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10 ] "구름위에서 마시는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10 ] "구름위에서 마시는 와인"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4.0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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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으로 출국하는 우리나라의 연간 해외 여행자 수는 2000만 명을 넘고 있다.
이는 저비용 항공사들의 취항 증가 등으로 인하여 항공권 가격이 많이 하락한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이나 외국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라 함은 대부분은 항공여행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 등록기준으로 약 300개의 민간 항공사가 있다.
이중 지역별로 국지적인 노선을 갖고 있는 지역 항공사 혹은 아프리카나 남미의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거리 국제노선 항공사들이 우리나라에 취항하고 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인 네덜란드의 KLM과 가장 많은 국가(106개국)에 취항하고 있는 터키항공도 우리나라에 운항노선을 갖고 있다.

민간 항공기는 국제선인 경우 대부분 음속에 근접하는 속도인 시속 900Km의 속도로 7000m~12000m 고도를 비행한다.
장거리인 경우 주로 순항고도라 불리는 10,000m이상의 성층권을 항로로 이용한다.
간혹 기류를 타면 가속을 하지 않아도 음속을 넘는 경우도 생긴다.
2015년 뉴욕 발 런던 행 항공기가 시속 1200km의 속도로 비행해 예정도착시간 보다 1시간반이나 일찍 런던에 도착한 경우가 있었는데, 시속 400Km가 넘는 기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항로에서 왕복시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기류 때문이 아니라 제트기류라 불리는 10000m 상공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편서풍의 영향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갈 때 는 1시간 정도 시간이 덜 걸리지만 돌아올 때는 맞바람을 받아 1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
그럼 지구의 자전과 반대방향으로 비행하면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구의 자전방향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비행시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시간대가 변경되는 데에는 영향을 미친다.

기압은 지표면을 1기압으로 할 때 고도 1000m당 0.1기압씩 낮아지고 고도가 3000m가 되면 기압은 0.7기압이 된다.
이 고도에선 산소도 지상의 60% 정도로 줄어들어 사람이 견디기 힘들어 진다.
그래서 비행 중 기내기압은 여압장치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절되어 1500~2000m정도의 산정상과 비슷하게 유지된다.
환승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행기를 타는 세계에서 가장 긴 비행노선은 비행시간이 무려 19시간에 이른다.
싱가폴항공이 지난해 10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싱가폴 뉴욕구간이다.
싱가폴의 창이공항과 뉴욕의 뉴어크공항 간의 항로로 비행거리가 1만6093Km나 된다.
이 노선은 이코노미석은 없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만 있다.
19시간을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하는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전까지 세계 최장노선은 비행시간 17시간 40분의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카타르 도하를 잇는 카타르 항공의 운항노선이었다.
비행거리는 14530Km이다.


이렇게 까지 길지는 않지만 보통 대륙간을 오가는 노선은 비행시간이 대부분 10시간을 넘는다.


우리나라 출발 기준으로 유럽은 직항으로 11시간에서 13시간, 미국도 대충 비슷하게 걸린다.

이렇게 기내에서 장시간을 보내면 인체에도 여러 가지 영향이 미친다.


비행중 평소 보다 낮은 기압과 저 산소 농도로 인해 인체내부의 가스가 팽창하는 현상과 함께 치통, 두통, 가벼운 현기증이 생길 수도 있다.
비행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끼쳐 염증반응을 높이고 감정을 증폭하는 역할을 해서 기내에서 슬픈 영화를 볼 때는 쉽게 눈물을 흘린다.
또 장시간의 부동자세는 다리의 부종이나 혈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내는 사막 보다도 더 건조해서 10시간 정도 비행할 경우 약 2리터 정도의 탈수를 유발한다.
이에 더해 기내에서 술을 마실 경우 알코올이 헤모글로빈의 산소섭취를 방해하고 신체의 이뇨작용을 촉진하여 탈수현상을 가속화한다.
이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같더라도 기내에서는 지상에서 보다 술이 빨리 취한다.
그래서 기내에서는 알코올이나 짠 음식은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기내에서는 미각도 둔감해지기 때문에 음식이나 음료가 약간 밋밋하게 느껴진다.
콜라나 스파클링 와인 등 발포 성 음료도 장속을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행중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비행기 여행을 하다 보면 약간은 들뜬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비행기의 지연이나 터뷸런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또 시차 등으로 인해 야간비행 시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럴 때 기내에서 마시는 한잔의 술은 기분을 돌리고 긴장감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와인은 여행이라는 분위기와도 어울리고 알코올농도도 적당해서 기내에서 마시기 좋은 술이다. 

