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물러난 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우려는 여전..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 방향이 중요
박삼구 회장 물러난 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우려는 여전..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 방향이 중요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9.03.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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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이후 아시아나 항공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아시아나는 최근 외부 감사에서  한때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다행히 외부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고 박삼구 회장은 이를 기화로 박삼구 그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의 파문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주가 향방은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자구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이 어떤 내용으로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배경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운용리스 정비 충당금과 마일리지 충당금 등을 판단할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고 지난 22일과 25일 주식거래를 정지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종목에 등재했다. 

거래가 재개된 지난 26일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주가는 15% 급락했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부분도 있지만 기존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보다 실적이 크게 수정됐기 때문이다. 한정 의견의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6조7893억원, 영업이익은 887억원, 당기순손실은 1050억원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재감사 보고서에서는 매출액 7조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손실 1959억원으로 수정됐다. 매출액은 마일리지 이연 수익 추가와 에어부산 연결 계상으로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었고, 당기순손실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채는 491억원이 추가 계상되면서 7조980억원으로 늘고, 자본은 1조3960억원에서 1조93억원으로 3028억원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505%에서 649%로 상승했다.

비록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신평사들은 여전히 하향검토 대상에 아시아나항공을 올려놓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 28일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적정' 감사의견 표명 자체만으로 신용등급 하향검토 해제 사유는 아니다"라며 "재무안정성이 여전히 미흡한 가운데 비적정 감사의견에 따른 주식매매 정지, 잠정 실적 대비 크게 저하된 확정 재무제표 공시 등으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와 유동성 경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만약 신평사 중 한곳이라도 신용등급을 현행 'BBB-'에서 'BB'로 하향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총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현재 조기지급 사유가 있는 차입금으로 장기차입금 2580억원, 자산유동화 1조1417억원, 금융리스1조4154억원 등이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있는 사채는 2280억원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면서 "실적과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심리 악화는 물론 향후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자력으로 차입금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준의 위기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최근까지 자력으로 차입금을 줄여왔다는 점에서 과거 유동성 문제를 겪었던 한진해운 등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의 부각으로 영업기반이 약화되긴 했지만 5000억원 전후의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도 6000억원대의 꾸준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매년 차입금을 줄여왔다"고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9일 기준 0.7배로 절대적 저평가 구간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저평가를 노린 저가 매수보다는 향후 실적 발표와 신용등급 변경 여부 등을 지켜볼 것을 권하고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일단 감사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된 것은 최악의 국면을 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최근 주가는 절대적 저평가 국면으로 하락하면서 일부 저가매수 움직임도 관찰된다"면서 "하지만 다른 차입에서 채무 불이행이 생기면 조기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등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기말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항공사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의 총수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이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결국 자구안 마련을 통한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어떤 내용으로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너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면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결국 채권단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어떻게 유동성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회장이 사퇴한 지난 28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한때 전날보다 520원(15.2%) 오른 3935원까지 올랐었으나 이내 상승 폭을 줄여 100원(2.92%) 오른 352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약보합세였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차입금 차환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안정적인 운항을 유지함으로써 브랜드 가치 손상을 막는 것이 구조조정 비용을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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