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외엔 답이 없다?
금호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외엔 답이 없다?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4.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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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금호아시아나
자료사진=금호아시아나

 

자금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사실상 '퇴짜'를 놓은 이래 매각설이 힘을 얻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을 논의한다.

그룹 연간 매출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은 지주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살리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매각 관련 자구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한 그룹 자회사들의 통 매각이 유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33.47%는 금호산업이 보유 중이다. 이 지분을 내놓는다면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매각가격은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항공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는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유력후보군으로는 신세계와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 등 유통업체가 거론된다. 유통기업이 항공사를 거느리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해서다.

SK와 한화그룹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기업 M&A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항공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화는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운항을 준비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 투자에 나섰을 정도로 항공업에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항공업은 그룹 주력 중 하나인 방산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있다는 점에서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항공부문은 관련법으로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를 경영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해외자본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안전법 10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외국 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외국 법인(단체) 등이 국내에서 항공운송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각외엔 답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금호 측이 제시한 3년이라는 경영정상화 기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시장 신뢰를 얻을 방법은 매각 외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금호 측이 제시한 경영 정상화 기간(3년)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많다.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호그룹은 지난 30년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과연 3년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박삼구 회장이 물러난다고 해놓고, 아들이 경영한다면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도 "3년 유예기간은 많이 길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구계획에서 상환의지를 보지 못했다"며 "금호 측도 한 번에 자구계획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호그룹이 시간을 길게 끌긴 어렵고,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이 시장 신뢰 회복에 미흡한 수준이라고 퇴짜를 놨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9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금호그룹 자구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또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이런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하고 채권단과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구계획안을 제시했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담보로 제공하고 3년 기한 재무구조 개선 MOU를 맺은 후 달성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과 그 아들인 박세창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은 과거 금호타이어 장기차입을 위해 채권단에 이미 담보로 제공됐다. 박 회장의 부인인 이경열씨의 금호고속 지분 3.08%와 딸 박세진씨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1.71%만 새로 담보로 제공하는 수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퇴짜를 맞으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과 자구안 수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설이 대두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12일 "오늘 산업은행과 자구안 수정과 관련된 추가 논의를 한 바 있으나 매각과 관련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됐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아시아나 매각외에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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