는 일념으로 바다로 나아가 원양업계를 선도해온 혁신가였고, 이후 종합식품, 패키징, 물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공헌했다.

그는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창업정신으로 삼아 임직원들에게도 항상 ‘성실함’과 ‘정도(正道)’를 강조했고 기업 비전으로 내세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고 새 바람이 거세고 불고 있지만, 동원의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극복할 수 있다”며 “회장에서 물러서서 (직원)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 왔다"며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돼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감사를 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기업 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욱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라며 "창업 세대가 명예롭게 자진 퇴진하는 사례가 그 동안 거의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평소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다'라는 소신을 밝히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소신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김 회장은 최근에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갖고 이를 사업과 연결하는 방안은 물론 글로벌 기업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는 RPA를 경영에 도입하는 것도 직접 진두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을 하되,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회장의 기념사 전문

바다와 육지에서, 또 현장과 사무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동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동원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이기도 하지요.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에,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에 낚시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역사 발전의 gap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동원은 1,2,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세계로 진출하여 국내외에 2만여 명의 동원 가족이 되었습니다. 실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이 모두가 전 · 현직 동원 가족 여러분들의 땀 흘린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결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현실은 항상 난관에 쌓여 있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업 경영은 언제나 힘든 운동 경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또 그것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고 하는 어느 선각자의 말을 믿고 따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저와 오래 동행한 사람일수록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vis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입니다.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마시고, 항상 여러분의 하는 일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지,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에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힘차게 전진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늘 유념하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正道로, 여러분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더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꿈이 자라는 생활 터전을 만들어주시고 국가 사회에도 공헌하십시오.
 
 동원 가족 여러분의 무한한 건투와 행운을 비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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