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재계 정기주총 막바지..'대한항공=아시아나'오너 퇴진등 변화 감지, 추세이어질 듯
[포커스] 재계 정기주총 막바지..'대한항공=아시아나'오너 퇴진등 변화 감지, 추세이어질 듯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4.0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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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이루어진 국내 주요 대기업의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마무리됐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국내 대표 항공사의 오너 퇴진이다.

대기업 집단 서열 14위인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대기업 총수가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한 사례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으로 국민연금과 외국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한행사가 주효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권고에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동조하면서 1999년부터 대한항공 20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던 조 회장은 결국 사내이사직을 내놓게 됐다.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세운 2대 주주 국민연금(11.56%)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 결의 사안이다. 주총 참석 주주의 66.6%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64.1% 찬성에 그치며 아슬아슬하게 연임이 불발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도 투자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한진중공업 이사회는 조 회장의 퇴진 의사에 따라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지 않았고,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퇴임을 확정했다.

금호 아시아나 박삼구 회장도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재계 서열 25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힘과 동시에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경영일선에서 퇴진을 선언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됐다.

SK㈜는 지난 2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가 의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정관을 수정해 이사 중 한명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관 변경에 따라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SK㈜는 염재호 전 고려대학교 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의장 자리를 맡겼다.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은 최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경영에만 집중하게 됐다. 
  
반면, 지난달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선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MB맨'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에 대해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했지만 선임 안건은 예상대로 원안 처리됐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 건의 경우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캐나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 등 외국 기관 4곳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약 19%에 달한데다, 대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지분율 8.95%)도 찬성표를 던져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선임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비록 오너들의 사퇴가 외면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실제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세간의 비판도 있으나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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