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로 송진권 시인 선정
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로 송진권 시인 선정
  • 이경석 기자
  • 승인 2019.03.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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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3월초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제21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송진권(50)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걷는사람2018)이다.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33권의 시집을 추천하였다. 이 가운데 1차 예심위원회를 통해 8권의 시집으로 압축하였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송진권 시인을 최종 선정하였다. 시상식은 오는 4월 20일(토)이며, 제16회천상병예술제가 열리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3명의 본심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서 송진권 시인의 작품은 백석(白石) 시인 풍으로 농적(農的) 순환의 질서를 노래하고, 부엌을 잃어버린 시대 우리들 마음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들깨 같은 말들”(「어른들이 돌아왔다」)의 진경을 잘 드러내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집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소의 배 속에서」와 「어른들이 돌아왔다」는 삶과 죽음 그리고 성장이라는 우리네 삶의 서사를 면면히 이어가겠다는 시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고, 시집 곳곳에서 산견되는 작고 사소한 사물들과 ‘사람들’에 대한 가없는 그리움은 우리 시대 백석 시인의 현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존재의 순환적이고 관계론적 상상력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인은 “송홧가루 앉은 평상”(「송홧가루 묻은 풍경」)에서 “파투 난 화투 파투 난 인생”(같은 곳)들을 조용히 바라보는가 하면, “느티나무슈퍼”(「느티나무슈퍼」) 할머니와 “막걸리를 마시며 ‘겨’로 끝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또한 “아직 온기가 남은 아궁이 속”(「아궁이 들여다보기」)을 들여다보며 “훈김 나는 마음들”(같은 곳)이 살았던 저 옛 농적 순환의 질서를 듣는 ‘안테나’(「안테나」)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꺼이 자청한다. 그렇게 시인은 충청도 시골에 사는 시인의 혈연들을 비롯해 수양고모 송정자, 화야 누나 그리고 나물장수 같은 무수한 무명씨들…의 삶들을 조용히 응시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사람의 도리’인지 충청도 사투리로 능청스럽게 말하고 있다.

시집의 시 가운데 「물 가둔 논」, 「찬물구덩이의 물」, 「가쟁이째」, 「둠벙의 사랑」 같은 시들은 가편(佳篇)이라 할 수 있다. 송진권 시인의 이러한 시적 특장(特長)은 농적 순환의 질서가 깨어지고 그런 삶의 질서를 수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 시절에 우리로 하여금 ‘오래된 지혜’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힘을 내장하고 있다. 옛 공동체가 깨어져버린 이 시대에 환대하는 마을은 환대하는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직하지만 굵직한 목소리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송진권 시인의 시는 요설과 장광설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이 시절에, 자신의 터[place)를 지키며 평범한 이웃 사람들의 삶을 받아적는 시인의 자리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환기한다. 특히 송진권 시인의 시와 동시는 어린 아이 같은 마음과 상상력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천상병 시인의 시정신을 잇는 것으로 판단하여 3명의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천상병시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음을 밝힌다.

송진권 시인은 1970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집 『자라는 돌』과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이 있다. 현재 <젊은시> 동인과 격월간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 21회 천상병詩문학상 시상식은 내달 20일 오후 1시 30분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에 고형렬시인, 길상호시인, 서효인시인 역대 수상시인 등 주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시낭송 및 축하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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