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등 가습기 살균제 혐의 구속영장 기각..애경산업과 SK케미칼간 책임 소재 다툼 여지
[포커스]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등 가습기 살균제 혐의 구속영장 기각..애경산업과 SK케미칼간 책임 소재 다툼 여지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3.30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사진-정의당
자료사진-정의당

 

검찰이 애경산업 전 대표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애경산업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인체 유해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판매한 SK케미칼이 외부기관에 의뢰한 독성 실험 보고서를 왜곡해 사용하거나 실험 보고서를 숨긴 사실이 하나둘씩 확인되고 있고, 각종 실험 보고서 왜곡과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전날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임원을 지낸 이모·김모·진모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하면서 관련 보고서가 전직 SK케미칼 임원의 하드디스크에서 지워진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CMIT·MIT의 유해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했다.

애경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지난해11월 최창원·김철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기에 이르렀다. 박철 SK.케미칼 부사장도 같은 혐의로 구삭수사하고 있다. 안용찬 전 대표등은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안용찬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데에는 SK케미칼과 애경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청구된 안 전 대표와 진모 전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본건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본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사용된 원료 물질의 특성과 그 동안의 유해성 평가결과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현황 ▲피의자 회사와 원료 물질 공급업체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이같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기업간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만 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적책임은 계약서상에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명시한 SK케미칼에 있다는 주장이다. 

애경산업은 29일 "판매사인 애경산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피해가 발생할 시 판매처인 유통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1994년 SK의 전신인 유공에서 개발해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약 8년간 유공, SK케미칼, 동산C&G를 통해 판매한 제품이다. 

동산C&G는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된 SKM의 자회사로 소비자들에게는 '다이얼 비누'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2001년경 파산하면서 SK케미칼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SK케미칼은 필러물산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를 공급하고 제조를 의뢰, 가습기메이트 완제품을 받아 애경산업에 납품하는 ‘물품공급계약’ 및 ‘PL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해서 애경산업은 2002년부터 가습기 메이트를 팔게 됐다. 가습기메이트의 상표권도 SK케미칼이 소유하고 있다는 게 애경측의 주장이다. 

2001년 5월 30일 양사가 체결한 ‘물품장기공급계약서’에도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생산한 제품을 '매수'하는 것이 명시돼 있다. 제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물품 주문에 있어 모든 발주요청 및 세금계산서도 갑인 SK케미칼과 진행했고 SK케미칼의 하청 제조업체인 필러물산과 직접 진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계약서 상에도 SK케미칼이 법적책임이 명시돼있다. '갑'(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갑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할 뿐만 아니라 SK케미칼의 책임과 비용으로 애경을 방어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산업에서 제조에 개입했다면 SK케미칼에서 사고발생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제조물책임 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전적인 책임은 SK케미칼에서 제조에 관한 모든 부분을 진행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2002년 제조물책임(PL) 계약을 통해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의 제품 안전성을 보장한 만큼, 안정성에 대한 증빙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SK측은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작성된 것으로 법시행에 따라 제조업체의 책임이 강화된 내용이 반영된 통상적인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의 판매자로서 안전성 점검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억울해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유공(현 SK케미칼)이 개발하고 판매한 제품이고 1994년부터 8년간 동산C&G를 통해 아무 문제없이 시중에 판매됐던 만큼, 유해성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애경산업은 안정성 문제를 위해 MSDS(화학물질정보)를 요구했지만 SK케미칼이 영업비밀 사유로 거절했다. 대신 문제 발생시 책임지겠다는 계약서만 믿었다는 주장이다. 

애경산업과 판매계약을 맺게 된 것도 제품문제가 아닌 동산C&C의 부도로 불거진 만큼, 유해성 문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이 단지 새로운 유통망을 찾아 애경산업에 먼저 제안했다는 것. 

애경측은 "2002년 당시 SK케미칼은 항균제를 직접 생산하고 국내 및 수출까지 진행하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갖춘 회사였고 가습기메이트는 애경과 계약 당시 개발된 신제품이 아니라 1994년 출시돼 2002년까지 약 8년간 이미 판매를 진행하고 있던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