사우디아라비안 에어라인, 이집트 에어, 로얄브루나이 에어라인 등 일부 이슬람 국가의 국적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는 기내에서 주류를 제공하고 무료이다.
저가 항공이나 국내선의 경우는 추가로 돈을 받고 제공하기도 한다.
각 항공사들은 유명 소믈리에에게 위촉하거나 혹은 와인전문가로 구성된 와인선정단을 통하여 기내 서빙 와인을 선정한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같은 경우는 자체 와인 컨설턴트가 2000여종의 와인을 맛본 후 그 중에서 150개 정도를 선별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될 리스트의 후보로 올린다.
와인리스트는 노선이나 좌석등급에 따라서도 다르다.
하지만 이코노미석이라 해도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의 리스트나 질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와인을 서빙하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기도 하는데, 에미레이트 항공의 경우는 무려 700만병의 와인을 셀러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정되는 와인들은 항공사들마다의 배경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와인생산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항공사들은 보통 자국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일정 부분 리스트에 넣는다.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는 합리적인 요금정책 대신 클래스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2 종류의 저가 와인만 제공하기도 한다.            

세계 주요 항공사의 퍼스트 클래스에서 현재 서빙되고 있거나 최근까지 서빙되었던 대표적인 와인 몇 개를 뽑아 본다. 

◆ 대한항공- 샤또 라 가페리에르 2007(보르도,레드), 고스트 블록 까베르네 쇼비뇽 2013(나파-레드)
          켄달 잭슨 그랜드 리저브 샤르도네 2013(나파,화이트)

◆ 아시아나- 샤또 그란 클로우스트로 2011(보르도, 레드), 샤또 플레르 까르디날 2011(보르도,레드),
          로버트 몬다비 샤르도네 리저버 2011(나파, 화이트)

◆ United- 쇼팽 디디에 상파뉴 드 몽떼 브리(상파뉴, 스파클링 와인)

◆ Air France- 샤또 드와지 베드린느 2008(바르삭, 귀부 와인)

◆ KLM- 파울 자불레 2015(론, 화이트)

◆ Lufthansa- 라인가우 리슬링 콸리태츠바인 트로켄 2013 (독일, 리슬링 와인)

◆ JAL- 상파뉴 살롱 2014(상파뉴, 스파클링 와인)

◆ Quantas- 헝거포드힐 피노 느와르 2013(호주, 레드)

◆ 싱가폴 에어라인- 돔 페리뇽 2006 (상파뉴, 스파클링 와인)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기내 와인 리스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항공사들 중의 하나로 꼽힌다.
대한 항공은 2016년 비즈니스 인사이더지가 뽑은 ‘Best Wine List’ 순위에서 4위를 한 것을 비롯, 2017년 세계 최고 항공사 와인 콘테스트 인 ‘Cellars in the sky Award’ 에서 2015년 종합 3위, 2017년엔 레드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하였다.

아시아나 항공도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2017년에도 글로벌 트래블러지가 선정하는 기내 와인 품평회인 ‘Wines in the wing’에서 퍼스트클래스 종합 부문 1위에 올랐다.
위에 소개한 아시아나 항공의 와인리스트는 2017년 수상한 바로 그 와인들이다.

일반적으로 마시기 위해 기내에서 와인을 요구하면 제공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승객의 음주상태에 따라 대처하는 훈련을 받는다.
승객의 취한 상태를 교통신호등과 같이 Green, Yellow, Red의 3단계로 나눈 후, 승객의 음주상태가 주변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Yellow 단계라고 판단되면 승무원은 더 이상의 주류 제공을 거절한다.

와인은 ‘Green’ 상태로도 얼마든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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