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연임저지 한몫, 국민연금 경제계 입김 커질 듯
조양호 연임저지 한몫, 국민연금 경제계 입김 커질 듯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3.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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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저지에 성공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더욱 세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고 대주주 전횡 저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천명한 이래  조양호 오너일가 갑질 및 위법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에서 첫 영향력을 행사했다. 재벌 총수가 주총 결의를 통해 경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

이번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는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해 말 기준 109조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보다 세질지 주목되고 있는 대목이다.

27일 오전에 열린 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전날(26일) 반대 결정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을 보유해 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이달부터 주주권 행사 방향도 사전공개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힘을 실었다. 특히 '더 이상 재벌 편향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된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이용해 재벌개혁이나 경영간섭에 이용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확대되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국민연금 결정에 대해서도 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은 "조 회장은 다른 재벌 오너처럼 구속된 적이 없다. 가족이 문제인 것"이라며 "배임·횡령 혐의는 법정에서도 다툼이 있는데, 전문위에서 한발 앞서 나가 판단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는 '연금 사회주의' 지적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각 사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내부 토론은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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