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 원안 통과..국민연금 찬성표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 원안 통과..국민연금 찬성표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9.03.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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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오전 9시에 주총이 시작됐지만,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며 3시간만에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 주총 안건이 모두 처리됐다.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MB맨'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에 대한 독립성 훼손 우려가 나왔지만, 선임 안건은 예상대로 원안 처리됐다.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약 19%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지분율 8.95%)도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미리 표시했기 때문에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총 6명인 삼성전자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의 임기가 이번 달 만료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2명의 사외이사 후보(김한조·안규리) 신규선임과 기존 사외이사 1명(박재완) 재선임을 주총 안건에 올렸다. 그러나 일부 후보에 대해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는 반대 권고가 나와 논란이 불거졌다. 박 전 장관의 독립성 우려에 대해선 주총 현장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이에대한 주주들의 찬반 의견이 나왔다. 한 주주는 "박재완 후보는 과거 정부의 인사로 사외이사 선임을 '정경유착'으로 볼 수도 있다"며 "삼성의 대외 이미지에 손상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주총 진행을 맡은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박재완 후보자는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없고, 대학교수로서 (사외이사가 갖춰야 할)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밝힌 국내외 연기금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에 따르면 총 6곳의 해외연기금 가운데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캐나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 등 4곳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해외 연기금이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사례는 많지 않다.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김한조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선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박재완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박 전 장관이 1996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서스틴베스트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자료에 따르면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및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으로 분류된다"며 "삼성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들이 성균관대 이사회의 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다수 선임돼 있어 삼성과 성균관대학교는 특수관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역시 반대 권고를 냈다. 연구소는 "박 후보자가 재직 중인 성균관대학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기업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인이라는 점에서 후보자가 충실히 사외이사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반대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안 교수는 사회공헌 분야 저명인사임에도 반대권고를 받았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전자의 특수관계법인 '호암재단'으로부터 보수 이외의 대가를 받았다"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적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안 교수가 이끈 라파엘클리닉은 공적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1997년부터 매주 일요일 무료 진료를 해 총 23만명에게 의술을 통한 인류애를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삼성그룹이 한국의 노벨상을 지향하며 매년 선정하는 '호암상'의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상내역과 상금이 오히려 반대근거로 작용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안 교수 측이 호암재단으로부터 받은 상금 3억원 및 약 225만원 상당의 순금 50돈 메달 등을 언급하며 "라파엘클리닉의 2017년 수입이 15억8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금 3억원은 해당 법인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사회 독립성과 선진화를 위해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출범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추렸지만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이인호 전 신한은행 은행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3명의 '올드맨'들의 퇴장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박 전 장관은 살아남았고, 글로벌 기업 출신 외국인 사외이사에 대한 관측도 나왔지만 빗나갔다.

한편, 지난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처음 사내이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임기(상법상 3년)가 오는 10월 종료된다. 이날 정기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오르지 않은만큼, 삼성전자는 10월 이전에 임시주총을 소집, 재선임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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