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자체가 공시價 조사하면 지역별 불균형 심화"
"민선 지자체가 공시價 조사하면 지역별 불균형 심화"
  • 이형석 기자
  • 승인 2019.04.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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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이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금 폭탄, 기초연금 수급자 탈락 가능성, 건강보험료 인상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자체에 불똥이 튄 상황이다. 논란은 공시가격 객관성 결여, 감정원의 전문성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감정원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강남지사에서 '공시제도의 DNA와 한계, 그리고 발전적 해법'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채미옥 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맡았다. 채 원장은 현행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를 내놓은 사람이다.

1989년 정부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하면서 근간이 되는 전국 단위의 땅값이 필요했다. 적정 가격이 있어야 토지초과이득세, 종합토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다. 공시지가로 시작한 부동산 공시가격은 2005년 주택까지 대상을 넓혔고 종합부동산세도 이때 도입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더한 보유세를 비롯해 기초연금,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행정 분야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공시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보유세는 물론 기초연금,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조하면서 올해 토지와 단독주택,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을 크게 올렸다. 특히 아파트(약 68%)보다 평균 현실화율이 현격히 낮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며 현실화율도 지난해 51.8%에서 53%로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유형별·가격별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당장 조세 저항이 커졌다. 일각에선 세금 폭탄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에 감정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정부의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고 아쉬워했다. 채미옥 원장은 "공적지가 일원화의 기본 원칙은 행정 목적별 가감 조정해서 적용하는 데 있다"며 "지방세, 기초연금 수령 자격, 기초생활 보장제 등 행정 분야의 연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세법 제111조는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기초연금수령 자격은 공시가격에서 기본 재산액을 뺀 뒤 소득으로 환산해 판별한다. 기초생활 보장제도 역시 2009년 이후 대도시(5400만원), 중소도시(3400만원), 농촌(2900만원)으로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채 원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불거질 문제를 관련 행정정보를 사전에 조율해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 원장은 "공시가격 인상 문제는 과거 조세 저항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한 번에 바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시가격 관련 영향을 분석 중이다.

◇ "공시가격 공정성·객관성 확보 위해 조사 주체 일원화 필요"

채 원장은 공시가격을 행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시장가격 산정이 우선이라고 했다. 현재 부동산 가격공시법 제2조에 따르면 '적정 가격'은 토지, 주택 및 비주거용 부동산이 통상 시장에서 정상적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말한다. 부동산 가격은 재화 특성상 그 가격이 수시로 변하지만 이를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값을 매기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 원장은 지자체의 부동산 가격 조사가 지역별 가격 불균형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 22만가구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감정원이 정하며 이를 기반으로 각 지자체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채 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재산세 평가를 담당하는 과세평가관이 선거로 선출하는 선출직이어서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해주는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발표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차이가 벌어져 논란이다. 서울 용산구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평균 35.4%지만 개별 단독주택은 27.75%에 그쳤다. 7.65%포인트(p) 차이가 발생하면서 예년(1~2%p)보다 벌어져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국토부는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 주요 자치구를 상대로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감정원 역시 지자체의 산정 공시가격 검증 업무를 맡고 있어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또 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조사 주체가 각각 감정평가사협회와 감정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 원장은 "공시가격 조사는 단순히 전문자격 유무를 떠나 본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장 정보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하는가에 좌우된다"며 "일원화 문제는 감정원과 감평사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공시가격 제도 선진화로 접근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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