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9 ] "와인 한잔 들고 봄을 맞는다"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9 ] "와인 한잔 들고 봄을 맞는다"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3.21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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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남쪽으로부터 하얀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는 꽃 소식이 들려온 지도 한참 되었다.
우리는 보통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봄이 왔다고 느낀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봄을 정의하는 것이 다소 다르다.
기상청은 9일간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상을 유지하며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해당 9일 중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의 봄은 2월의 봄이라서 조금은 생소하지만 이미 한달 전인 2월23일에 시작되었다.
지난 2월 23일 평균기온 6.7도를 시작으로 3월3일 까지 9일간 서울의 평균기온이 5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여, 기상청은 ‘2월 23일 봄이 왔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에 날씨가 예외적으로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이것은 ‘꽃샘 추위’ 라는 봄 냄새 물씬 나는 표현으로 예외적인 취급을 한다.
그리고 같은 봄이라도 찾아오는 시기는 해마다 같지 않다.
근래 들어 봄의 시기는 조금씩 당겨지는 추세이다.
그리고 봄의 길이도 점점 줄어들어 20여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2주 정도 짧아졌다. ‘봄날은 간다’ 라는 노래가사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처럼 봄날이 짧아지는 것이 어쩐지 허전하다.
어쨌든 봄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봄이 오면 야외로 봄나들이를 나가고 싶다.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오래된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달콤한 핑크 빛 로제 와인 한잔을 들고 부드럽게 뺨을 스치는 봄바람을 맞고 싶다.
봄에는 야외나 테라스로 나가고 싶은 일이 많은데 이런 장소에서는 화이트와인이나 로제 와인이 잘 어울린다.
샴페인으로 불리는 스파클링 와인도 좋다.

요새 같이 기온이 오르는 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가볍고 상쾌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불어로 ‘뱅드 스와프(Vin de soif)’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Wine of Thirst’ 혹은 ‘Thirst quencher’ wi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갈증 해소 와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 여름에는 갈증해소용 와인으로 영화 대부의 도입부 결혼식 장면에서도 나오는 ‘Sangria’를 많이 마신다.
피처에 담은 레드 와인에 다른 음료를 섞은 다음 과일 조각을 띄워 돌려가며 마신다.
 Vin de Soif는 일반적으로 레드와 화이트에 관계없이 도수가 낮고 바디감이 가벼운데, 화이트나 스파클링은 충분히 칠링한 후 시원하게 마셔야 제격이다.
꼭 봄이 아니어도 거창하거나 복잡한 것이 싫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나,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모던하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와인 입문자가 쉽게 마실 수도 있다.

Vin de soif 혹은 봄에 마시기 좋은 와인 몇 개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꼬뜨 뒤론 와인인 Chat Fou, 보졸래 와인인 Raisins Gaulois, California 와인인 TENDU, 호주 바로사 밸리의 YELLAND& PAPPS 등은 현지 가격 20불 내외의 대표적인 Vin de soif이다.

Vin de soif는 아니지만 봄에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오바마 대통령과 가수 레이디 가가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나파밸리의 캔달잭슨 샤도네이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빙 되고 있기도 하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안정된 품질을 갖고 있는데 망고, 파인애플 등과 같은 열대과일의 풍미와 함께 와인의 황금색 빛깔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외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벨트리너 품종인 HILLINGER, 이태리의 산타 마게리타 피노 그리지오, 브라질 와인인 Araucaria 피노 그리지오, 포르투갈의 Arinto Dos Acores, 캘리포니아 로제 와인인 Angeline 피노 누아도 봄에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이러한 와인들은 샐러드, 치즈, 생선, 아스파라가스 등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리즐링 와인도 봄에 마시기에 좋은데 훈제 연어나 치킨, 우리나라의 약간 매운 불고기와도 어울린다.
호박색이나 오렌지색 빛깔로 인해 오렌지 와인으로 불리는 그루지아의 레카시텔리(Rkatsiteli)와인은 레드를 마실까 화이트를 마실까 애매할 때 선택해도 좋다.
와인과 관련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일본에도 봄과 관련된 유명한 와인이 있다.

야마나시현 카츠누마의 시노유리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사쿠라 와인’이다.
일본의 대표 화이트 품종인 코슈와 레드품종인 머스켓베일리를 블렌딩하여 만든 로제 와인이다.
병입시에 식용 벚꽃 잎을 넣어 와인을 따를 때 잔에 벚꽃 잎이 뜨는 운치를 맛볼 수 있다.
벚꽃이 피는 매년 3월에서 4월 사이에 판매와 소비가 집중되는 봄맞이 맞춤 와인이다.
시노유리 와이너리는 신의 물방울에도 등장하는 ‘로리안(L’ORIENT)’이라는 브랜드도 생산한다.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 주리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용혜원 시인의 ‘꽃 피는 봄엔’이라는 시입니다.

와인을 한잔 들고 창가로 가 조용히 봄을 맞습니다.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
 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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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2019-03-22 03:22:03
글을 읽고 있자니 어느새 한손에 와인을 한잔 들고 있네요~다음 글도 기대하며~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