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을 후보군으로 선발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핵심 후보군을 선정해 핵심 업무를 부여하고, 이사회와 소통하는 등 실질적인 승계 프로그램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제출한 '2018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2018년 말 기준 총 24명(내부 14, 외부 10)의 CEO 후보군을 두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반기 단위로 후보자군을 관리한다. 회장의 임기만료 등으로 경영승계 절차가 필요한 경우 최소 2 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한다.
허인 KB금융 디지털혁신부문장 겸 국민은행장, 박정림 KB금융 자본시장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양종희 KB금융 보험부문장 겸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이동철 KB금융 개인고객부문장 겸 KB국민카드 대표이사 등 계열사 대표이사가 내부 CEO 후보군이다. 여기에 사업총괄 임원이 포함될 수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이사회에 내부 후보자군(Long List)에 대한 관리현황을 보고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등을 실시했지만 핵심 후보군을 선발하지는 않았다.
신한금융지주는 KB금융에 비해 CEO 후보군을 좁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8년 5월17일 기준 5명의 주요 자회사 CEO를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당시 기준으로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민정기 신한BNPP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이 후보군이다.
신한금융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5명의 후보군 선정과 경영승계 계획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 외에 후보군을 압축하거나 핵심 업무를 부여한 사례는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부 후보 8명과 외부 후보군 19명 등 총 27명의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후보군을 관리하며 자격요건을 검증하는 수준이다.
NH금융지주는 CEO 후보가 무려 33명에 달한다. 지주회사 임원 3명을 비롯해 농협은행 10명, 농협생명보험 4명, 농협손해보험 2명, NH투자증권 2명, NH아문디자산운용 1명, NH농협캐피탈 1명, NH저축은행 1명, NH선물 1명, 주요 전직 CEO 7명 등이다.
지방은행 금융지주사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중심으로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2018년 말 기준 14명의 후보군을 두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2018년 말 기준 2명의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CEO 후보군은 2015년 16명, 2016년 10명이었으나 회장 교체 과정에서 부행장급 임원이 대거 퇴임하면서 후보군이 대폭 축소됐다. JB금융은 총 6명(내부 2, 외부 4)의 CEO 후보를 선발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을 비롯한 9명을 차기 CEO 후보로 선발해 관리하고 있다. 2017년 말에는 총 8명의 후보군을 관리하다가 김남구 부회장의 임기만료로 2018년 2월에는 총 9명의 후보군을 승인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CEO 후보군 승인과 경영승계 계획 점검 외에 별도의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두고 있지는 않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18년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와 계열사 대표이사 2명 등 총 3명을 CEO 승계 후보로 두고 있다. 2017년 말에도 메리츠지주 대표이사와 계열사 대표이사 2명을 승계 후보군으로 선발했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은 경영승계 계획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에 한정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는 롱 리스트만 선정하는 것으로 CEO승계프로그램이 끝난다"면서 "작년부터 실질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협조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토대 마련을 위해 CEO 임기만료 전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2~4명의 핵심후보군을 선정해 핵심직무를 부여하고, 이들이 이사회와 소통하는 등 실질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